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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한국 엄마들은 왜 자녀들의 성교육을 받을까?

'요즘은 아들이 가해자 안 되게 하려고 오는 엄마들이 많아요. 아들 교육이 더 절실하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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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폰과 위생 패드

출처Getty Images

"요즘 아들 둔 엄마들은 그냥 제발 사고 안 치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초등학생 아들을 둔 어머니 A씨는 1년 동안 기다린 끝에 유명한 성교육 강사의 소규모 강의를 마침내 듣게 됐다고 매우 기뻐했다.

'미투(Me Too)' 시대를 맞아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성교육 프로그램이 인기다.

최근 한 지자체에서 마련한 이날 성교육 강의가 끝난 후, 강사에게 달려간 어머니 B씨는 조용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6세 아들이 자위를 했는데 저와 친정식구들이 다 크게 꾸짖었어요. 한 번이 아니에요. 저희가 잘못 교육한 걸까요?"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 강사는 이 현상을 "요즘은 아들이 가해자 안 되게 하려고 오는 엄마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봤다.

손 강사가 지난해 tvN '어쩌다 어른'에 나와 한 강연이 폭발적인 반응을 받은 것도 일부는 이같이 '미투'시대 아이들을 가해자가 아니게 키우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을 반영한다.

'야동을 본 것 같아요'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 대표는 18년간 성교육, 젠더교육을 해왔지만, 지난해 3월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을 출간하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는 바로 한국에서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때다.

엄마 대상 성교육은 '미투' 운동과 최근 붉어진 '버닝썬 사태' 이전에도 있었다. 단, 손 강사는 BBC 코리아에 최근 강의 요청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BBC 코리아와 인터뷰 중인 손경이 대표

출처BBC

엄마들은 "(아들이) 야동을 본 것 같아요", "여자친구를 사귀는 거 같은데 선을 넘을까 봐 걱정돼요", "불안해요, 사고만 안 치게 해주세요"하는 얘기를 주로 한다고 손 강사는 말했다.

"옛날에는 피해자 안 되고 싶어서, 딸 때문에 엄마들이 많이 왔는데 요즘은 아들이 가해자 안 되게 하려고 오는 엄마들이 많아요. 아들 교육이 더 절실하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라고 손 강사는 말했다.

심지어 다른 한 성교육 전문가는 강의에서 "요즘 아이들의 성교육은 야동(포르노)과 불법 촬영물이 맡고 있다"고 한탄했다.

나아가 최근 "한국, 남자"를 펴낸 사회학 연구자 최태섭 작가는 포르노를 통해 성을 접한 것이 불법 촬영물을 만들고 공유하는 것에 기여했다고 본다.

그는 최근 가수 정준영 등이 불법 촬영물을 지인들과 공유한 것에 대해 "포르노를 통해 섹슈얼리티를 학습한 남성들이 자신의 성애를 영상화하려는 것도 어느 정도 당연한 귀결"이라고 BBC 코리아에 말했다.

Keyboard

출처Getty Images

"유튜브에 '엄마 몰카'라고 쳐보세요. 조회 수, 클릭 수 몇만, 몇천 되죠. '엄마 화장실', '엄마 샤워' 이런 것도 쳐보세요."

최근 손경이 대표가 100여 명의 엄마를 대상으로 진행한 성교육 강의에서 말했다.

참가자들은 각자 휴대전화를 꺼내 '엄마 몰카'를 검색해 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수군거렸다.

'왜 성기 이름도 못 쓰죠?'

'미투' 운동 뿐 아니라 부모들이 학창시절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점도 '엄마 성교육' 열풍의 이유 중 하나다.

손 대표는 "'음순'이라는 단어 배워본 적 있어요? 예전에 어떤 어머니는 우시더라고요. '음순'이라는 말을 처음 해본다고 하셨어요"라고 말했다.

예전부터 엄마가 딸에게 여성 생식기를 "소중이", "거기", "밑" 등으로 가르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엄마 대상 강의 중인 손경이 대표

출처BBC

고양시 법무부 성매매 단속반에서 자원봉사자로 12년째 활동하고 있는 손 대표는 사건 접수할 때 상당수 아이들이 '(누군가가) 소중한 곳을 만졌다' 혹은 '거기를 만졌다'와 같은 증언을 해서 증거 불충분으로 재판에서 진다고 말했다.

