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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도시가 문을 닫으며 달라진 주말의 의미

주말은 무엇이며, 격리된 채로 살고 있는 세상에서 주말을 누리는 것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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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해변가

출처Getty Images

여가 시간은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는 더욱 그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폐쇄 속에서 어떻게 해야 주말을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을까?

드라마 '다운튼 애비'에 나오는 장면이다. 크롤리 가족이 손님과 함께 호화로운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손님이 말한다. "저는 실제 직업이 있어요. 주말에는 다른 것들을 할 시간이 있죠." 저녁식사 시간은 갑자기 혼란스러워 진다. 그때 매기 스미스가 연기하는 크롤리 노부인이 약간 놀란 투로 묻는다. "주말이 뭔가요?"

코로나19 확산을 늦추기 위해 최근 몇 주간 학교, 사무실, 공공 장소 등 많은 곳이 문을 닫고 있다.

이런 시기에 "주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비필수 직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이 고민하게 되는 질문이다.

집 안에 머물며 일상에서 멀어진 채 스스로 격리 중인 많은 이들은 시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시간이란 달력으로 규정될 수 없는 이상하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아직 잠옷 차림인데 TV와 업무용 노트북이 켜져 있다면, 몇 시라는 게 중요할까?

마감해야 할 업무, 과자를 달라고 보채는 아이들 사이를 오가는 상황에서, 오늘이 무슨 요일이라는 것이 중요할까?

주말은 무엇이며, 격리된 채로 살고 있는 세상에서 주말을 누리는 것이 가능할까?

베로니카 마카로바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전화로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있다

출처Getty Images

기대되는 주말

예일대에서 인기 강좌 '웰빙의 과학'을 강의하는 심리학과 교수 로리 산토스는 "현재 위기에서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우리 스케줄 대부분이 완전히 꼬여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입니다. 일과 여가 활동에 맞춰 규칙적인 스케줄을 갖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이기에 도움이 되죠. 가뜩이나 불확실해진 이 시기에는 더욱 그렇고요."

보통 때 같으면, 우리는 수업, 교통, 업무, 약속 등으로 스케줄을 짠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사라지면서, 휴식 시간을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채니 쿠로니오티스는 시애틀에 있는 여행사 '릭 스티브 유럽'의 마케팅 이사다.

그는 지금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규칙적인 시간에 맞춰 일어나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시계 알람을 맞춘다.

낮잠을 자는 것은 주말에 누리는 즐거움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여유로운 아침은 대개 불가능한 현실이다.

에밀리 세펠은 파리에 있는 국제 기구에서 일하며 기술 분야에서 종사하는 남편과 살고 있다.

부부는 현재 집 안에서 업무와 여섯 살 아들의 보육을 함께하며 살고 있다.

주말이 기다려질 수 있도록, 부부는 규칙 하나를 만들었다.

매 주말마다 각각 3시간씩 집 안의 특정 공간을 선택해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것.

세펠은 "가족 내 다른 구성원들은 '혼자 있을 차례인 사람'이 실제로 없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 시간을 아침과 오후를 번갈아 가면서 사용할 수 있게 정해요. 지난주 저는 토요일 아침과 일요일 오후를 '저만의 시간'으로 정했죠. 발코니에서 햇살을 쬐며 책을 읽고 욕실에서 넷플릭스를 봤어요. 제가 원하는 것을 하는 거죠."

인간이 만든 사이클

주말은 왜 중요할까?

언론인 카트리나 온스타드는 자신의 저서 '주말의 효과: 과로를 지양하고 휴식을 취함으로써 얻는 삶의 변화(The Weekend Effect: Taking Time Off and Challenging the Cult of Overwork)'라는 책에서 한 주가 7일인 것은 전적으로 사회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일주일은 지구가 자전하는데 걸리는 24시간이나 공전하는데 걸리는 1년과 다르다는 것이다.

온스타드는 사실 이틀로 규정된 주말은 경제 위기 속에서 생겨났다고 말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주당 40시간 근무를 채택하지 않았던 산업계가 노동자들의 노동일을 5일로 축소했다.

더 적은 노동시간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일을 배분하기 위해서였다.

1938년에는 주 40시간 근무제가 공정노동기준법(the Fair Labor Standards Act)과 함께 법제화됐다.

현재 위기도 오랫동안 지속될 또다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포츠머스대 역사학과 브래드 비븐 교수는 원격 근무, 자영업, 긱 이코노미 일자리 증가를 예로 들면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도 일하는 주간에 대한 전통적 개념이 흔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격리되는 상황 때문에 사람들은 노동시간과 휴식 사이클 및 업무 일정을 스스로 결정하게 됐어요."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아이

출처Getty Images

'정상적인 상황을 되찾아라'

지금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사회적 관습이 어떻게 바뀔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개인들이 하루, 한 주에 나름대로 일상 구조를 짜는 것은 불확실성과 긴장으로 가득찬 앞으로의 몇 주간을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다.

생산성 컨설턴트 겸 '인디스트럭터블: 주의력을 조절하고 인생을 선택하는 방법(Indistractable: How to Control Your Attention and Choose Your Life) 저자인 니르 에얄은 "만약 당신이 뭔가를 완수하고 싶지 않다면, 나름의 일상 구조를 만드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만약 뭔가를 완수해야 한다면,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는 일상 구조가 필요하고, 구조 없이는 사람들이 미쳐버릴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통제되는 것은 적고 기대치만 높을 때 우울감과 불안감이 상승하게 됩니다."

에얄은 2006년에 나온 연구를 언급했다.

노동 조건, 최소 사회적 지원, 업무와 관련된 높은 기대치 등을 제어하지 못하는 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우울감이나 불안감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상황과 비교해 보자.

우리 모두 집에서 일하면서, 친구나 사랑하는 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다.

게다가 팬데믹 속에서 일과 가정, 온라인 학습 등에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럴 때 특정한 일상 구조와 시간 감각을 유지하는 것은 현재 우리가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산토스는 "지금 달라진 상황을 활용해서, 과거 주말에 했던 것들을 재현해 보라"고 말했다.

"매주 일요일 친구들과 브런치를 먹었나요? 그렇다면 팬케이크를 만들어 친구들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토요일 아침에는 조깅을 했었나요? 그렇다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채로 조깅을 하러 나서 보세요. 이것은 우리가 이전에 했던 것을 가능한 많이 되살려서, 지금 처한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찾는 겁니다."

에얄은 일상의 루틴이 어떤 내용이었느냐 보다 일상의 루틴이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위기는 고용주가 만들어낸 리듬이 아니라 자신만의 리듬에 맞춘 스케줄을 만들어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낼 수도 있다.

런던에서 노인 자선 봉사 단체에서 일하는 캐롤 혼은 9살과 7살인 자녀들에게 공부하는 요일을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로 변경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줬다. 아이들 학습을 도와줄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첫째 아이가 주저하는 바람에, 이 계획을 취소했다.

혼은 "첫째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주말로 보내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스케줄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가 자신의 선호를 깨닫게 된 것이다.

"정상적인 것들이 없어진 터라, 아이가 지킬 수 있는 작은 루틴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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