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BBC News | 코리아

기생충: 반지하에 사는 청년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키우는 고양이가 집에서 빛을 못 보는 것이 미안하다'

48,704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출처BBC

"지상으로 올라가야지."

2년째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오기철(31) 씨가 자주 듣는 말이다. 그의 집은 해가 거의 들지 않아 스투키도 제대로 살 수 없는 환경이다. 그는 여름이면 극심한 습기와 빠르게 번식하는 곰팡이와 싸운다. 창문 바로 앞 골목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기도 한다.

그의 화장실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화장실을 연상시킨다. 화장실 바닥이 거실보다 두 계단 더 높은 점도 영화와 똑같다. 천장이 낮아 머리를 박지 않으려면 양옆으로 다리를 벌려 키를 낮춰야 한다. 세면대도 없다.

Short presentational grey line

출처BBC

오 씨는 유튜브로 '반지하의 삶'이라는 영상을 연재하고 있다. 그가 반지하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풀어낸 코미디 시리즈다. 굳이 반지하에 사는 것을 왜 공개했는지 묻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이런 걸 소재로 삼는다는 게 창피하고 부끄러울 수 있는데, 웃긴 걸로 봐주시니 매우 좋고 재밌어요."

댓글란을 보면 "여기가 그 영화 '기생충' 촬영장소인가요? 잘 보고 갑니다", "'현웃' 터진다", "웃프다" 등 재밌다는 반응이 주로 달린다. "반지하 탈출을 응원합니다.", "성공해서 청담 자이 가자" 등 응원의 댓글도 올라온다.

.

출처BBC

이러한 반응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더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유머 욕심을 드러냈다.

.

출처BBC

영화 '기생충'과 비슷한 주거 환경. 영화 속 백수 가족인 기택네와 달리 그는 직장도 있고 자신이 사랑하는 취미활동도 있는 청년이다. 그러나 청년들이 서울에서 값싸고 좋은 집을 찾는 것은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똑같이 어렵다.

최근 서울의 전체 반지하 주택 수는 줄고 있다. 그러나 청년 1인 가구 중 반지하 거주 인구는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기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서울의 1인 20~34세 청년 가구 중 주거빈곤가구 비율은 2005년 34%, 2010년 36.3%, 2105년 37.2%로 계속 늘었다. 주거빈곤가구란 반지하, 옥상, 고시원 등 주택 이외 기타 거처 가구를 말한다.

.

출처CJENM/BBC

오 씨는 습한 여름도 견딜 만하고 볕이 들지 않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불편한 건 사람들의 시선이다. 그는 현실적인 이유로 많은 청년들이 반지하를 선택하지만, '가난의 상징'이라는 편견을 지우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Outside

출처BBC

반지하는 나름대로 남북 갈등과 근대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1968년 박정희 대통령 암살 임무를 받은 북한 특공대원이 넘어오는 등 1970년대에도 남북 간 긴장은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전쟁 발발 가능성을 대비해 주택마다 지하실을 만들 것을 법제화했다. 방공호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이 지하 공간을 임대하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1980년대 주택 부족 사태가 극심해지면서 반지하 임대 요건이 완화됐다. 이때부터 반지하는 형편이 넉넉지 못한 이들의 생활터전이 됐다.

The streets around Oh ke-cheol's home in Seoul

출처BBC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의 아들과 딸인 기우와 기정이 먼저 과외 선생으로 박 사장네로 들어가고, 이어 기택과 충숙도 이 집에서 '기생'하게 된다. 박 사장네 막내 아들인 다송은 기택네 가족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그 냄새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기택에게 기정은 "그거 반지하 냄새야"라고 퉁명스레 말한다. 기택은 이후 이 냄새를 없애려 노력한다.

Shim Min and Park Young-jun in their apartment

출처BBC

포토그래퍼인 박영준 씨도 지난 여름 반지하로 이사했다. 그의 집은 방이 3개나 있는 넓은 반지하고 볕도 잘 든다. 하지만 그는 영화 '기생충'을 본 후, 한동안 "나는 그런 냄새 나기 싫은데"라는 고민을 안할 수 없었다.

그는 혹시라도 모를 '반지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집에서 향을 많이 피우기도 했다. 지난 여름엔 제습기를 너무 자주 돌려 전기료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친구인 심민 씨와 함께 칙칙했던 공간을 수리하고 꾸몄다. 그는 "영화 '기생충'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더 안쓰럽게 볼까 봐 더 예쁘게 열심히 꾸몄던 것 같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기생충 같지 않네' 그런 얘기를 듣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Couple

출처BBC

사실 처음에는 심 씨도 남자친구가 반지하로 이사한다고 말했을 때 크게 반대했다. 수도권 내 아파트에서 평생을 산 그는 반지하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골목길에 있는 반지하는 위험하고 어두운 세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직접 꾸미고 살고 나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이들은 '민감커플'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반지하 셀프 실내장식' 과정을 브이로그로 찍어 올렸다. "반지하 같지 않다", "집이 너무 예쁘다"와 같은 댓글이 많이 달렸다.

Shim Min and Park Young-jun in their apartment

출처BBC

박 씨는 지금 그의 반지하 주거 환경에 만족한다. 집을 수리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반지하 생활에 만족하며 이 공간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렇다고 평생 반지하에서 살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심 씨는 "여기에서의 경험도 좋지만, 사실 1순위는 지상"이라며 "다음에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Apartment

출처BBC

오 씨는 반지하에 살면서 돈을 훨씬 더 많이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묘와 함께 내 집 마련의 꿈을 조금 더 일찍 실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Oh ke-cheol's cat

출처BBC

사진 윤인경

작성자 정보

BBC News | 코리아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