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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남북 통신 연락선 모두 차단한 김여정.. 그가 전면에 나선 이유

"김여정은 단순히 김정은의 동생이나 대변인이 아닌, 당간부로서 본인의 입지를 더더욱 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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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의 세 번째 담화로 남북 간 통신 연락 채널이 차단됐다. 김여정의 말이 김정은의 말 다음으로 힘을 갖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뉴스1

지난 9일 0시부터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상선 공용망 등 남북간 통신 연락 채널이 모두 끊어졌다. 그 중심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담화에서 "최악의 사태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제 할 일을 똑바로 하라"며 탈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 한국 정부에 경고한데 이어 북한은 김여정의 '지시'라며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김여정은 한국 정부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북한 고위층 인사로 꼽힌다.

2018년 오빠인 김정은의 대남 특사로 한국에 와서 새로운 남북관계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4번 만났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사망하자 김정은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려 판문점에 내려오기도 했다.

김정은이 대남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김여정의 말에 남북간 통신 연락 채널이 모두 차단된 까닭과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김여정의 입'이 주목해야 하는 배경을 알아봤다.

대남 업무 '수장', 처음으로 공식 확인

김여정의 6.4 담화 바로 다음날 나온 통일전선부(이하 통전부) 대변인 담화는 "북한의 대남정책에서의 김여정의 역할을 처음으로 확인해줬다"고 미국 정부, 북한전문매체 NK 뉴스 등에서 근무한 이민영 북한 전문가는 BBC 코리아에 말했다.

통전부 대변인은 담화에서 김여정이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제1부부장"이라며 "대남사업 부문에서 담화문에 지적한 내용을 실무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을 착수하는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김여정은 지난 3월에도 청와대를 맹비난하는 담화를 내 '대남 사업 관여설'이 제기됐지만 북측이 공식으로 김여정이 대남 업무 총괄임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여정은 한국 정부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북한 고위층 인사로 꼽힌다

출처뉴스1

통전부 소속 아닌 특수한 위치 가능성 높아

북한에서 대남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는 북한 노동당 통전부이지만 '백두혈통'인 김여정을 통전부 제1부부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본다. 심지어 김여정은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이 돌던 4월 김정은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실제로 통전부 대변인도 담화에서 김여정의 소속 부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런 이유로 김여정이 조직지도부에 적을 두고 김 위원장의 국정운영을 전반적으로 보좌하며 대남 업무를 관장하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2018년 당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었던 김여정은 지난해 말 조직지도부로 이동한 것으로 한국 정보당국은 추정해 왔다.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지만 "'백두혈통'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부장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북한연구소 정영태 이사는 BBC 코리아에 말한 바 있다.

노동신문, 김여정 담화 반향 상세히 보도

김여정 담화 이후 북한 매체가 연일 김여정 담화를 인용하고, 단체들과 인민들의 반응을 실은 것은 김여정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다고 이민영 연구원은 말했다.

김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가 나온 것은 3월 3일과 같은 달 22일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러나 이번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렸던 이전과 달리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서도 게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여정 담화 이후 북한 매체가 연일 김여정 담화를 인용하고, 단체들과 인민들의 반응을 실은 것은 김여정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다

출처Getty Images

노동신문은 6, 7일 이틀에 걸쳐 1면을 포함해 각 2개면과 3개면에 담화에 대한 각계 반향을 실었고, 9일에도 담화에 대한 호응을 상세히 보도했다. 노동신문이 북한 최고지도자가 아닌 인물의 담화를 인용해 반향을 대대적으로 실은 것은 전례가 없다는 분석이다.

또 6일 평양에서 열린 '청년학생 항의군중집회'에선 김여정이 4일 발표한 담화가 낭독됐다고 알려진다.

김정은 말 다음으로 귄위 있어

이민영 전문가는 "보통 그런 식의 반응들은 중대 기관 명의의 발표, 아니면 김정은의 신년사 등에 국한돼 있다"며 "북한 내에서 당정책 수립과정에서 김여정의 역할을 공식화하고 김여정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두연 국제위기그룹(ICG) 선임연구원 역시 김여정의 담화가 갖는 권위성에 주목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을 대신해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김정은 발언 다음으로 그의 여동생이자 최측근인 김여정의 발언이 권위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굳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한국을 비난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민영 전문가는 "북한에서 나오는 공식 발표문들의 경우 통상적으로 김씨 일가를 제외하면 개인 명의로 된 것이 기관 명의로 된 것에 비해 권위성이 낮지만, 김여정은 일반인이 아닌 김씨 혈통이며 2018년부터 남북관계에 깊숙이 관여를 해온 인물이기에 그의 발표문은 권위성이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전 김여정은 주로 오빠 김정은의 '그림자 수행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모습이었다

출처뉴스1

김정은 동생, 비서 이미지 탈피

김여정이 처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에서였다. 이후 2014년 3월 북한 매체가 그를 '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이라고 호명하며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당시 특사로 방한한 이후 남북, 그는 북미의 대화 무대에도 등장했지만 주로 선언문에 선언하는 김정은에게 펜을 주거나, 정차한 기차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김정은의 재떨이를 들고 있는 등 '그림자 수행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모습이었다.

이민영 전문가는 "지금까지 김여정은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 당연히 당정책에 관여를 했겠지만 (북한 내) 언론에서 비춰지는 그의 역할은 주로 김정은 수행간부 내지는 비서였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번 담화문이 북한 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됨에 따라 "김여정은 단순히 김정은의 동생, 김정은 대변인이 아닌, 당간부로서 본인의 입지를 더더욱 다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여형제'란?

북한 정권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김여정의 신상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다. 태어난 연도조차 확실히 파악되지 않다가 2018년 말에야 한국 정부가 출생연도를 1988년으로 판단했다. 결혼을 했고 자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남편이 누구이며 자녀가 몇 명인지는 확실치 않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여형제들은 이전에도 북한에서 핵심 요직을 맡아 왔다.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을 맡아 1972년 7ㆍ4남북공동성명 발표 때 김일성을 대신해 서명했으며,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정일의 동생 김경희 역시 당의 주요 직책을 맡아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역시 주요 직책을 맡아 왔다

출처Getty Images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여정에게 '유리천장'이 있다고 본다. 20년 넘게 북한 여성을 연구해 온 임순희 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BBC 코리아에 북한의 여성 지위를 설명하며 "조선시대부터 뿌리 깊었던 남존여비 사상이 여전히 북한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백두혈통'은 일반 북한 여성과는 분리되어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2010년에 탈북한 50대 초반 강미진 씨는 백두혈통의 여성들은 일반 북한 여성과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동일시하면 안 된다. 권한이 엄연히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여정 쓴소리는 계속될 듯

김여정의 북한의 대남정책 총괄임이 공식화된 만큼 앞으로도 김여정 명의의 남측 비난 담화는 계속 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민영 전문가는 "김여정 명의의 담화가 3월부터 지금까지 세 번이나 나왔고, 당분간 북한이 한국에 대한 긴장수위를 높여갈 것이기 때문에 더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며 "단 수위조절의 측면에서 결정적일 때에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너무 자주 나오는 발표문은 권위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이 돌던 4월 김정은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출처Getty Images

북한의 대남정책 총괄 자리는 떠오르는 인물에게 일종의 이슈 메이킹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자리이기도 하다고 북한 전문매체인 NK 뉴스는 전했다. 김정은이 처음 공개 석상에 나온 2010년에 일어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배후에도 대남정책 총괄 조직인 통전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굳이 남측과 해빙관계를 맺을 필요성이 없는 이 시점에 김여정이 이 자리를 이용해 북한 지도층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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