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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4·15 총선 '여성' 관련 공약만 살펴봤다

"사실상 통합당의 젠더 폭력 정책은 정당 공약이라기엔 지나치게 빈약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평가를 진행하기조차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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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대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는 정당들의 '여성' 관련 공약은 지난 몇 년 사이 드러난 문제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을까?

출처News1

지난 몇 년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문제 중 하나였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이 있었고, 2017년부터 사회 전 분야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시작됐다. 2018년엔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열린 국내 시위 중 역대 최대 규모인 '혜화역 시위'가 열렸다.

2019년 버닝썬 게이트과 정준영의 불법촬영 사건, 다크웹 유·아동 성착취 영상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그리고 불과 1분기를 막 지난 2020년에 미성년자의 성착취물을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터졌다.

한국 여성 상당수는 일상에서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살고 있다. 2018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이 '(성)범죄 발생'으로 일상에서 불안을 인식하는 비율은 57%였다.

그렇다면 오는 15일 열릴 제 21대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는 정당들의 '여성' 관련 공약은 이를 얼마나 잘 반영했을까?

당선된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2024년 5월 29일까지로, 이들의 공약은 앞으로 4년간 한국 여성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를 알려주는 힌트가 될 수 있다. BBC 코리아가 4·15 총선 '여성' 관련 공약을 의제별로 살펴봤다.

66년간 한 번도 안 바뀐 '강간죄'

현행법에 따르면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가 피해자가 반항을 못하거나 반항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수년째 있었지만 실제 개정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강간죄 개정은 우리 사회가 성폭력을 어떻게 개념화하는지에 도전하는 문제다"라고 여성신문에 '강간죄 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간죄 개정 요구하는 시위

출처News1

정당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핵심 10대 공약을 보면, 정의당은 동의 여부 기반 강간죄로 '조속히' 개정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도 10대 핵심 공약에 강간죄 개정을 포함시켰지만,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비교적 소극적 문구를 채택했다는 평가다. 미래통합당의 공약에는 간음죄 관련 내용이 없다.

하지만 여성 단체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김 부소장은 "지난 미투 국면 이후 5개당이 발의한 강간죄 관련 개정안이 10개에 이르렀다. 그러나 21대 총선을 앞두고 나온 공약들은 도리어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형법 297조 '강간죄'는 1953년 형법이 처음 제정된 뒤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반면 영국(2003년), 스웨덴(2018년), 독일(2016년)은 동의 여부나 자발적 참여 등을 기준으로 강간죄를 규정하는 방향으로 형법을 개정한 바 있다.

'n번방' 사건… 디지털 성범죄 대책은?

'n번방'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역대 최다 동의를 받으면서 정당들은 잇따라 디지털 성범죄 대책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변형카메라 수입‧판매 및 소지 등록제 도입, 변형카메라 이력정보시스템 구축 ▲불법촬영물 차단에 AI기술 도입 및 경찰청 불법촬영물 추적 시스템을 활용한 신속한 삭제지원서비스 구축 ▲성착취 영상물의 구매자‧소지자 처벌 강화, 유포협박 및 사진‧영상합성 등에 대한 처벌규정 마련 등을 제시했다.

정의당의 경우 ▲디지털성폭력 대응을 위한 국가 비전 수립, 성폭력특례법 개정을 통한 처벌강화 ▲불법촬영물 공급망(사이트운영자‧광고업자‧웹하드‧헤비업로더 등) 단속처벌강화, 청소년성보호법 상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발견 시 삭제‧전송방지‧중단 조치에 대한 의무 부과 규정 등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출처News1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디지털 성범죄 관련 더불어민주당의 대책이 변형카메라 추적을 약속해 차별성을 보였고 정의당이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뿐 아니라 산업 유통구조와 서비스제공자의 문제까지 포괄적인 정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지난 8일 평가했다.

이어 "통합당은 제21대 국회의 중요한 젠더 정책 과제인 강간죄‧가정폭력‧성착취 근절과 관련한 어떠한 공약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나마 빈약하게 제시한 공약도 주로 보호 대상으로서의 여성을 상정한 보호 중심의 정책이었고 구조적‧예방적 접근보다는 사후적 대책이 많았다. 사실상 통합당의 젠더 폭력 정책은 정당 공약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빈약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평가를 진행하기조차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생당은 지난 5일 'n번방' 사건 방지를 위한 공약을 발표하며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연령을 현행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성인 가해자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의제강간죄 기준연령을 현행 만 13세에서 16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다수의 국가가 16세를 채택하고 있다.

콜센터 감염으로 드러난 여성 노동자 고용 불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성 노동자가 겪는 고용 불안도 다시 한번 드러났다. 수도권 첫 집단 감염이 일어난 구로 콜센터에서는 서울 거주 확진자 52명 중 46명이 35~60세 여성이었다.

당시 콜센터 노동을 연구해온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이승윤 교수는 BBC 코리아에 "콜센터 노동자는 하청과 비정규직, 저임금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대다수"라고 말한 바 있다.

박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는 '고용, 일(일·가정 양립)' 분야의 각 정당별 정책에 대해서 "이번 총선에서 여성 노동자에 관련한 정책이 너무 미약하다"고 (사)여성·문화네트워크가 지난달 31일 연 총선대비 '여성정책 전문가 간담회'에서 우려를 표했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이승윤 교수는 BBC 코리아에 "콜센터 노동자는 하청과 비정규직, 저임금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대다수"라고 했다

출처News1

미래통합당은 여성 노동자과 임금 격차에 대한 직접적인 정책은 없다. 민주당은 공공기관 및 일정규모 이상 기업의 성별 및 고용형태 등에 따른 임금정보 보고 의무화, 주요 항목 임금분포 정보를 분석‧가공해 공시하는 임금분포공시제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궁극적인 대책으로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반면에 정의당·민중당·여성의당은 여성 정책과 관련해서 비교적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고 박 부대표는 평가했다.

정의당은 성별임금격차해소법, 이른바 '82년생 김지영법'을 제정해 채용 시 성차별한 법인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사업부 형사처벌로 강화하고, 여성청년 고용의무 할당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여성의당은 성별임금격차가 존재하는 사업장에 격차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이를 해결하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 사업주를 처벌하거나 벌금 부과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제시했다.

20대 국회 때 지키지 못한 공약 다시 등장하기도

보육, 워킹맘 관련 공약은 어떨까?

작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또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2월 말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개학이 연기되는 등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맞벌이 직장인 4명 가운데 3명이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은주 한국 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전반적으로 "보육의 질 격차해소를 위한 정책이 많았다"며 정의당과 민주당의 경우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를 감안해 교육부 소관인 유치원과 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을 중장기적으로 통합하는 '유보통합' 관련 정책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경우 돌보미 공백 해소를 위한 가족 돌봄 정책과 보육 교사 처우 개선 등 단편적인 정책을 내놓았지만, 정책이 유기적이지 않았고 미봉책에 불과했다. "보육 교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 된다는 관점이 그대로 녹아있다. 보육 현장이 교사 감독 강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어린이집 휴원 기간을 무기한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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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활동가는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및 여성 과학 기술인 기회 확대'는 이미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었다는 것을 '여성정책 분석 전문가 간담회'에서 지적했다. 또 통합당의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은 '정치하는엄마들'이 꾸준히 주장해온 것이지만 당시 자유한국당에서 반대를 했었다며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것이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각 당이 2016년 제20대 4‧13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공약도 살필 것을 조언한다. 당시 내놓은 공약들 중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21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등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임선희 한국 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재출마하는 20대 국회의원들의 경우 이전 의정 활동도 살펴볼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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