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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치매와 비슷하지만 치료가 가능한 희귀병

뇌에 과도한 뇌척수액이 축적돼 발생하는 NPH는 치료가 가능한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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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없인 거동을 할 수 없었던 존 시얼스. 이젠 휠체어 없이 아내와 여행도 떠난다.

출처BARBARA GAAL

존 시얼스는 잘 넘어지고 기억이 가물거리기 시작할 무렵 치매 초기 징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치매가 아니라 정상 뇌압 뇌수종이라는 희귀하고 진단조차 어려운 병을 앓는 게 밝혀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병은 치료할 수 있다는 것.

몇 년 전 그는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몸이 조금씩 좋지 않은 신호를 보냈다. 걸음걸이가 불편해졌고 자주 넘어지고 좀 전에 일어난 일도 까먹기 일쑤였다. 69세의 나이에 요실금도 있었다.

존 시얼스는 캐나다 출신으로 엔지니어로 일하다 은퇴했다. 현재 미국 온타리오주에 산다.

그는 전에도 이런 신체 능력 감퇴 현상을 본 적이 있다. 그의 여동생은 50대에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했다. 아버지 또한 80대 초에 치매로 생을 마감했다. 가족력 때문에 그는 자신이 죽은 뒤 세상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삶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면 인생이 무상해지죠?"

의사는 시얼스의 정확한 병을 진단 내릴 수 없었고 이점은 그를 더 분노하게 했다. 파킨슨병 치료 방법도 소용이 없었고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 무언가 이상이 있지만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2018년에 이르자 그는 바깥에선 휠체어가, 집에선 보행 보조기가 필요한 신세가 됐다.

"희망이 없었습니다. 창가에 앉아서 시간이 흘러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요."

아내 바바라는 남편이 더 화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분노한 상태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침대에 누워 집을 내놔야겠다고 생각한 게 기억나요"

그러나 캐나다 토론토 서부 병원의 거동 불편 장애 클리닉의 신경과 알폰소 파사노 의사를 만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파사노 의사는 시얼스가 정상압뇌수종(Normal Pressure Hydrocephalus, 정상압 수두증)을 가졌다고 진단했다. 이 병은 뇌실에 과도한 뇌척수액이 축적될 때 발생한다.

뇌척수액 계속 쌓이면 운동 장애, 기억 및 인지 문제, 요실금(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또는 치매와 같은 더 일반적인 퇴행성 질환과 관련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뇌실은 뇌가 정보를 교환하는 중요한 곳이다.

캐나다 의료 자원봉사 단체인 '수두증 캐나다'에 따르면 55세 이상 캐나다인 200명 중 1명 이상, 즉 5만7000명 이상이 이 병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뇌수종 협회는 미국인 70만 명에게 NPH 증상이 있지만 약 20%만이 뇌수종 진단을 받는 걸로 추정했다.

파사노 박사는 치매진단이 대부분 정확하지만 간혹 치매가 아니라 NPH로 판단 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UNIVERSITY HEALTH NETWORK

파사노 박사는"사람들은 NPH의 증상이 뭔지 잘 모르죠"라고 말했다. 결국 많은 이들이 치료도 못 받고 요양원 신세를 지거나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른다.

"이런 것이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경우죠. 치료의 기회마저 얻지 못하는 경우요"라며 파사노 박사는 안타까워했다.

오랫동안 기억 상실 및 거동 불편을 겪은 뒤 2014년 시얼스는 뇌에서 소량의 액체를 빼내는 요추 천자 요법을 받았다. 요추 천자는 NPH 증상에 호전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의사들은 시얼스의 병이 NPH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8년 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며 그는 파사노박사를 만나 다시 요추 천자를 받기로 했다.

이번에 그의 아내 바바라는 남편의 증상이 약간 호전된 걸 느꼈다. 너무 미미한 호전이라 남편은 알지 못했다.

"남편은 믿지 않을 겁니다"라고 바바라는 말했다. "믿었다가 틀린 게 밝혀지면 너무 실망할 것 같아서죠. "

파사노 박사는 뇌에 단락을 삽입해 뇌척수액을 빼내자고 했다. 이 단락 시술은 정상 압력 뇌수종을 치료하는 최신의 방법으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높은 치료율을 보인다.

그 뒤로 1년, 시얼스는 삶을 되찾기 시작했다. 걸음걸이와 기억력이 향상됐다. 그는 정기적으로 개인 트레이너와 운동을 하고 근력을 키우기 위해 걸었다.

"증세가 좋아진 이유 중 50%만 수술 때문이고 나머지는 정신력에 달렸습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비록 면허가 없어 운전은 못 하지만 시얼스와 아내는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지난겨울에는 플로리다에 다녀왔고 라스베이거스와 자메이카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바바라는 남편의 기분이 좋아진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매사에 무관심했던 그가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파사노 박사의 치료사례가 언론에 알려지며 비슷한 증상을 가졌는데 오진을 받거나 NPH로 추정되는 병을 앓았던 많은 환자가 그에게 도움을 구했다.

정상 압력 뇌수종이 아닌 다른 병으로 오진 받는 경우는 매우 심각한 문제지만 파사노 박사는 주의를 필요로 했다. 그는 신경과 전문의가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한 경우는 정확한 진단이라고 봤다.

최근 일본의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최대 3%가 NPH에 걸릴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 증세가 60세 이상 인구의 5~8% 사이에서 발견된다고 추산했다.

"NPH는 아마도 생각보다 더 흔할 겁니다. 치료율도 높고 치료가 되면 환자들의 삶을 완전히 개선할 수 있는 병입니다"라고 파사노 의사는 밝혔다.

"그런가 하면 어떤이들은 파킨슨병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오진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말이 잘못됐으면 하고 바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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