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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주기 '아직 아플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들은 '세월호 트라우마' 외에도 이후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2차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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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린 '제5주기 세월호 참사 추모행사에 참석한 재학생들

출처뉴스1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총 476명이 타고 있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 침몰했다.

299명이 사망했고, 5명이 미수습자로 남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들딸, 친구, 선후배를 허망하게 잃은 상처는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김은지 정신과 전문의는 "세월호의 경우 재난 이후의 과정에서 언론, 여론 그리고 정치·사회적 갈등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2차 트라우마'를 줬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의는 2014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단원고의 '스쿨 닥터'였고, 이후 안산에 '마음토닥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열고 지금도 단원고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다음은 김 전문의와의 일문일답.

김은지 정신과 전문의는 피해자들의 외상후 스트레스와 우울증 증상이 4월에 유독 심해진다고 한다

출처뉴스1

4월은 유난히 아프다

Q. 피해자들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

A. 많은 분이 5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나아지지는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5년이라고 하는 시간 동안 피해자분들이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진상규명이나 사회적으로 세월호를 알리는 데에 더 힘쓴 시기였다. 또 그로 인해 피해자들이 지금은 많이 지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심리치료는 이제서야 제대로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단원고 학생은 얼마나 자주 보나?

A. 1년에 한 50여 명은 적어도 1번 이상은 만난다.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나면 좋겠지만, 연락이 안 되는 친구들도 있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만나기 어려운 친구들도 있다.

아이들이 증상이 심해질 때는 더 자주 본다. 지금처럼 기념일이 있는 4월에는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2~3년 전, 또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했을 때도 적응과정에서 증상이 심해졌다.

출처뉴스1

'세월호 트라우마'

Q. '세월호 트라우마'의 특징은?

A. 크게 재난은 인공 재난과 자연 재난으로 나눈다. 인공 재난은 누군가가 무엇을 잘못해서, 혹은 테러처럼 일부러 의도를 갖고 공격해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신뢰가 더 많이 떨어지고 회복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갈등들이 일어날 수 있다.

세월호 같은 경우는 인공 재난인 걸 넘어서 이후의 과정에서도 언론, 여론 그리고 정치·사회적 갈등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2차 트라우마'를 줬다. 재난 트라우마의 양상이 훨씬 더 복잡해졌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를 중심에 두고, 피해자들과 그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 이렇게 나눠지는 양상이 발생했다"며 김 원장은 세월호 2차 트라우마를 설명했다

출처뉴스1

Q. '2차 트라우마'에 대해 더 설명해달라.

A. 재난이 나면 처음엔 일종의 '허니문'기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를 응원하고 도와준다. 하지만 이 시기는 굉장히 짧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무관심해지는데 세월호의 경우 피해자를 비난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세월호를 중심에 두고, 피해자들과 그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 이렇게 나뉘는 양상이 발생한 것이다. 공동체 내에서 우리 모두가 같이 트라우마를 입었을 때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분열이 일어나고 서로를 공격하면서 2차적인 상처를 만든 것이다.

김원장은 "아직도 아플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출처뉴스1

건강하게 치유하기... 과연 가능할까

Q. 앞으로 6주기, 10주기, 15주기를 맞을 텐데, 유가족과 생존자를 위해 중요한 것은?

A. 세월호 피해자 분들이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잊는 거마저도 죄책감이 든다'라고 강박을 갖게 되는 것은 사실은 우리 사회가 세월호를 잊어버리고 무시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에 대해 비난하시는 분들이 '이제 그만 해라', '지긋지긋하다', '이제 잊어라'하니, 피해자들로 하여금 '우리는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외치게 만드는 것 같다.

김원장은 "안산 지역 전체, 그리고 그 마을 전체가 공동체 트라우마를 입었다"고 말한다

출처뉴스1

일반적인 다른 애도를 경험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어 보면, 내가 남편을 잃었는데 남편 생각이 덜 나거나 남편이 없는데도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면 마음 한편으로 죄책감을 느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겪는 부분이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잊는 게 사람의 생리다.

그럼 정말 이분들이 잘 잊으려면 혹은 잘 기억하려면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인간의 순리대로 넘어가려면 사회에서 이분들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아직도 아플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는 과정이 있어야 '건강한 애도'의 과정으로 갈 수 있다.

Q. 어떻게 피해자'건강한 애도'를 도울 수 있?

A. 피해자라고 해서 굉장히 슬플 거다, 아플 거다고 하는 것은 미리 판단하는 거다. 내가 규정한 피해자의 기준으로 이 사람은 이럴 거 다 하고 다가가서 과도한 위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은 이분들은 그런 일을 당했지만 보통의 사람이고 보통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똑같이 존중받을 만한 사람인데, 단 이런 아픔을 겪어내고 있는 과정이다라는 것만 인식하면 된다.

그리고 그 아픔을 우리가 전부 다 알지 못하지만 아프다는 것 존중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인양된 세월호 앞에 걸려있는 미수습자 5명의 사진

출처뉴스1

Q. 진상 규명 노력 '건강한 애도'에 도움이 되는가?

A. 저는 배 관련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 다 밝혀진 거 아니냐' '왜 뭘 더 밝혀야 한다는 거냐' '언제까지 할 거냐' 물으시는 분들이 있다.

우선 유가족들이 왜 자꾸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지 그 억울함을 읽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가 왜 그렇게 됐는지 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 마음을 읽고 공감하면서 세심하게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권에서 '이게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라는 식의 입장을 표명해주고 진상 규명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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