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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무엇일까? 현실의 모델인가, 아니면 현실 그 자체인가?

숫자는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 배후에 있다. 우주를 보는 방식도 바꿔놓았다. 그렇다면 우리의 물리적 현실도 수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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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나?

출처Getty Images

해왕성을 생각해보자. 왜냐고? 언뜻 보면 그것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웬만큼 좋은 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다.

해왕성은 지구에서 43억km 떨어진 태양계 여덟 번째 행성이다. 하늘에 있는 작고 하얀 점보다 더 작게 보인다.

예로부터 금성이나 화성처럼 지구와 더 가까이 있고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행성들만 감탄의 대상이었다.

해왕성의 존재를 우리가 알게 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다.

발견은 늦었지만,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

천왕성과 해왕성

해왕성 발견은 단지 새로운 이웃 행성의 발견이 아니다. 런던 대학교 우주 과학 연구소의 루시 그린 박사는 "(해왕성의 발견은) 태양계 탐사 역사에서 기념할 만한 일"이라며 "육안은 물론 망원경으로도 보이지 않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왕성은 관측이라기보다 계산으로 발견됐다고 할 수 있다

출처NASA

해왕성 발견에서는 수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세기에는 중력과 관련해서는 뉴턴의 법칙이 잘 알려졌었다. 그리고 이 법칙으로 태양 주위 행성들의 궤도를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예상 경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던 천왕성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천왕성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고 여겨졌다. 이 때문에 일부 과학자는 뉴턴의 중력 법칙이 먼 거리에서는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학자들은 수학을 활용해 이 문제에 접근했다. 천왕성의 궤도에 영향을 주는 물체가 천왕성 근처에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린 박사는 "(수학을 활용한 학자들은) 무엇이, 어떻게, 어디에 있는지를 계산했다"며 "수학이 표시한 지점에 망원경을 돌리자 새로운 행성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해왕성의 발견으로 수학은 발명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그린 박사는 "(수학을 활용한 학자들은) 무엇이, 어떻게, 어디에 있는지를 계산했다"며 "수학이 표시한 지점에 망원경을 돌리자 새로운 행성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출처Getty Images

페루에 사는 세르지오 후아르카야는 BBC 크라우드사이언스(CrowdScience) 프로그램을 청취하던 중 이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그는 "비탈길을 굴러가는 공의 속도를 예측한 갈릴레오부터 실제로 발견되기 전에 이미 수학으로 예측된 힉스 입자까지, 볼 수 없는 존재를 예측하는 수학의 힘이 참 놀랍다"고 글을 남겼다. 그리고 질문했다.

"그렇다면 수학은 현실을 반영하는 모델인가요? 현실을 서술하는 것인가요? 현실의 비유인가요? 그것도 아니라면 현실 그 자체인가요?"

이러한 의문을 가진 이는 세르지오만이 아니다. 수천 년 동안 철학자들은 이를 성찰해왔다.

그럼에도 이 문제에 대답하는 데 여전히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케이크 음수(-) 개는 없다

인간은 셈이나 측정 같은 실용적인 이유로 수학을 처음 시작했다는 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여기서부터 출발해보자.

케이크를 예로 들어 보자. 수학은 케이크의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다. 크기, 무게,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 등.

당신에게는 케이크가 있거나, 혹은 아예 없다

출처Getty Images

그리고 수학은 현실이 닿지 않는 곳까지 가늠할 수 있다. 만약 케이크의 3분의 1을 먹으면, 3분의 2가 남는다는 건 수학이 미리 알려준다.

여기까지는 좋다. 케이크를 계속 먹어서 나머지를 다 먹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수학에 관해 책을 쓴 알렉스 벨로스는 "이 정도가 고대인들이 이해한 수학의 정신적 윤곽"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셈하고 측정하기 위해 실제적인 수학을 사용했는데, 음수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독자들이 현실 개념에 측정하거나 셀 수 있는 물체로만 국한되어 있다면, 0보다 작은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돈의 등장은 사람들이 음수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했다

출처Getty Images

빚과 음수

부스러기까지 케이크를 다 먹는 순간, 양수의 세계는 끝이 난다. 음수, 즉 마이너스 케이크는 없다.

벨로스는 우리가 음수를 활용하는 영역이 있으며, 음수를 생각하는 건 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돈을 예로 들면서, "빚을 질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처음 음수를 실용적으로 사용한 건 회계와 부채의 맥락이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5달러의 빚을 졌는데 필자가 그만큼의 돈을 준다면, 당신은 0달러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 음수 없는 수학은 없다. 단지 부채에 관해서만이 아니다.

