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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사과 받고 싶었습니다' 박원순 고소인 입장 발표

고소와 동시에 "모종의 경로"로 박원순 측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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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 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출처뉴스1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존엄성을 해쳤던 분이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내려놓았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서울시 직원 A씨가 13일 변호인 측을 통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A씨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오후 2시 한국여성의전화 지하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피해자의 신상을 캐고 책임을 묻겠다'라는 등의 2차 피해가 계속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2차 피해 중단을 말씀드리고 '피해자가 존재한다'라는 부분을 분명히 말씀드려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해 오늘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장례위원회는 기자회견 직전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들이 온전히 눈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고인과 관련된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엄수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부소장은 고소인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A씨는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다"라며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고 밝혔다.

'첫 상담은 지난 5월에 이뤄져'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날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이며 이는 4년 동안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소인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서울시 관계자들은 박 시장을 옹호하거나 피해를 사소화했고, 피해자는 부서 이동을 요청했지만 시장이 승인하지 않는 한 이는 불가능했다고 이 소장은 설명했다.

그는 "인구 1000만 명의 대도시인 서울시장이 갖는 엄청난 위력 속에서 어떠한 거부나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전형적인 위력 성폭력의 특성을 보였다"고 판단했다.

고소인의 변호인 측은 13일 기자회견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보냈다는 비밀대화 초대 문자를 공개했다

출처뉴스1

김 변호사에 따르면 고소인은 시장 비서직을 지원한 적이 없고, 다른 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서울시청의 요청에 따라 시장실 면접을 봤고 비서실 근무를 "통보" 받았다. 이후 박 시장은 시청 내실 등에서 고소인에게 신체적 접촉을 했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서 음란한 문자와 사진을 전송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인과의 1차 상담은 지난 5월 12일에 이뤄졌고, 2차례 상담 끝에 5월 27일 법률적 검토가 시작됐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이후 지난 8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이튿날 오전인 2시 30분쯤 고소인 1차 진술조사를 마쳤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박 시장은 9일 모든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이후 박 시장의 딸이 오후 아버지 실종신고를 한 후 10일 자정을 조금 넘겨 사망한 채 발견됐다.

'수사 시작 전 피고소인이 수사 상황 알았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위력에 의한 사건인 만큼, 보안이 중요했으며 상담 과정부터 고소장 접수에 이르기까지 피고소인에게 사건에 대해 알리거나 암시한 적은 "일체 없다"며 "담당수사팀에도 절대적으로 보안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소인 측은 고소와 동시에 "모종의 경로"로 박원순 측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고소 사실이 확인된 8일 밤에 박 시장 최측근들은 한자리에 모여 대책회의를 진행했으며 이 자리에서 시장직 사의 필요성 등이 거론됐다.

고소인 측은 이날 이런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서울시장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의 장례 기간 동안 추모 물결과 함께 박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피해자 연대 움직임 또한 확산됐다

출처뉴스1

'진상 규명 필요하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날 박 시장이 사망하며 더 이상 형사고소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진상 규명 없이 넘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시장의 이력을 보면 여성 인권에 역할을 해 왔지만, "그 또한 직장 내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적 대상화, 성희롱, 성추행을 가했다"며 "만약 죽음을 선택한 것이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뜻이기도 했다면 어떠한 형태로라도 피해자에게 성폭력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진다는 뜻을 전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에서는 고소인 조사와 일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했다"며 "경찰은 현재까지의 조사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서울시 역시 조사단을 구성해 진실을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다수 여성단체들은 성명서를 내 '2차 가해'를 멈출 것을 호소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출처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 캡처

2차 가해에 대한 추가 고소장도 제출했다고 고소인 측은 밝혔다. 김 변호사는 "오늘 오전 피해자에 대해 온·오프라인 상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날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입장문에서 "피해자에 대한 피해사실 조사 및 판단은 제2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재발방지(에 필요하다)"면서 "아직도 용기내지 못한 수많은 피해자를 돕는 측면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필요하며, 본회는 피해자에 대한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피해자 입장문 전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존엄성을 해쳤던 분이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그토록 괴로웠던 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하는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이 일상과 안전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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