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BBC News | 코리아

옷을 재활용하기가 어려운 까닭

패스트 패션으로 인해 해마다 많은 옷이 버려진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더이상 입지 않을 옷을 쓸모있게 만들 방법이 있을까?

21,530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패스트 패션

출처Getty Images

패스트 패션으로 인해 해마다 많은 옷이 버려진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더이상 입지 않을 옷을 쓸모있게 만들 방법이 있을까?

옷장을 열고,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보자. 눈 앞의 옷들을 마지막으로 입은 게 언제인가? 이 옷들을 정리할 때라는 생각이 드는가?

옷장 깊숙한 곳과 서랍 바닥에 있는 것들은 더이상 몸에 맞지 않는 옷이거나 유행이 지난 아이템일 것이다.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도 있을 수 있다. 맨체스터 대학 사회학자 소피 우드워드의 연구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의 옷장 안에 있는 옷들 중 12%가 '비활성 상태'였다.

이럴 때 과감하게 정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7년 미국에서 버려진 직물은 약 1300만 톤에 달한다. 이중 85% 가량이 매립되거나 소각됐다. 미국인 1명이 1년에 평균적으로 내다버리는 옷이 37kg 정도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직물 9200만 톤이 폐기물로 나오고 있다. 매초마다 쓰레기 트럭 한 대 분량의 옷이 버려지는 것이다. 2030년쯤이면 버려지는 직물의 총량이 연간 1억3400만 톤을 넘어설 전망이다.

체트나 프라자파티는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에서 지속 가능한 섬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의 패션 시스템은 석유 등의 재생불가능한 자원을 엄청나게 사용해 단기간 이용할 옷을 만든다"며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것들은 주로 매립 혹은 소각된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 때문에 물 같은 귀중한 자원이 압박을 받고, 환경이 오염됩니다. 생태계의 악화는 물론 전 세계적 규모로 사회적 충격까지 발생하죠."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가 패션 산업에서 나온다. 직물 생산만 따져도 매년 12억 톤의 온실 가스를 배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옷을 만들 때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고, 지구 상 폐수의 20%가 패션 산업으로 인해 발생된다.

이와 함께 사람들의 옷 소비도 정점에 달하고 있다. 소비자 1명의 옷 구매량이 15년전보다 60% 늘었다고 한다. 영국에서 1분간 거래되는 의류는 2톤 이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5600만 톤의 의류 구매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2030년이면 9300만 톤으로, 그리고 2050년에는 1억 6천만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애지중지하는 옷은 물론 오랫동안 입을 것이다. 하지만 '유행'에 따라 소비자의 취향이 달라져, 옷의 수명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현대 의류의 수명을 2~10년으로 추산하는데, 속옷과 티셔츠는 1~2년이고 수트와 코트는 4~6년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옷을 재활용하면 패션 산업이 환경에 준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까?

전 세계 의류 소재의 재활용 비율은 12% 정도다. 현재 미국에서 버려지는 옷과 신발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13.6%다. 미국인들은 매년 37kg의 옷을 버린다. 반면 미국 내 종이, 유리, 플라스틱 페트병 재활용률은 각각 66%, 27%, 29%다.

유력 패션 브랜드들 중에는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쓰는 곳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대부분 헌옷보다는 병에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주로 '옷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에서 생겨난다. 옷을 만드는 천은 섬유와 접착제 액세서리의 조합이다. 섬유는 천연 실과 인공 필라멘트, 플라스틱과 금속의 혼합물 등으로 만들어진다.

프라자파티는 "면 100% 티셔츠에도 보통 폴리에스테르 같은 재료로 된 라벨이나 봉제실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청바지도 비슷해요. 보통 엘라스테인이 혼합된 면실로 만들어지죠. 그리고 지퍼나 단추, 폴리에스테르 봉제실 같은 것들도 들어가고, 색깔을 내기 위해 염료도 들어갑니다."