여기까지는 현실에 뿌리를 둔 수학 이야기다.

그런데 음수로 들어가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엄청난 수수께끼

음수는 두 개를 곱하면, 양수가 된다.

-1 곱하기 -1은 1이 되는 것. 진정한 수수께끼다.

벨로스는 "음수와 양수 모두를 등식에 활용하기 시작하면, '이게 뭐야? 제곱할 때 -1이 나오는 숫자는 없을까?'라는 의문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제곱할 때 -1이 나오는 숫자는 없을까?'

출처BBC

그는 "(아마도 그 숫자가 있다면) 그것은 양수는 아닐 것"이라며 "음수를 제곱했을 때는 음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에 처음 부딪혔을 때 사람들은 황당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수학자들은 조금씩 이렇게 생각해왔다.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면, 정답을 얻을 수 있어. 그것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알아내는 건 철학자들에게 맡기자. 우리 수학자들은 해답을 필요로 하고, 문제가 답을 찾는 걸 도와준다면, 괜찮을 거야.'"

이 글은 이제 현실에서 벗어난 이야기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까지 수학의 역할은 현실을 설명하기에 있다.

허수

벨로스는 "-1의 제곱근은 '허수'라고 불린다"며 "수학은 실재적인 것이었는데, 갑자기 가상의 존재가 되었다는 인상을 주기때문에 끔찍한 명칭"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학은 처음부터 가상"이라며 "우리는 세 개의 케이크에 대해 말할 수 있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케이크지 세 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셋'이라는 것 자체가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세 개"는 숫자 3의 상징이다. 그러나 숫자 역시 추상적이다

출처Getty Images

"허수도 똑같습니다. 완전히 미친 짓 같지만, 일단 그것들이 어떻게 들어맞는지를 이해하면, 꽤 논리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그리고 복소수라고 부르는 실수와 허수는 회전 같은 걸 묘사하는 데 훌륭한 언어입니다."

"오늘날에는 -1의 제곱근 역시 -1처럼 실재한다고 여겨집니다."

조상들이 -1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우리도 -1의 제곱근을 이해하기 어려운 셈.

놀라지 마라

수학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어렵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계속 읽어보자. 모든 것이 명료해질 것이다.

복소수는 실수만으로는 풀 수 없는 특정한 방정식을 풀어준다.

복수수는 현실을 이해하는 데 엄청나게 실용적이다. 회전이나 파장을 포함해 거의 모든 것을 계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전기 공학, 레이더, 의학 영상에 사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원자를 구성하는 '아원자 입자'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수학적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나 존재하는 듯한 이 개념이 어떻게 현실에서 그렇게 유용한 것일까?

20세기 헝가리의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 같은 이들에게 복소수는 기적과 같았다.

위그너는 1960년에 남긴 "물리학에서 수학의 불합리한 효과"라는 글에서 복소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수학적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나 존재하는 듯한 이 개념이 어떻게 현실에서 그렇게 유용한 것일까?

출처Getty Images

불합리한 효과

그러나 수학이 사람들이 현실을 정확하게 묘사하도록 해준다면, 논리적인 일이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불합리하다는 것일까?

이제 철학과 수학 분야를 넘나드는 엘리너 녹스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는 "물리적 시스템에 이해를 돕기 위해 수학이 만들어졌다면, 수학이 현실을 설명하는 일은 아주 논리적일 것"이라며 "하지만 수학은 그렇게 발전한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수학자들은 단지 흥미가 있어서 연구한 사례가 많아요. 그리고 그런 것이 중요한 물리학 발견에 유용하다고 밝혀진 것이죠."

녹스 박사는 19세기 말 많은 수학자들이 기하학의 한 지류에 몰두했던 시기를 예로 들며, "가장 유명한 사례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라고 말했다. 당시 수학자들은 그 분야가 단지 흥미로워 보였기 때문에 몰두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유클리드 기하학으로 온 세계를 묘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가 된다는 법칙 같은 것들 말이죠."

1800년대 수학자들은 유클리드 기하학을 무너뜨리려 의도한 건 아니다. 그저 나름의 탐구를 했고,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수학적 구조를 발견한 것이다.

1800년대 수학자들은 유클리드 기하학을 무너뜨리려 의도한 건 아니다

출처Getty Images

녹스 박사는 "20세기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할 때,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도움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때 이상하게만 보였던 기하학이 요즘에는 보편화됐지만, 이 기하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던 수학자들 중 그 누구도 특정한 발견을 예견하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수학과 현실의 관계가 한층 더 놀라워진다.

근본적인 실재

현대 물리학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복잡해진 수학과 그 수학이 묘사하는 낯선 현실을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나 우리가 감각으로 지각하는 일상 현실이 반드시 우주의 근본적인 실재일 이유는 없다.

