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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제 아들이 포경수술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아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편지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고 반 나절 뒤인 2017년 11월 25일에 어머니에게 도착하도록 남겨놓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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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하디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결심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출처Lesley Roberts

"끔찍한 일이 생겼어요. 2015년, 그때 이미 저는 죽은 거나 다름 없습니다."

영국에 사는 레슬리 로버트는 아들 알렉스 하디의 마지막 이메일을 읽으면서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아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편지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고 반 나절 뒤인 2017년 11월 25일에 어머니에게 도착하도록 남겨놓은 것이었다.

알렉스는 똑똑하고 인기 많은 23살 청년이었다. 정신 질환을 앓은 적도 없었다.

그가 남긴 편지에는 2년 전 받은 수술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알렉스는 이것을 수술이 아닌 '남성 할례'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살아있을 때 가족이나 친구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일이었다.

알렉스는 레슬리의 세 아들중 장남이었다. 난임 치료를 통해 어렵게 얻은 아들이었다.

레슬리는 엄마가 되던 1994년 7월이 "꿈이 이뤄진 순간"이라며 "알렉스는 내가 꿈꿀 수 있는 전부"라고 말했다.

알렉스가 14살 때였다. 학교에서 캐나다로 스키 여행을 갔다. 그가 캐나다에 매료된 순간이었다. 18살이 되자 대학 진학을 미루고, 1년간 캐나다로 살러 갔다.

이후 알렉스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년간 캐나다에 살며 영주권을 얻었다.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좋아했던 알렉스는 수술을 받은 후 야외 활동을 할 때마다 고통을 느꼈다

출처Lesley Roberts

레슬리도 몇 차례 아들을 보러 캐나다에 갔다. 하지만 아들은 자신의 몸에 생긴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대신 알렉스는 마지막 이메일로 "성기 앞 부분을 덮고 있는 귀두가 벗겨지지 않아서 10대 후반 무렵부터 난감한 일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2015년, 알렉스는 캐나다에서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스테로이드 크림을 처방해줬지만 효과가 없었다.

알렉스가 겪고 있던 어려움은 의학적으로 '포경'이라는 문제였다. 포피가 젓혀지지 않아 귀두가 노출되지 않는 현상으로 원래 어린 남자 아이들에게는 흔한 일이다.

보통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레슬리는 "아들은 똑똑하면서 감성도 풍부하고 재미도 있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출처BBC

보통 포경은 큰 문제가 안 되지만 간혹 성관계 통증이나 소변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영국 국민건강보험은 포경에 대해서 국소 스테로이드와 스트레칭 처방을 하고 수술은 최후의 수단으로 권한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포경수술이 일반적이었다. 캐나다에서 비뇨기과 의사를 만난 알렉스는 "스트레칭 방법에 대해 물어봤는데, 의사가 바로 수술을 권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훗날 레슬리는 아들을 수술한 의사에 대한 온라인 상의 평가를 보게 됐다.

그에게 신장 수술을 받고 문제가 생겼다는 환자가 있었고 "그 의사는 무능해서 위험하다"라는 평가 등이 있었다.

레슬리는 "아들의 크고 반짝이는 눈, 미소, 유머감각, 포옹이 너무 그립다"고 말했다

출처Lesley Roberts

리뷰에 충격 받은 레슬리는 비뇨기과 의사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조사는 진행중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의사협회는 BBC에 "(환자의) 이의 제기가 공식 징계로 이어진 뒤에만 공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도 좋지 않았는데 수술 당시 알렉스의 컴퓨터가 고장났다.

이 때문에 알렉스는 의사와 수술 관련 충분한 정보를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공공 장소에 있는 컴퓨터로 알아보거나, 친구들과 이야기하기에는 "금기시되는 주제"였다.

결국 알렉스는 2015년 21살 나이에 수술을 받았다.

알렉스는 동생들과 우애가 좋았다

출처Lesley Roberts

이후 포피가 제거된 성기 앞부분에서 계속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알렉스는 "옷과 스칠 때마다 자극이 일어나는 게 고문과 같았고 몇 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았다"며 "눈꺼풀이 사라졌을 때 안구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을 해보면 알 것"이라고 썼다.

영국 비뇨기과 의사 협회 회원인 트레보 돌킨 박사는 포경수술을 받으면 성기 앞부분이 더 민감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알렉스는 발기부전과 동시에 포피소대(성기 앞부분과 아랫부분을 연결하는 띠 조직)가 제거된 부위가 따갑고 가려웠다고 했다.

