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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의사가 조울증 환자에게 잠을 자지 말라고 한 이유

이탈리아의 한 병원이 만성적인 정신 건강 질환 치료를 위해 급진적인 접근법을 시도했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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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r patients

출처BBC

이탈리아에는 전 세계적으로 6000만명이 앓고 있는 정신적 질환 치료를 위해 일부 환자들에게 잠을 자지 말라고 권하는 의사들이 있다. 이것은 양극성 장애(조울증)의 한 부분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에 대한 급진적인 치료법이다.

노르마가 밀라노에 있는 산 라파엘 병원에 연락했을 때, 그녀의 상태는 꽤나 절망적이었다.

처방받은 어떤 약도 조울증으로 인해 생겨난 우울증을 줄여주지 못했다.

노르마는 "우울증을 '영혼의 암'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는데, 내 생각도 그렇다"고 했다. "저는 이 우울증을 괴물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던 중 그녀는 다른 치료법에 대해 듣게 됐다. 시도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산 라파엘 병원의 정신과 의사들은 조울증 환자에게 항우울제 처방 같은 일반적인 치료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밤을 새우라고 말한다. 기분을 좋게 만들어 우울증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주는 치료법이라는 것이다.

산 라파엘 병원은 20년 넘게 수면박탈치료를 시행해왔다

출처BBC

지금까지 1000여명의 환자들이 산 라파엘 병원에서 '수면 박탈 치료'를 받았다. 이 치료는 이탈리아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노르마는 "굉장히 우울하고 나쁜 생각까지 하던 상태로 이곳에 들어왔다"고 했다. 걱정도 많았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잠 자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걱정이 많았죠. 여기서는 잠을 자는 게 포착되면, 깨우거든요. 그래도 저를 도와주려는 것이라는 걸 이해했고, 받아들이게 됐죠."

치료가 시작됐다. 3일 밤을 꼬박 새웠다. 일주일 이상을 멍한 상태로 지냈고, 회복을 위해 병원에서 17일을 더 머물렀다.

노르마는 수면박탈치료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출처BBC

노르마는 "처음에는 너무 괴로었다"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어요. 마치 그들이 내 정맥에 뭔가라도 주사한 것처럼 말이죠. 더 평화로워졌고, 안정됐고, 느긋해졌죠. 기적같았어요."

의사들은 의료진 감독 하에 이뤄진 수면 박탈 치료는 눈에 띄게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들의 환자중 70%가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 병원의 정신과 의사인 프란체스코 베네디티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퇴원을 하고, 직장으로 돌아가고, 미소를 되찾습니다. 자살을 생각했던 사람들이 일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거죠."

환자들은 다른 모든 방법들을 해 본 뒤, 이곳을 찾아온다. 베네디티는 "여기에 온 환자들은 주로 '무기력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고 했다.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이 충격 치료법으로 기분을 끌어올리기에는 이들이 최적의 환자입니다."

베네디티 박사는 수면박탈치료가 양극성장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해왔다

출처BBC

베네디티도 정신적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밤을 새라고 하는 것은 낯설게 여겨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그는 "직관에 반대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조울증이 없는 사람은 밤을 새면 다음날 기분이 더 나빠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울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정한 상황에서 수면을 박탈하는 건 정반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행복한 기분과 연관된 핵심 호르몬인 세로토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환자의 수면 사이클을 재설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그는 이것이 강력한 항우울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자에 대한 세심한 감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조증 국면이 나타나지 않는다.

환자들은 퍼즐 등을 하며 깨어있으려고 노력한다

출처BBC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도 정말 효과를 체감할까? 환자들은 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36시간씩 깨어 있어야 한다. 이들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퍼즐을 하고, 수다를 떨고, TV를 보고, 커피를 마신다.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붙잡기 위해, 그들은 정원을 산택하거나 얼굴에 찬물을 적시기도 한다.

61세의 전기 기사 조르지오는 20년 동안 조울증을 앓았다. 대화 치료도 해봤고, 약물 치료도 수 없이 받았다. 효과는 없었다.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거의 포기할 정도였다. 그는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일은 물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죽고 싶었습니다."

조르지오 같은 환자들은 밤을 새울 필요가 전혀 없지 않을까? 베네디티는 "이런 환자들은 잠 자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치료를 받으러 이곳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조르지오는 여러 약물치료를 받아봤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출처BBC

오전 3시 환자들은 한 방으로 모인다. 낮의 햇빛을 강력한 조명으로 연출한 방으로, 볕좋은 여름 날처럼 느끼게 하려는 게 목적이다. 베네디티는 "감정이 전환되는 지점, 항우울 효과를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은 이른 아침이었다"며 "오전 3시에 빛 치료를 받고나면 환자들은 기분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빛 치료는 낮 시간에도 진행되고, 때로는 몇 주간 반복되기도 한다. 베네디티는 "환자의 눈에 들어오는 빛은 잠을 쫓는 각성 효과와 항우울 효과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환자들은 기분 상승을 유지하기 위한 일반 정서 안정제로 리튬을 처방받는다. 하지만 이것에 모두에게 효과가 있다는 보장은 없다.

자연 태양빛을 흉내낸 인공 조명이 치료에 사용된다

출처BBC

조르지오는 처음 몇 번의 치료에서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수면 박탈 치료 두 번째 날 우울감은 줄었지만, 잠을 푹 자고 나니까 다시 우울해졌다. 조르지오는 "잠에서 깬 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분간이 안 갔다"고 했다. "자포자기 하고 싶은 마음이 아주 강하게 들었죠. 기분이 더 안 좋아진 겁니다."

베네디티는 "이것은 회복 수면 후 우울증 재발"이라고 말했다. "조르지오는 아주 중증입니다. 이 병원에서 이 (극단적인) 치료를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환자들의 정서 기복이 극심할 때, 우리가 함께 할 것입니다."

그는 이러한 시도는 약물 치료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 특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노르마에게 조차, 이 치료는 순탄치 않았다. 그녀는 2016년 첫 번째 치료를 받았지만, 재발했다. 그래서 두 번 더 치료를 받았고, 매번 치료 후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녀는 이 치료가 자신의 삶을 바꿔 놓았다고 했다. 그녀는 "주치의를 천사라고 부를 정도"라며 "이곳이 나의 구원처"라고 했다.

의사들은 수면박탈치료가 모두에게 효과가 있진 않다고 말한다

출처BBC

수면 박탈 치료는 정신 의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베네디티를 선구자로 묘사하지만, 증거 기반이 충분치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동안, 효과를 검증해줄 무작위 대조 시험(randomised controlled trial, RCT)을 진행하자 않았다. 옥스포드대 정신건강의학과 존 게데스 교수는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치료법을 개발할 때는 온갖 종류의 편향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반드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면 박탈 치료에 빛 치료와 리튬 같은 기존 요법을 결합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작위 대조 실험을 통해 얻은 표준 자료를 살펴봐야 합니다. 이것을 통해서 이것이 정말로 효과적인 치료법인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베네디티는 무작위 대조 실험은 약물의 위약 효과를 검증하는데 특화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치료법이 이것에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런한 시험 없이는 정신 의학계에 이러한 치료가 정말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BBC는 70%의 성공률을 확인하지 못했다. BBC가 확인한 4명의 환자들 중 어느 누구도 석 달 후 크게 나아졌다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 이 치료 개념을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 노르웨이와 일본에서도 일종의 수면 박탈 치료가 사용되고 있고, 미국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도 소규모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의료진의 감독 없이 이 치료법을 시행되면 절대 안 된다"고 의사들은 강조했다.

이 기사는 BBC World Service의 'People Fixing the World'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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