놀랍게도 수학은 우리의 감각이 허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탐구하게 해줄 수 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실재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수학이 현실을 묘사하는 능력에서 한계가 있을까?

녹스 박사는 "양자역학(원자와 아원자를 대상으로 한 초소형 세계)과 일반 상대성 이론은 20세 가장 성공적인 물리 이론"이라고 말했다.

"이 두 개의 이론에서 수학의 역할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합니다."

수학은 우리의 감각이 허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탐구하게 해줄 수 있다

출처Getty Images

그는 "두 개의 이론이 어떻게 같은 우주에 존재할 수 있는지, 어떻게 동시에 같은 현실을 설명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일관적인 틀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당분간 생각하고 있는 걸 실험해볼 수 없겠지만, 계속 놀라운 수준의 복잡성을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많은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실용적인 기능을 찾기 위한 아이디어를 위해서다.

어쩌면 우리가 한계에 도달한 건 아닐까?

녹스 박사는 "지금 시점에서 여태 우리는 운이 좋아서 우주를 설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도 있어요. 수학이 이 세계의 전체가 아니라, 조각을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는 세계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기가 정말 복잡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에게 수학은 터무니없이 복잡하고 과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아니면 아직은 우주에 관해 전체적 이해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결국에는 해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큰 차이

수학 법칙을 물리적 현실에 존재하는 법칙과 일치시키는 건 끔찍하게 어렵다. 결국 둘은 똑같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적 법칙이 현실을 더 많이 이야기하면 할수록, 법칙은 더 불확실해진다. 이 개념이 더 확실해질수록, 현실을 덜 이야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1 더하기 1은 2며, 의문의 여지가 없다

출처Getty Images

녹스 박사는 "수학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며 "수학은 절대적으로 진실 혹은 거짓이다. 만약 내가 어떤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낸다면, 아무도 그 사실을 의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리적 법칙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게 (수학과의) 큰 차이죠."

"우리는 종종 (물리적) 법칙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뉴턴의 법칙은 아름답고 우아합니다. 때로는 타당하지만, 항상 맞는 것은 아니죠. 훗날 분명 아인슈타인의 법칙에도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게 밝혀질 겁니다."

발견인가, 아니면 발명인가?

수학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것은 수학자를 위한 질문이다.

고대 이집트인은 "수학의 여신"인 세스헤트를 믿었다

출처Getty Images

유진 챙은 시카고 예술 연구소의 '거주 과학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그에게 '수학이 발견인지, 발명인지' 물었다.

그는 "개념은 발견하고, 그 개념을 생각하는 방법은 발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는 추상적인 연구를 할 때 추상적인 정글 안에서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가 그것을 말하고 이론화하는 방식을 발명해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챙 박사는 수학의 여러 영역 사이에 다리를 놓는 범주론('수학의 수학'이라 불린다)을 연구하고 있다.

"대체 무엇이 실재하는 건가요?"

챙 박사에게 자신이 공부하는 수학도 현실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사람들이 내게 현실에 대해 물으면, 저는 '대체 실재하는 건가요?'라고 되묻고 싶어요."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은 환각입니다. 우리 모두가 어떤 것들을 같은 방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실재한다고 가정하는 것이죠."

그는 "사람들은 수를 만질 수 없으니까 실재가 아니라고 한다"며 "하지만 배고픔 같이 만질 수는 없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추상적인 것은 실재하지 않는 게 아니다

출처Getty Images

"그래서 저는 만질 수 있고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두뇌로 상호작용하는 추상적인 것 모두 좋아합니다."

"수학은 추상적이지만 추상적인 생각은 다른 것들처럼 현실적일 수 있어요."

무엇이 실재적인가?

반면 수학 그 자체가 현실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생물학을 생각해보자. 생물학은 화학에 기반을 두고 있고, 본질적으로 물리적 법칙을 따른다. 그러다 보면 다시 수(수학)에 도달하게 된다.

수는 우리 주변에 숨겨져 있다

출처Getty Images

굴절된 빛의 파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푸른 하늘을 생각해 보자. 모든 것은 수와 관련되어 있다.

만약 누군가 땅을 깊이 파내려갈 때도 물리적 현실은 수학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수학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몇 가지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말을 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랑과 굶주림, 도덕 같은 것들에는 수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페루에 있는 세르지오 후아르카야가 BBC에 보낸 정말 어려운 질문에 대해, 우리가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건 오직 한 가지다.

우리는 분명한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어쩌면 우리가 그 답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는 충분히 모색해볼 만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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