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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두 여성은 누가 먼저 죽는지 서로 기다렸습니다'

알린은 기증자 가족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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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린 그래고시안은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올해 1월 심장을 이식받았다.

편지를 뜯는 31세 알린 그래고시안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몇 달 전 심장 기증으로 자신을 살려준 가족이 보내온 편지였다.

"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기증자 가족이 편지를 보냈다고. 간호사가 이메일로 빨리 보내 주겠다는데, 그렇지 말라고 했죠.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었거든요."

이틀 뒤 편지가 도착했다.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을 구해준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읽으며 알린은 눈물을 쏟았다.

"분명히 기증자 역시 한 명의 인간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편지 위에 쓰인 이야기를 보니까 더 실감이 났죠."

"한 줄 한 줄 소름이 끼쳤습니다. 우리는 비슷한 점이 매우 많았어요."

알린은 "우리는 서로 다른 병원에 누워, 다른 한쪽이 먼저 죽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소셜미디어에 이 편지에 대한 글을 남겼다. 글에는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과 함께 새 심장을 "잘 쓰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필라델피아에 사는 알린은 집중 치료를 전공하고 응급 의학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장기 기증 센터에 전화를 걸어 사망 환자의 기증을 논의하는 게 제 업무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 이런 전화 통화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어요."

알린은 이전에 기증자 가족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가족이 편지를 읽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미국에서 장기 기증자에 대한 정보는 오직 기증자 가족이 원하거나 수혜자가 연락하는 것에 동의할 때만 공개된다.

정확한 절차는 국가마다 다르지만, 대개 이식 센터가 기증자 가족과 수혜자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한다.

미국 내 장기 기증 시스템을 운영하는 미국장기이식관리센터(The 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는 각 지부에 기증자 익명성 원칙을 권장하고 있다.

알린은 기증자 가족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받은 편지의 답장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로 했다.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지 한 달 후의 알린 그래고시안

"저는 당신과 공통점이 아주 많습니다. 혈액형 같은 건 기본이죠. 우리는 아마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이상하게 만나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사는 날과 제 삶의 첫 번째 날이 겹쳤고. 당신의 삶에서 최악의 날이 제 삶에서 최고의 날과 맞닿았습니다."

알린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은 기증자 가족의 바람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편지 내용이 드러나지 않게 조심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알린은 기증자 가족이 자신의 답장을 보게 되길 바라고 있다. 또 정말로 고마워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이 전해지길 희망한다.

기증자 가족이 알린에게 보낸 편지

장기 기증자과 수혜자 사이를 고민하는 많은 이들이 이 포스트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

어떤 장기 기증 수혜자들은 기증자 가족과 연락이 닿은 알린에게 "조금 질투가 난다"고 말할 정도였다.

네바다 주에 사는 리네트 하자드는 기증자 가족과 수혜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보여준 또 다른 사례다.

리네트의 아들, 저스틴은 스무 살에 세상을 떠났다.

몇 년 동안 병을 앓았던 그는 가족에게 장기 기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스틴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심장과 폐, 신장은 네 명에게 기증됐다.

아들의 장기를 이식받은 이들에게 각각 편지를 썼던 리네트는 "자신이 받은 선물에 대해 사랑과 감사"를 담은 알린의 트윗을 보며 감동했다고 말했다.

저스틴은 스무살에 세상을 떠나며 심장, 폐, 신장을 기증했다.

리네트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몰라서, 편지 쓰는 데 한 달이나 걸렸다"며 "아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설명하는 게 어려웠다"고 했다.

"제 아들이 사랑이 충만하고 친절하며 건강한 젊은이였다는 것만은 꼭 알려주고 싶었어요. 아들이 남을 돕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세상을 떠나면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리네트는 아들이 남들을 도와주었다는 것을 되새기면서 추억을 간직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제 아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수혜자들이 삶의 매 순간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스틴과 리네트 하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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