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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맞이하여 돌아본 '찌아찌아족 한글 보급' 그 후 10년

정덕영 씨는 현지에 남은 처음이자 유일한 한국인 한글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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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찌아족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니까, 이게 원동력이 돼 아이들이 더 많은 세계로 자기 꿈을 키워가는 걸 봤습니다. 그게 제가 이 일을 놓을 수 없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인도네시아 부톤섬에서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정덕영(58) 씨. 그는 현지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인 한글 교사다.

현재 초등학교 세 곳, 고등학교 두 곳 그리고 고아원 한 곳에서 450여 명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9월 초 잠시 한국을 찾은 정 씨를 인터뷰했다.

"문자가 없으면 간단한 메모를 남기거나,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이게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일기나 역사를 기록한다거나 이런 것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문자가 없는 생활은 인류에 제대로 된 생활이라고 보기가 어려운 것이죠." 정 씨는 문자가 없는 삶을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에선 2주에 1개씩 소수 민족의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이런 언어를 기록할 문자가 없으면 사멸은 더 빨라진다.

인구 7만 명인 찌아찌아족은 고유 언어는 있었지만, 이를 정확히 표기할 문자가 없었다.

그러다 2008년 찌아찌아족은 부족 표기법으로 한글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다양한 말소리를 표기할 수 있고 익히기 쉽다는 점에서 한글이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부족어로 대화를 나누지만 이를 적는 문자론 한글을 쓴다.

2010년 정덕영 씨는 훈민정음학회를 통해 찌아찌아족을 가르치는 첫 한글 교사로 인도네시아 부톤섬에 파견됐다.

그는 원래 제약회사에서 20년간 근무해 온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일상생활에서 유독 한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2006년 KBS '우리말 겨루기'에서 우승하기도 했고, 한국어 교육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국어사전을 좀 외우다시피 공부를 했어요. 저는 이상하게 사전 읽는 게 재미있었어요. '아, 이게 이런 말이었구나' 하면서 산속에서 보석을 줍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퇴직 후 결혼 외국 이민자들에게 3년 동안 한글을 가르치다가 찌아찌아족을 위한 한글 선생님을 모집한다는 말에 지원서를 넣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다는 모험심이 발동했다.

하지만 행정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생기면서 1년 만에 돌아와야 했다.

여전히 찌아찌아족을 잊지 못했던 정 씨는 2012년 세종학당이 부톤섬에 생기면서 다시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재정적인 문제로 철수해야 했다.

또, 세종학당 설립목적 자체가 언어로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보니 '한글'이라는 문자를 가르치는 것과도 차이가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홀로 안타까워하던 그를 보고 주변 지인들이 뜻을 모았다.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여 '한국찌아찌아문화교류협회'가 만들어졌고 이를 발판으로 정 씨는 다시 찌아찌아족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도 이 후원에 의존하며 현지 체재비와 활동비를 충당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추가적인 교사 파견이나 교사 양성, 교재 발간 등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 지원 없이 이어온 한글 교육

원래 찌아찌아족의 한글 도입 소식이 들려왔을 때 한국의 많은 이들이 환영했다.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각종 교육시설 담당자가 현지에 찾아오기도 하는 등 관심을 드러냈지만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정 씨는 "지원은 없지만, 정부도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관심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표했다.

지금까지 정 씨를 거쳐 간 학생들은 약 2000여 명 정도. 그에게 한글을 배웠던 제자인 현지 찌아찌아족 교사가 그를 돕고 있다.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상에서의 한글 사용도 느는 추세다. 찌아찌아족이 사는 바우바우시의 거리의 시장이나 버스 정류장 등에서 한글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 씨는 한글 교재인 '바하사 찌아찌아'라는 책을 직접 펴내기도 했다. 그는 서문에서 한글 교육을 '한글 보급' 자체보다는 '인류 언어문화 다양성 보존'이라는 관점으로 진행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해 "문화적 침략이 되지 않게 하려고, 책 내용은 찌아찌아족 고유의 이야기로, 삽화도 현지 얼굴과 의상을 고려해서 제작했다"고 강조했다.

정덕영 씨가 현지 교사 아비딘과 함께 제작한 한글 교과서 '바하사 찌아찌아2'

출처BBC

'한글 교육 끊이질 않길'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타국에서 지난 10년간 힘든 일도 많았다.

말라리아에 걸려 영문도 모르고 시름시름 앓다가 살아난 적도 있다. 책을 쓸 목적으로 언어 채집을 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배가 여러 번 가라앉거나 표류하는 등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다.

하지만 그런 고난보다 그에게 더 우려스러운 일은 바로 한글 교육이 중단되는 것이다.

도와주는 현지 교사가 있지만 홀로 한글 교육을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 현지 교사를 양성하려고 애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글 교육의 반응은 뜨거웠다. 다른 부족도 한글을 배우고 싶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월리호족을 비롯해 여러 부족에게서 문의를 받았어요. 그 사람들이 찾아와서 '우리는 찌아찌아족이 아니니까 한글을 못 배우나요'하고 묻곤 해요"

정 씨는 한글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늘어나지만, 인력과 재정의 한계로 다 가르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이 한글이라는 문자를 통해 자기 위상과 꿈을 실현하는 걸 봤어요. 그런 한글 교육이 튼튼하게 뿌리내릴 때까지는 이 일을 하게 되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기획 및 인터뷰 : 김효정, 김형은

영상 촬영: 최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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