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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위 외교관에서 한국 국회의원으로.. 태구민은 누구?

한국 강남갑 유권자 10명 중 6명이 이 탈북자에게 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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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엔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후 청사에선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귀순 후 첫 기자회견이 열렸다.

평소보다 길고 엄격한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 통일부가 미리 준비한 취재 허가증을 목에 건 기자만 회견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검은 양복에 푸른색 줄무늬 넥타이를 맨 태 전 공사가 입장했다. 그는 천천히 모두발언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원고 말미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들고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3년 뒤인 2020년 4월 16일 새벽, 그는 새로운 이름 '태구민'으로 만세를 불렀다. 넥타이는 분홍색으로 바뀌었다.

지난 15일 21대 총선에서 그는 탈북자 최초로 지역구 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한국의 대표적 부촌, 강남갑 유권자 10명 중 6명이 그에게 표를 던졌다.

태구민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인의 탈북과 귀순, 정당 입당과 국회의원 당선까지, 그의 지난 3년을 되짚어 봤다.

역대 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이 망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2016년 8월 16일이었다. 

이날 BBC는 이 외교관이 '태영호 공사'로 추정된다며 "10년 동안 살던 영국에서 몇 주 전 가족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 서부의 북한 대사관 전경

출처BBC

이튿날 한국 통일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태 당선인의 입국 사실을 시인했다.

공사는 대사에 이은 대사관 내 서열 2위다. 태 당선인은 현재까지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 가장 직급이 높다.

외교관 양성 학교 출신 '엘리트'

1962년생, 올해 58세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 주민등록상엔 1964년생으로 기재됐다.

태 당선인은 "북한의 테러 위협을 피하기 위해 이름과 생년월일을 고쳐 등록했다"고 밝혔다. '구민'이라는 이름에 대해선 "북한 주민들을 구원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평양 출생으로 북한의 외교관 양성 기관인 평양 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덴마크와 스웨덴을 거쳐 영국 런던 북한 대사관에서 공사로 근무했다. 

2017년 1월 태 당선인을 만났던 스티븐 에반스 당시 BBC 한국 특파원은 그에 대해 이렇게 썼다.

"런던에서의 그는 늘 여유로워 보였다. 항상 말끔한 차림이었으며 부드럽게 말했고, 교외 테니스 클럽에도 잘 어울렸다."

"자식 노예 사슬 끊어주려 귀순"

태 당선인은 2018년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를 펴냈다.

책에서 그는 자녀를 평양으로 복귀시키라는 당국 지시에 '부모가 자식을 데리고 살 권리도 없는가. 이렇게는 더는 살지 말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외교관 등 해외 노동자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 종종 자녀들을 평양에 붙잡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귀순 직후 인터뷰에서도 태 당선인은 자주 자녀 문제를 귀순 계기로 꼽았다. 그는 아내와 함께 1992년생과 1997년생, 두 아들을 데리고 탈북했다.

2016년 12월 첫 기자회견에서 그는 탈북 순간 가족들에게 "이제 내가 노예 사슬을 끊어주니 자유롭게 살라"는 말을 건넸다고 했다.

이날 북한 외교관들을 향해서도 "자식들을 인질로 잡아 둔 김정은을 순한 양처럼 따르지 말고 다같이 들고 일어나자"며 "훗날 부모로서 자식들에게 노예 사슬을 끊어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미래통합당 영입인재로 정치 입문

귀순 후엔 한국 국정원 산하 국가안전전략연구원에서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하지만 1년 5개월만인 2018년 5월 돌연 위원직을 사퇴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며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던 때였다.

그는 연구원 측에 "남북화해와 협력을 이어나가야 할 상황에서 고민 끝에 내린 판단"이라고 사퇴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김형오 당시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태 당선인 영입 소식을 밝히자 한국 언론은 들썩였다.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국회의원에 탈북자가 출마하는 게 처음이었던 데다 통합당이 그를 '보수 텃밭'인 강남갑에 공천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애당초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출마 이후 재산 형성 과정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태 당선인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보유 재산으로 부동산 8억 9000만원, 금융자산 9억 7500만원 등 총 18억 6500만원을 신고했다. 두 아들도 각각 1억 4000여만원의 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탈북 4년 만에 이같은 규모의 재산을 형성한 배경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통합당은 "강연도 많이 했고 책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며 정상적 절차를 통한 재산 증식이었다고 맞섰다.

"문재인 정권 대북외교는 완전 실패"

태 당선인은 귀순 직후부터 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공공연히 비판해 왔다.

지난 2월 총선 출마 공식 선언 기자회견에서 그는 자신이 한국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으로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한 이해와 경험과 예측 능력"을 꼽았다.

선거 운동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선 "북한의 대남전술은 변한 게 없고 비핵화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 정부는 평화 무드가 깨질까 걱정해 북한 도발에 대해 아무 말 못하는 신세가 됐다"고 썼다.

자신이 "북한 정권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외교는 완전히 실패했다"고도 지적했다.

넘어야 할 산들

당선이 확실시되던 순간 그는 서울 강남구 선거사무실에서 눈물을 흘렸다. 애국가도 불렀다.

58.4% 득표율로 39.6%를 얻은 민주당 김성곤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렸다.

국회 입성을 앞두고 있는 그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각에선 한국 사정에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그가 공약을 잘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태 당선인은 선거 기간 "현 정부는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세금과 규제라는 비정상적 방법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데만 집착한다"며 "경제 정책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강남 재건축 문제는 부동산 투기가 아닌 생활의 질 향상 문제"라며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올려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또 북한에서의 성범죄 의혹으로 한국 수사기관에 고발된 상태다.

지난 3월 시민단체 '촛불국회만들기 4·15총선시민네트워크'는 태 당선인을 강간 혐의로 고발했다며 "북한이 그가 미성년자를 강간하고 탈북했다고 비난한 사실을 조사해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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