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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차별 속에서 '북밍아웃'하고 있는 탈북자들

'북밍아웃'은 '북한에서 왔다'는 의미와 '커밍아웃'을 합친 합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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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 팀원들은 매주 탈북인 게스트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출처사부작

"스스로 '북밍아웃' 하신 거죠?"

"고2 때 제가 북한에서 왔다고 밝혔어요." 진행자의 질문에 탈북 고등학생인 '길주 완자'가 운을 뗐다.

길주 완자는 2013년 함경북도 길주에서 탈북했다. 그는 친하고 잘 어울리는 반 친구들에게 탈북 사실을 얘기하려니 "입에서 북한이라는 단어가 안 나오더라"며 당시 기분을 전했다.

'북밍아웃'은 '북한에서 왔다'는 의미와 '커밍아웃'을 합친 합성어다. 커밍아웃은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공개적으로 밝히기 힘든 사실을 스스로 공개 발언하는 걸 뜻한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인에게 "나 북한에서 왔습니다"라고 말을 하는 것은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이런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팟캐스트 '사부작'을 시작했다. '사부작'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계속 가볍게 행동하다"라는 뜻도 있지만, '사이좋게, 북한 친구와 함께 작은 밥상'을 나누며 편안한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학생들의 마음도 담겨 있다. '사부작' 팀은 지금까지 탈북인 게스트 45명과 대화를 나눴다. 게스트 한 명과의 녹음 시간은 보통 3시간, 대화를 나누기 길다면 긴 시간이다.

"조미료 없는 방송"

'사부작'을 진행하는 프로젝트 '지음'은 국제 비영리단체인 '인액터스(ENACTUS:Entrepreneurial. Action. Us.)'에 소속된 연세대학교 5개 프로젝트 그룹 중 하나다. 인액터스는 '경제 개념을 적용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전 세계 37개국에서 학생 7만2000여 명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게스트 한 명과의 대화는 보통 4회로 나뉘어 업로드된다

출처사부작

프로젝트 '지음'이 처음부터 팟캐스트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북한 이탈주민들이 남한에서 정착할 때 어려움을 겪는데, 여기에 어떤 경제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탈북인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파악하기 위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지음'의 김영욱(23) 팀장은 탈북인들이 "인적 네트워크가 단절된 상태에서 더 넓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느꼈다"고 대답했다면서, 그 이유로 "남한에서 북한에 대한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접할 수 있는 창구가 거의 없다"라고 들었다.

탈북자가 게스트로 나오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와 '모란봉 클럽' 등 TV 프로그램이 있지만, 작가와 연출진이 있다 보니 탈북자가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목소리도 있다.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탈북민의 이야기를 "조미료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 매체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렇게 팟캐스트 '사부작'을 시작했다.

'청진 인조 고기밥'과 '부산 돼지국밥'의 대화

북한에 가족이 있는 탈북인들은 신분 노출을 꺼린다. 김영욱 팀장은 이런 제약 때문에 얼굴이 드러나는 매체가 아닌 팟캐스트를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본명을 밝히는 대신 출신지와 음식으로 별명을 만들어 서로 소개한다. 지금까지 '무산 깍두기', '해산 모찌', '회령 사과배' 등 다양한 조합의 별명이 등장했다. 사부작의 또 다른 제작진인 김서현(22) 씨는 "음식이 친밀한 소재이고 출신지도 추억거리가 많은 주제이다 보니 서로 별명 소개를 하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간다"면서 이런 시도가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별명에 고향을 포함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부작'은 한국 사회에서 북한 출신이라고 밝히는 것이 어려운 탈북인들이 자신의 출신 지역을 밝힐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한다. 황승연(22) 씨는 탈북자 게스트가 고향을 밝히고 이야기할 때 "북에서 있었던 이야기나 속 깊은 고민을 조금 더 진솔하게 해주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사부작'은 최근 국제 비정부기구인 리버티 인 노스 코리아(Liberty in North Korea)와 함께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했다

출처LINK

편견을 깨는 방송

'사부작' 제작진인 이산하(25) 학생은 방송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기 전에는 TV에 북한 관련 방송이 나오면 바로 돌려버리는 평범한 20대였다. 그는 "처음에는 탈북자 게스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호칭은 어떻게 해야 할지, 보통 사람을 대할 때 굳이 하지 않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라면서 "지금 생각해보니 문제가 있는 고민이었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방송하면서 탈북인을 '북한 사람'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각자 개성 있는 사람으로 대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웠다고 말했다.

방송으로 "저 북한에서 왔어요"라는 말에 딸려오는 "이상한 눈빛"을 없애는 것이 '사부작'의 목표다. 방송에서 등장하는 '북밍아웃' 이야기에서 공통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두려움'이다. 국가인권위가 지난 1월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신변보호제도 개선방안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0% 이상이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신분이 노출됐을 때 주변에서 경계심을 보이거나, 차별적으로 대한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약 70%는 탈북인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인을 향한 명백한 적대감은 없지만, 사회 전반에 경계심이 존재한다고 풀이된다. "대놓고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려다보는 눈빛이 느껴져 오히려 더 상처가 될 때가 있다"라는 탈북인 게스트의 말은 '사부작' 팀원들이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부작' 제작진은 "북한이탈주민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것을 청취자들이 공감해줬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면서, 이야기하다 보면 "옆집 언니나 옆집 오빠"라는 표현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이정아(20) 씨는 주변에서 방송을 듣고 "만약에 내 남자친구가 북한에서 왔다고 얘기를 했을 때, 매우 놀랄 것 같지 않다"라는 얘기를 해줬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두 번째 시즌을 최근 마무리한 '사부작' 팀원들은 다음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 '보이는 라디오' 등 새로운 포맷으로 '조미료 없는' 탈북민 이야기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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