돌킨 박사는 "포피소대는 민감한 부위 중 하나인데 성기능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위로 알려져 있다"면서 "포경수술 중에 포피소대가 손상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꼭 성기능과 성적 만족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포경수술을 남성의 성기를 일부 절단하는 행위로 여기며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출처Getty Images

알렉스는 포피소대가 유발한 통증으로 고통이 컸던 것 같다.

"성기가 있던 곳이 지금은 둔감한 막대기만 남은 기분입니다. 나의 성적 정체성은 엉망이 돼 버렸어요"

레슬리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아들이 수술받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출처BBC

포피는 흔히 "슬모 없는 덮개" 쯤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돌킨 박사는 "성기 앞 부분을 덮는 포피는 귀두를 보호하며 면역학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포경수술 문화는 지역과 문화에 따라 매우 다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선 남성의 95%가 이 수술을 받는 반면 영국에서는 이 비율이 8.5%에 불과하다.

영국에서 무슬림이나 유태인이 종교적 의미로 포경수술을 받는다.

포경수술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종종 반유대주의 혹은 이슬람 혐오를 가진 사람이라고 비난받는다.

하지만 레슬리 가족은 전혀 이런 것과 관련이 없었다. 알렉스가 거주했던 캐나다에서는 남성의 32%가 포경수술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렉스는 3형제 중 장남이었다

출처BBC

알렉스는 편지를 통해 포경수술이 "남성의 성기 일부를 절단하는 행위"로 여겨져야 한다고 밝혔다.

"내가 만약 (서양 국가에 사는) 여성이었다면, 이것은 불법이었을 것입니다. 의사는 수술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성기 자율권"을 지지하는 이들은 영유아 시기에 포경수술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환자 동의가 없기 때문인데 이들은 포경수술을 인권과 관련된 문제로 생각한다.

성기 자율권을 지지하는 이들은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아기에게 포경수술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출처Getty Images

알렉스는 수술 후 성기의 민감성이 75% 정도 줄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포경수술을 받는 이들의 수술 후 반응은 꽤 엇갈린다.

어떤 이들은 수술을 받은 뒤에 성관계가 더 편해졌다고 말한다. 당기는 느낌의 통증이나 포피 염증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감각 둔화가 심해져서 만족도가 매우 크게 줄어든 사례도 있다.

또한 감각이 둔감해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만족도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결과도 있다.

한때 교사였던 레슬리는 요즘 학교로 가서 남학생들과 이 문제를 논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남성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잘 이야기 하지 않고 포경수술은 금기시되는 주제라는 것도 알고 있다"며 "알렉스도 자신의 문제를 말하지 않았고 나도 몰랐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돌킨 박사는 포경수술 전 환자들에게 수술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출처BBC

돌킨 박사는 포경수술로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일은 드물긴해도 나타난다고 했다.

때로는 피부를 너무 많이 잘라내어서 성기가 몸속으로 들어가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포경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사례도 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는 생후 4주 아기가 포경수술을 받은 뒤 출혈로 사망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1995년 이래 최소 1100명의 소년들이 포경수술 의식으로 세상을 떠났다.

감염으로 성기가 썩어들어가거나 성기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알렉스가 살았던 캐나다에선 온타리오주에서는 신생아가 포경수술을 받고 출혈로 사망한 적이 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가정에서 포경수술을 받은 아기 두 명이 사망하기도 했고, 2살 아이가 이민센터에서 수술을 받고 숨지기도 했다.

알렉스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어머니에게 부탁했다

출처Lesley Roberts

레슬리는 "모든 포경수술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고 했다.

"다만 아들의 사례에는 분명 문제가 있어서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찾아내서 잘 알려야 합니다."

돌킨 박사는 "10대 후반 혹은 성인 남성을 수술할 때는 이 부위의 민감성과 성기능 관련도를 잘 설명해야 한다"며 환자들에게 잠재적인 합병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레슬리는 "아들은 위험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며 "알았다면 수술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구호단체 15 스퀘어는 사람들에게 포경수술이 무엇인지 알리고 있 있다.

이 단체의 데이비드 스미스 대표는 포경수술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생각보다 더 많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포경수술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에 대한 통계는 없다. 알렉스는 1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부검이 진행됐지만,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다.

레슬리는 아들의 부탁에 따라,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했다.

알렉스는 "나 역시 이런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던 사람"이라면서도 "내 이야기가 남성 건강 관련 사회 안 금기를 깨는데 기여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레슬리 역시 "이게 내 금쪽같은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나의 마지막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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