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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보러 가지 않을 영화표를 왜 샀을까?

여자가 중심이 되는 영화 제작을 위해 직접 보지도 않을 영화에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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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쓰백'과 '걸캅스'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지난해 가을 개봉한 '미쓰백'. 주인공과 감독이 여성인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손익분기점인 70만을 넘는 것조차 버겨워 보였다.

최종 관객수(영화진흥위원회 기준)는 722,560명. 기대 이상 흥행의 원인중 하나는 '영혼 보내기'라는 새로운 영화 관람 문화였다.

여성 제작자들로 만들어진 영화에 힘을 보태기 위한 '영혼 보내기'라는 캠페인이 SNS에서 시작됐는데, 이는 티켓을 구매하여 영화 흥행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일종의 '소비장려운동'이다.

영혼 보내기는 여성이 만들거나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여성 중심의 영화들이 앞으로도 제작될 수 있도록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티켓 구매를 하는 것이다. 조조나 심야 등 관객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 직접 가서 보지는 못하더라도 티켓을 구매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미쓰백 주연인 한지민의 모교인 서울여대 학생들은 단체 관람을 기획하기도 했으며, 졸업생들이 '영혼 보내기'로 티켓을 기부하기도 했다.

첫 단체관람을 기획한 우성미 학생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여 첫 관람에만 학생 193명이 참석했으며, 단체관람이 3차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상업 영화에서 여성 제작자와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소비가 이루어져야 여성 영화인들의 활동 범위가 확대된다고 생각한다"며 "'영혼 보내기'는 연대감을 느끼고 영화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걸캅스'는 CJ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여성 중심의 상업 오락 영화다. 여성 경찰들이 디지털 성범죄자 사건을 해결하는 서사를 담고 있다.

영화 '미쓰백' 개봉 당시와 유사하게 '걸캅스'가 개봉하자 SNS에는 '영혼보내기' 글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SNS에 영혼보내기 인증샷을 올린 참가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해외에 살고 있어 한국영화를 소비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던 차에, SNS에서 '영혼 보내기'를 접했다"면서, "보지 못할 영화에 돈을 지불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여성 중심 영화의 수익 창출에 기여했다는 성취감이나 뿌듯함이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일각에선 '영혼 보내기' 운동이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보지도 않을 영화에 돈을 지불하여 정작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우성미 학생은 '영혼보내기'는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며 "서로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영혼 보내기'와 같은 운동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여성 중심의 영화가 더 필요할까?

할리우드와 같이 한국 영화계에서도 상업영화 제작 인력 여성 비율은 낮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성 감독 참여율은 8.5% 오르고 2018년에는 여성 주연 영화가 전체의 31.2%를 차지했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앤버그 포함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8까지 전체 할리우드 영화 1200편 중 4%만이 여성 감독작이다.

이에 영진위는 성평등과 관련된 소위원회를 설립했으며, 2019년 하반기부터 영진위 모든 사업 심사위원 성비를 여성 50% 이상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스크린 속의 여성

런던 킹스 칼리지 최진희 박사는 여성 감독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국 영화 내 여성 인물이 묘사되는 방식을 연구한 최 박사는 감독이 여성이라고 반드시 여성 인물이 주체적으로 묘사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영화 '걸캅스' 같은 경우 90년대 남성 서사에 자주 등장한 '버디 무비' 장르를 가져와 영화 '투캅스'를 연상시킨다며, "성 역할을 단순히 뒤집는 공식만으로는 다양성을 투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 중심 영화 설 자리 부족해…'

이경미 감독은 영국 영화 협회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여성 중심 영화들은 개봉되기도 전에 온라인에서 리뷰 폭탄을 맞는다"고 말했다.

조남주 장편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화된다고 발표됐을 때, 주연을 맡은 배우 정유미에게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그의 SNS는 비판 댓글로 도배됐고 청와대 국민청원페이지에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를 막아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걸캅스' 역시 개봉 전에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 평점 테러 공격을 받았다. 아직 보지도 못한 영화에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리뷰와 각종 루머를 올린 것이다.

'영혼 보내기' 운동이 영화계에서 여성이 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된 만큼, 앞으로도 영화계 내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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