"왜 자기 성기 이름 하나도 못 쓰고, 단어가 삭제된 채로 우리 아이들 성교육을 할까요? 이건 잘못된 거예요. 그래서 미투가 터진 것 아니겠어요?"라며 "여자아이들은 '음순'이라는 단어를 알려주세요"라고 강조했다.

중학교 3학년 딸아이를 둔 이귀순 씨는 "요즘 청소년 성추행, 성폭행 얘기가 많이 들려서 걱정하던 참에 강의에 오게 됐다"며 "딸아이에게 '소중이'라고 알려줬는데 집에 가면 이 부분에 대해 다시 얘기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엄마'인가?

일산 중산중학교에서 약 두 시간 남짓 진행된 강의를 손 대표는 엄마들이 어떤 성교육을 받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하며 시작했다.

"성교육 어떻게 받으셨나요? '조심해라. 밤을, 거리를, 남자를 조심해라'?" 엄마들은 공감하는 듯 웃었다.

"그리고 정자, 난자 만나서 임신하는 것, 시험으로 배웠고요. 저는 낙태 비디오만 2번 봤어요. 주로 공포심을 교육받은 거죠."

손경이 대표 강의를 듣기 위해 온 어머니들

출처BBC

강의에 참여한 이덕순 씨는 "중학교 때 가정 선생님이 칠판을 이용해 여자 생식기를 가르쳐줬다. 당시 왜 '남자 것은 안 배우지?'라고 생각했다"며 "이 강의에서는 현실적으로 배울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경아 씨도 "'정자와 난자가 만난다는 기본적인 내용의 같은 비디오를 중학교 1, 2, 3학년 3년간 계속 본 걸로 기억한다"다며 "가정에서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론을 배우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손 대표도 "부모들이 예전에 성교육을 잘 못 받았다. 가정에서도 공교육에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며 아이들은 21세기를 살고 있고 아이들과 (성에 관해) 온도 차이가 있는데 해결할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런 강의에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캡션) 손경이 대표의 강의 내용 일부

출처BBC

이어 "(한국 부모들은) 자녀 문제가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해외는 사건이 터지만 학교 교육이나 미디어 탓인데 우리는 가정 교육 탓으로 돌립니다. 책임을 부모한테 돌린다는 것이다. '자식 단속 못 했다'고 비난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가정과 학교에서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은 아빠들도 마찬가지지만, 엄마 대상 강의가 많은 것은 여전히 엄마들이 가정 교육을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성관계 시작 연령은 13.6세'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가 2018년 청소년 6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시작 평균 나이는 만 13.6세다.

하지만 음란물에 노출되는 시기는 더 이르다. 초등학교 6학년생 4명 중 1명은 음란물을 본 경험이 있다는 조사도 있다.

실제로 한 성교육 강사는 초등학생 그리고 심지어 유치원생 자녀가 실수로 아빠 혹은 할아버지의 휴대전화의 야한 동영상을 봤다며 상담 요청하는 부모님들이 상당수 있다고 BBC 코리아에 말했다.

생식기 그림으로 주로 진행되어 온 성교육

출처Endometriosis UK

이 가운데 학교 성교육은 양적과 질적인 측면에서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교육부 학교 성교육표준안에는 초·중·고 학생들이 연간 15시간의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입시 때문에 성교육 시간에 자율학습을 하기도 하고, 15시간을 채운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고 젠더 의식이 있는지는 모니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LGBT 가정에 관한 도서 'Mommy, Mama and Me'

출처BBC

반면 스웨덴은 만 4살부터 성교육을 시작해 중학교 때는 피임 교육을 진행하고 무료로 콘돔을 나눠준다. 참고로 유네스코 국제 성교육 지침서는 성교육을 5살 때부터 시작하라고 권고한다.

한편 성교육 전문가들은 BBC 코리아에 성교육 자격증을 가진 강사들은 많지만 주로 공교육권 외에서 강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외부 강사 대우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고, 외부 강의 경우 내용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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