옷의 소재를 손으로 분류하려면 시간이 많이 든다. 현대 의류에는 인공 섬유와 천연 섬유가 복잡한 방식으로 혼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출처Getty Images

때문에 옷 소재를 분류해 재활용하는 게 쉽지 않다. 수작업으로 하는 직물 분류는 숙련된 노동력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게다가 혼합 섬유로 만든 옷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기계 작업도 어려워졌다. 유럽에서 초분광 카메라로 옷 소재를 구분하는 기술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또한 분류가 되더라도, 실을 재사용하려면 섬유 속 염료를 제거해야 한다.

현재 재활용되는 옷 중 대부분은 "물질 대 물질(material to material)" 재활용이라고 하는 방식으로 재활용된다. 오래된 양털 점퍼가 카펫이 되고, 캐시미어가 양복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2015년 기준, 이런 방식으로 재활용된 헌 의류는 전체의 1%도 안 된다고 한다.

물론 온라인 중고 거래도 있다. 자선 행사를 통해 헌옷이 재사용되도록 나눠줄 수도 있다. 하지만 헌옷 기부는 점점 더 섬유 폐기물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방법으로 전락하고 있다.

영국 요크셔주 배틀리에 있는 옥스팜스 웨이스트세이버 의류 재활용 공장에는 매주 헌옷 80톤이 들어온다. 이곳의 매니저인 로레인 니드함 레이드에 따르면, 이곳으로 들어오는 헌옷의 품질이 지난 10년간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웨이스트세이버에 들어오는 헌옷의 35% 이상은 세네갈에 있는 옥스팜의 파트너에게 판매된다. 영국 내 옥스팜 매장으로 보내져 판매되는 비율은 1~3%에 그친다.

섬유를 재활용하는 기술은 분명 존재한다. 이 기술은 크게 기계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으로 구분된다.

프라자파티는 "혼합 직물은 잘게 쪼개서 짧은 섬유로 바꾸는 기계적 재활용에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섬유 길이가 짧아지면 질과 강도가 낮아져 의류를 만들 수는 없다. 대신 단열재나 카펫, 방음재 같은 다른 복합 섬유의 소재가 된다. 오래된 섬유로 방음재를 만드는 이들도 있다.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 같은 한 종류의 섬유가 다량으로 들어간 직물은 화학적 재활용에 적합하다. 하지만 "여러 공정을 거치고 화학물질도 추가해야 하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다.

면-폴리에스터 혼합물을 균류에서 나온 효소와 섞으면 인공 섬유 재사용이 가능해진다

출처Getty Images

천연 소재와 합성 소재를 효과적으로 분리하고 각각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산업 규모로 확장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홍콩 시립대 소속 화학공학자인 캐롤 린의 연구팀은 면과 폴리에스테르 혼방 원단을 균류에게 먹여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여기에는 포도 위에 검은 곰팡이를 만드는 검정곰팡이균(Aspergillus niger)이 사용된다. 이 균이 생산하는 효소는 면을 글루코스로 분해해 시럽처럼 만든다. 면이 시럽이 되면 순수한 폴리에스테르만 남는다는 것이다. 면-폴리에스테르 혼방은 티셔츠와 셔츠 등 저가 의류에 많이 사용된다.

린의 연구팀은 산업적으로 생산된 효소를 사용해 이 공정을 확대했다. 그리고 H&M과 협력해 이 재활용 방식의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연구진도 효소를 사용해 낡은 양모 의류를 레진이나 접착제의 소재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의류 산업을 위해서는 산업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직물과 섬유, 옷이 재활용이 쉽게끔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프라자파티는 "현재의 시스템에 재활용이 통합되어야 한다"며 "재활용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옷을 디자인하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법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거나 재활용이 쉬운 물질로 옷을 만드는 것이다. 우유 폐기물 등으로 옷을 만들자는 것이 한 예다.

우유가 상하면 바닥에는 유청이, 윗부분에는 잘게 쪼개진 단백질이 자리잡는다. 그리고 유청을 제거하면 일종의 코티지 치즈가 남는다.

