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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사라져가는 공항 아날로그 보드의 역사

판을 돌려 정보를 알려주는 빈티지 느낌의 보드는 '인스타그램 시대' 비행기 여행의 낭만을 극대화 시켜주는 좋은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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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린 림과 니콜 리가 창이 공항의 명물을 방문했다

출처BBC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는 명물이 있다.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서 사진을 촬영한다.

어떤 이는 웃음을 지어 보이고, 다른 어떤 이는 불가사리 마냥 몸을 활짝 펼치며 뛰어오른다.

또 어떤 이는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바쁘다.

그리고 정갈한 소음이 공항 복도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서서히 카메라를 내려놓고 소음이 일어나는 장면을 감상한다.

쿠알라룸프르는 콜롬보가 되고, 서울은 도쿄가 되며, 브루나이는 상하이가 된다.

엘리안 림과 니콜 리는 항공편도 없이 이 명물 하나만을 위해 공항에 왔다.

"보는 것만으로 치유가 되네요."

"소리도요! 너무 좋아요."

바로 싱가포르 창이 공항의 자랑, 아날로그 디스플레이 보드다.

특별한 아날로그

아날로그 보드, 나미비아 윈도호크 공항, 1965

출처Solari di Udine

비행기의 출발과 도착 시간 및 게이트 번호 등을 명시하는 공항 디스플레이 보드는 보통 디지털 화면을 이용해 순식간에 화면을 바꾼다.

하지만 창이 공항의 디스플레이 보드는 다르다.

하나하나의 작은 판이 회전해 알파벳을 바꿔 출발과 도착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이러한 아날로그적인 정보 표출은 '타닥타닥'하는 명쾌한 소리를 내며 보는 이에게 신선한 체험을 선사한다.

판을 돌려 정보를 알려주는 빈티지 기술은 '인스타그램 시대' 비행기 여행의 낭만을 극대화 시켜주는 좋은 도구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업데이트가 더디고, 유지가 힘들뿐더러, 글자 수가 초과하면 줄임말로 대체해야 한다.

그래서 창이 공항 제2터미널의 명물은 아쉽게도 곧 사라진다.

1999년에 설치된 아날로그 디스플레이 보드는 부다페스트 공항과 볼티모어 공항이 그러했듯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대체된다.

솔라리 디 우딘

솔라리 디 우딘의 첫 아날로그 보드, 1956

출처Solari di Udine

솔라리 디 우딘. 처음 아날로그 디스플레이 보드를 만든 회사다.

이탈리아 북부 작은 마을에 위치한 이 회사의 디자이너 지노 발레와 레미지오 솔라리는 10개의 숫자가 적힌 4개짜리 판으로 최초의 아날로그 시계 디스플레이를 만들었다.

하얀색과 검은색 판이 돌아가며 시간을 알려주는 디자인은 세계 2차 대전 이후인 1956년 당시 최고의 상이었던 황금콤파스 상을 받았다.

솔라리가 제작한 첫 보드가 벨기에 기차역에 설치됐다.

솔라리는 벨기에 발명자 존 마이어의 도움을 받아 모터와 전류로 회전하는 40개의 아날로그 보드를 설치했다.

이후 이들의 발명품은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솔라리의 마케팅 매니저 카시아 브레데온은 이후 수천 개의 보드를 공항과 기차역에 판매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자국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 관세 정책을 펼쳤을 때도 유일하게 솔라리 분할 보드만은 수입품으로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솔라리를 이어 체코에서도 프라고트론이라는 회사가 비슷한 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솔라리는 이후 노선을 바꾸어 아날로그 보드 제작을 중단하고 트랜지스터와 발광 다이오드를 쓰는 디지털 보드를 만들었다.

그렇게 아날로그 보드는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하지만 지노 발레의 분할 아날로그 보드는 여전히 남아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1960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조지 뉴베리 공항

출처Solari di Udine

일명 솔라리 보드로 통칭되는 이 보드는 상이 공항뿐만 아니라 박물관 등에 남겨져 전시되고 있다.

한 예로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의 칸다스 항공 일등석 라운지에서는 이 아날로그 보드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승객분들이 아날로그 보드를 보고 소리를 듣는 걸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아크라, 가나 1969

출처Solari di Udine

솔라리 디 우딘은 공항용 보드를 모두 디지털로 대체했지만 작은 가게와 레스토랑 박물관 그리고 호텔 등에 아직 아날로그식 보드를 판매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출신 엔지니어 6명이 모여 만든 회사 오트 폰더리도 '디지털'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아날로그 보드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3년 전 우연히 한 레스토랑 주인이 손님들에게 청색 빛을 노출 시키지 않고 시간을 알려줄 수 있는 아날로그형 "기차역 보드"를 제작해달라는 수주를 받은 뒤 꾸준히 이를 제작해왔다.

1965년 일본 오사카

출처Solari di Udine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 등 다양한 공간에서 이 회사에서 만든 아날로그 보드를 만나볼 수 있다.

오트 폰더리의 마케팅 매니저 제프 노왁은 아날로그형 보드가 실용적이면서 낭만적이라고 설명한다.

"실용적 관점에서 봤을 때 소리가 정보의 변화를 알려준다는 점은 매력적입니다."

"조간신문을 보다가 소리가 날 때만 잠깐 얼굴을 들어 확인하면 되니까요."

"또 원래 도시에 살던 이들에게는 분할 보드가 움직이는 소리는 과거를 회상하게 해줍니다. '탁탁탁' 돌아가는 소리가 여행을 기대하게 하기도 하죠."

"또 이 디스플레이와 함께한 역사가 없는 신세대에게는 눈길을 끄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선사합니다."

1966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출처Solari di Udine

제프는 21세기 기술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톰 행크스가 당신에게 직접 손으로 쓴 편지는 인쇄해서 액자에 넣겠죠."

"하지만 그가 당신에게 이메일을 보냈다면 똑같이 했을까요? 만질 수 있는 경험의 가치가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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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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