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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박원순 사망 때도 오보 속출.. '무책임한 보도'가 위험한 이유

'사람의 생명보다 더 큰 보도의 가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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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출처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64)이 10일 새벽 서울 북한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의 딸이 실종 신고를 한 지 7시간여 만이었다.

정치 거물의 갑작스런 실종 소식은 언론사들의 속보 경쟁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여러 오보가 나오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사망 여부를 '속보'라며 보도해 시민들에게 큰 혼란을 주기도 했다.

월간조선은 9일 오후 6시 45분경 "[속보] 박원순 시장 시신 발견, 성균관대 부근에서 발견"이라는 기사를 냈다. 경찰이 신고를 접수 받고 오후 5시30분부터 본격적인 수색에 나선 지 1시간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해당 매체는 이후 오보에 대한 정정기사 없이 기사를 삭제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오보는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여러 언론이 월간조선의 기사를 인용해 "박원순 서울시장, 성대 후문 와룡공원 후문서 시신 발견"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경찰은 "성균관대학교 후문 와룡공원 근처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수색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일부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여부를 보도해 시민들에게 큰 혼란을 주기도 했다

출처Getty Images

의료전문 매체 청년의사는 의료계 소식통을 인용해 오후 9시 31분경 "실종된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한 듯"이라는 기사를 냈다. 의료계 복수 관계자가 박 시장이 이미 사망한 상태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오후 10시 35분 성북동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박 시장을 아직 찾지 못했다"며 "1차 수색은 마친 상태로 곧 2차 수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경찰은 자정쯤이 돼서야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박 시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현장감식 절차가 진행된 뒤 시신은 10일 새벽 3시 20분경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한국기자협회의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사람의 생명보다 더 큰 보도의 가치는 없다"고 명시한다. 그만큼 생사에 대한 보도는 더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시장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시민운동계 대표 인물로 떠올랐다

출처Getty Images

SNS에는 언론사들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트위터 한 이용자는 "지금 1면으로 박원순 시장 사망 소식을 보내고 있는데 그것도 믿지 못하겠다"라며 "박원순 시장 관련 오보를 잔뜩 내놓는 언론사를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이용자는 "숨진 채 발견되기 전에 와룡 근처에서 숨졌다고 발견됐다는 오보가 뜨는 이 놀라운 일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보의 진원지를 찾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꼬집었다.

경찰의 사망 확인 발표가 나온 이후에도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비윤리적 보도는 계속됐다. 이른 새벽 여러 매체에 생방송으로 나간 경찰의 현장 브리핑에서 구체적 사망 원인과 발견 당시 상태, 그리고 발견 장소 공개 여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여과없이 전파를 탔다.

"목을 맨 건가요, 떨어진 건가요?"라는 질문에 최익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고려해서 확인해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답했다. 투신 가능성을 암시하는듯 성곽의 높이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공동으로 제정한 자살 보도 권고기준에 따르면 "구체적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의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나온다.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거나 묘사하면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살에 관한 정보나 암시를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자살 방법을 상세히 제공하면 안되며 자살의 이유를 단순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공표한다.

수색 작업은 약 7시간 동안 이뤄졌다

출처Getty Images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유현재 교수는 BBC 코리아에 유명인의 죽음을 전하는 보도의 "파급효과가 다르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해 자살에 대한 정보를 보면, 힘든 상황을 겪고 있지 않은 사람들보다 쉽게 미디어의 정보에 동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보도 방향이 구체적 사망 원인이나 장소, 동기에 집중되면 이를 접한 사람이 자신의 현재 처지를 이에 일치시킬 수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았던 유명인일 경우, 그 행동에 대한 매력도는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사건 상황을 전하는 단발성 기사뿐만 아니라 자살에 대한 치료 또는 해결책을 전달하는 기사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자살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일탈적 행동이 아닌, 예방 가능한 공중 보건적 질병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박 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이날 오후 12시부터 공식 조문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5일간 치를 예정이다. 발인은 13일이다. 서울시는 조문을 원하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 11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시청사 앞에 분향소를 따로 차린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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