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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수요 높은데'... 하루에 수만 마리씩 안락사되는 돼지들

코로나19로 미국의 식품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수백만 마리의 돼지가 식탁에도 오르지 못하고 죽게 될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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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보어붐은 자신의 농장과 공동체가 코로나19로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출처BBC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육가공 공장에도 미치면서 심각한 육류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고기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도 수백만 마리의 돼지들이 식탁에 오르지도 못하고 죽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미네소타의 한 농장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 보어붐이 길고 낮지만 매우 밝은 '육아실'에 들어가자 새끼 돼지들이 그의 발 앞에서 바다가 갈라지듯 흩어진다. 5800마리의 새끼 돼지들이 발굽으로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는 귀가 먹을 정도로 크다. 하지만 잠시 후 새끼들은 진정하더니 그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이내 분홍빛 코를 위로 내밀고 하나둘씩 방문객을 점검하려 든다.

카키색의 작업복과 고무장화, 비닐장갑을 착용한 보어붐은 수십 개의 돼지우리를 관리한다. 보어붐의 농장을 비롯한 미네소타 남서부의 농장 40곳에서 사육하는 돼지들은 도축돼 미국 전역의 상점에 팔릴 예정이었다.

"여기 있는 모든 돼지들을 보면 정말 놀라워요." 기쁨이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그는 말한다. "현재 상황을 보면 이 돼지들 중 단 한 마리도 식품공급망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요."

3대째 돼지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보어붐은 코로나19로 인한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수만 명의 미국 돈육 생산자들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상점에서 육류 수요는 높지만 미국의 식품공급망이 무너져 수백만 마리의 돼지들을 안락사시켜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닭이나 소를 키우는 농부들도 비슷한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특히 돼지는 태어나서 도축이 가능한 시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 돼지 농장에서 가장 극단적인 선택이 일어나고 있다. 미네소타 돈육 생산자 협회에 따르면 미네소타 주 내에서만 매일 1만 마리의 돼지들이 안락사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 보어붐은 돼지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으로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한다

출처BBC

보어붐은 돼지들을 일부 팔거나 새끼 돼지들을 낙태하고 체중이 모자란 600마리 가량을 안락사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그는 수주 내로 시장에 공급 가능한 수준의 체중인 돼지들 1만 마리를 더 죽여야 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우리가 돼지들을 안락사시키는 바로 그 끔찍한 날에도 이곳에서 20km 떨어진 동네 상점은 고기 공급을 못 받을 수 있어요. 지금 공급망이 이 정도로 망가진 상태입니다."

위기의 첫 번째 대형 징조는 사우스다코타의 스미스필드 육가공 공장에서 나타났다. 스미스필드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공장으로 미국 전역에서 공급되는 돼지고기의 약 5%를 책임지고 있다. 얼마 전 직원 3700명이 일하는 이 곳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번졌다. 이들은 고기의 뼈를 발라내고 자르는 작업을 하는 동안 공장 라인에서 매우 가까이 붙어 있어야 했다.

3월 말 공장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에도 직원들은 붐비는 구내식당과 탈의실 등을 매일 돌아다녔다. 이들은 공장에 확진자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일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계속 출근했다.

"이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할 수 없어요. 출근을 해야하죠. 만약 출근을 안하면 일자리를 잃게 되고요." 뉴욕대학교의 식품영양학 교수 캐롤린 디미트리는 말한다. "불행하게도 미국의 식품 공급체계는 감염에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4월 중순이 되자 스미스필드 공장은 현지 정치인의 압력에 의해 마침내 문을 닫았다. 이 공장에서만 644건의 확진 사례가 나와 미국 최악의 집단감염지가 됐다.

Illustration of two workers

출처BBC

미국 전역에 있는 170개의 육류 가공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노동자 약 5000명이 코로나19에 걸렸으며 적어도 45명이 사망했다.

"당신이 상점에서 사는 모든 상품에는 실제 사람들이 연관돼 있다고요." 스미스필드 노동자의 딸인 새러 텔라훈 버는 말한다. "이 사람들은 착취당하고 있어요."

한편 코로나19로 공장 38곳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주간 운영을 중단했다. 미국의 육가공 업계는 매우 밀접하게 통합돼 있어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육류 생산량이 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정육 시설을 '중대한 기간시설'로 규정하는 대통령령을 내렸지만 그 이후에도 추가로 공장 7곳이 폐쇄됐다.

이 여파는 이미 미국 전역의 상점에서 눈에 띤다. 코스트코는 고객 한 명당 구매할 수 있는 육류 상품을 최대 3개로 제한했다.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는 성명서에서 소고기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도축할 준비가 된 돼지들을 갖고 있는 농부들에게 쉬운 해결책이란 없다.

돼지의 체중이 160~180kg에 달하면 돼지가 너무 커서 도살장 기구를 사용할 수 없다. 결코 팔리지 않을 돼지들을 계속 키우는 것은 농장의 경영 상태를 급속히 악화시킨다. 그런데 새끼 돼지들은 매일 태어난다. 농부들에겐 새로운 돼지들을 둘 공간이 없다.

"돼지를 키우는 건 고기 때문이죠"

출처BBC

소농이 대부분인 농부들에게는 이 모든 상황은 큰 재정적 타격이다.

"많은 농장들이 망할 겁니다." 디미트리는 말한다.

보어붐을 비롯한 농부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그는 현재 갖고 있는 돼지들 중 약 25%만 팔 수 있다. 15만 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그의 농장은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될 수 있다. 게다가 이 농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약 100명이나 된다.

"직원들을 자르거나 계약 사육사들의 수를 줄여야 할 수 있어요. 이런 동네에서는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그는 말한다. "지방의 모든 것들이 영향을 받을 거에요."

보어붐은 전 세계에서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자기 자신만 고통받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싶진 않다고 한다. 한편으론 그도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고 지켜야 할 농장이 있다.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그는 눈물이 난다고 한다.

"돼지를 키우는 건 고기 때문이죠. 누군가의 식탁에 고기를 올리기 위해 키우는 겁니다." 그는 말한다. "먹을 것을 그냥 버린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역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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