독일 헤밍엔에서 생분해성 섬유를 개발해 온 큐밀크(QMilk)의 창업자인 안케 도마스케는 "이 코티지 치즈를 물과 함께 반죽해 국수 뽑는 기계와 비슷한 기계에 넣어, 머리카락보다 얇은 미세 섬유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 섬유로 실을 만든다. 비단 같은 질감을 가지고 있고, 저지나 펠트와 같은 직물을 만드는 데 쓰인다. 그리고 큐밀크의 섬유는 나중에는 간단히 퇴비로 만들수 있다는 게 도마스케의 설명이다.

특이한 재료로 직물을 만드는 회사는 큐밀크만이 아니다.

실을 재활용하려면 옷에 첨가된 염료도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

출처Getty Images

레나나 크렙스는 독일의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면서, 섬유와 의류 산업이 환경에 주는 피해에 대해 알게 됐다.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2016년 알가라이프를 시작했다. 해조류로 섬유와 염료를 만드는 회사다.

해조류는 이미 특정 식품의 재료나 생물학적 연료로 사용되고 있었다. 크렙스는 "다른 산업이 해조류를 활용하는 것을 보고 '직물에는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조류는 생산 과정에서 새로운 담수를 넣을 필요가 없다. 필요한 것은 바닷물과 햇빛 뿐이다. 크렙스 팀은 다양한 해조류에서 천연 착색제를 추출해냈다. 그리고 오크나 석류 같은 재료의 색소를 섬유에 입히는데 활용했다.

해조류에서 나오는 단백질을 정화하거나 바이오 오일을 만들어 섬유를 만들 수도 있다.

프라자파티 또한 드몽포르 대학의 동료들과 함께 의류의 염색 과정을 보다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효소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섬유는 석유 파생물인 합성 염료를 사용하여 색을 입힌다. 면, 나일론, 울로 이 공정을 할 때는 최대 100도의 온도가 필요하다. 폴리에스테르와 기타 합성 섬유는 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 높은 압력과 산, 알칼리 등 추가 화학물질이 사용되는데, 환경에 유해하다.

프라자파티와 동료들은 추가적인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주변의 대기압과 pH 조건, 50도 이하에서 직물의 염색이 가능한 공정을 만들고 있다.

그녀는 "장점은 가공의 단순화와 사전에 들어간 염료 제거, 다양한 색상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렙스는 알가라이프의 색소들도 비슷한 장점이 있고 재생 가능한 원료로부터 오는 추가 혜택이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염료는 마실수도 있다. 현재 주요 패션 브랜드와 협력중인 알가라이프는 2021년까지 해조류로 만든 옷 출시할 계획이다.

주요 패션 브랜드들도 지속가능성 수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디다스와 같은 회사들은 해양 플라스틱으로 만든 다양한 운동화를 발표했다. 자라도 2025년까지 지속 가능한 소재만 사용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발표했다.

프라자파티는 "재활용 재료 사용은 자원 투입과 이산화탄소 배출, 물, 화학 물질 등 산업의 부정적인 영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패션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행보를 "그린워싱"이라며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호주 보그지의 지속가능성 편집자이자 '옷장의 위기(Wardrobe Crisis)'의 저자인 클레어 프레스는 자라가 우리가 알고 있는 패션의 원조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녀는 "후세대에게 전해질 가보를 위해 자라에서 쇼핑하지 말자"고 했다. "지난 20년동안 패션 시스템은 계절에 따른 변동에서 거의 즉각적인 만족으로 변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바로 사는' 세대에게는 런웨이에서 새 작품을 보기 위해 6개월을 기다리는 게 이해가 안 될 것입니다."

재활용과 지속 가능한 직물들이 해결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패션 산업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을 줄이려면, 소비자들도 행동을 바꿀 필요가 있다.

프레스는 "속도를 늦추고, 옷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을 입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자원과 창조적인 자원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작성자 정보

BBC News | 코리아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