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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아이를 낳든, 낳지 않든, 당신의 선택이라면 가치 있어요'

'무자녀 부부'가 늘고 있지만, 이들이 겪는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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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희 작가

출처BBC

'무자녀 부부'.

결혼을 했지만 건강, 경제 상황, 가치관 등 개인적인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은 부부를 말한다.

이런 '무자녀 부부' 수는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전국) 수치를 보면 부부로만 이뤄진 가구는 2000년 전체 가구의 12%에서 2045년 20%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저출산 해결이 국가적 기조가 된 시대에 이들을 향한 편견과 오해는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임신과 출산 과정을 몸으로 겪어내는 여성들을 향한 일상 속 편견은 생각보다 빈번하고, 날카롭고, 폭력적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무자녀 부부'들이 목소리를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침묵하는 와중에 아이를 싫어하는 '못된' 사람으로 낙인 찍히기도 하고, 생면부지의 타인으로부터 애국은 커녕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젊은이'라는 타박을 듣기 일쑤다.

BBC 코리아는 무자녀 및 난임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를 펴낸 이수희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감정과 경험을 잘 나타내기 위해 해당 기사는 1인칭 형식으로 작성됐다.

출처BBC

왜 사생활은 존중받지 못할까

"요즘에는 여자도 42살까지 시험관 할 수 있대요."

아이가 없다고 하자 초면의 거래처 대표는 대뜸 시험관 시술 얘기를 꺼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까지 들어야 하나' 등 여러 생각이 스치는 가운데 그는 10여 분간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회사를 관두고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면접을 볼 때도 자녀 계획에 대한 질문은 빠지지 않는다.

감정을 누르며 안 낳을 거라고 하면 왜 낳지 않을 거냐는 질문이 뒤따랐다.

이런 면접에서는 대부분 탈락했다. 언젠가 아이를 낳고, 휴직하거나 퇴사할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내 입장을 열심히 이야기했다.

하지만 수십번 설명을 해도 그때 뿐... 한 사람을 대하는 문제가 아니라 한 세대, 한 나라를 상대해야 하는 끝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를 안 낳는다고 당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낳는다고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닌데. 왜 사람들은 부부의 사생활을 그토록 궁금해하고, 쉽게 질문할까.

결국 입을 닫았다.

언제 어떤 말을 들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에는 가시가 돋았고, 결국 몇 달 간 모든 접촉을 끊고 집에만 머물렀다.

아픈 몸, 만만치 않은 비용

처음부터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 '무자녀 부부' 가운데 아이를 갖기 위해 난임 치료를 하는 부부도 많다. 시대가 바뀌면서 난임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정부도 난임부부 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지원 확대에 나섰다.

연예인 부부들의 시술 성공 사례가 전파를 타고, 난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어느 병원이 유명하더라 등의 이야기를 한다.

마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난임 치료 과정의 지난한 고통은 잊혀지고, '아이'라는 결과물에만 방점이 찍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 난임 시술을 받는 많은 여성은 치료 과정에서 몸이 상하는 속도에 놀란다.

시술을 위해 눈치 보며 연차와 병가를 쓰고, 병원을 찾아다니며 과배란과 착상을 돕는 주사를 맞는다.

주변에서는 이런 상황은 모른 채, '남들은 잘만 낳던데 그것도 하나 못하느냐'라고 말한다.

경제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 지원이 늘긴 했지만 시험관 체외수정(시험관) 시술 성공률이 70%인 점을 감안하면 재시술을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실패한 경우, 다음 시술을 예약하기 마련인데 이 과정에서 빠른 회복을 위해 이런저런 약을 입에 때려 넣으면 몸에 무리가 오기 마련이다.

하혈과 유산을 반복하면서도 아이를 갖기 위해 몸과 마음을 회복할 시간도 없이 다음 시술을 예약한다.

악순환이다.

난임 치료는 고독하고, 우울한 과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난임 진단을 받은 여성의 86.7%가 우울감을 경험했고, 자살을 생각한 경험도 26.7%에 달한다고 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가 된다.

왜 우리는 다름을 받아들일 수 없을까

왜 이렇게 힘든걸까.

친구들과 지인, 가족에게 위로와 공감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부모님께는 죄송해서 얘기를 못 꺼내는 경우가 많다.

또는 내가 공개적으로 '무자녀'나 '난임'에 관해 얘기하고 나섰다가 부모님까지 상처받을까봐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순간 수많은 인간관계의 접점을 잃었다.

아이가 없어서 부럽다는 얘기를 듣다가도, 아이도 없는 사람으로 동정받기도 한다.

나의 생각과 기준은 잊혀진 채, 아이가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평가 받는다.

내가 먼저 다가가더라도 육아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오는 소외감은 생각보다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나이가 되면 특정 그룹에 소속되는 것이 중요한데, '워킹맘'도 '전업맘'도 '골드미스도'도 아닌 사람들은 설 자리를 잃기 쉽다.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한창 열심히 일할 나이고, 육아와 직장을 모두 감당하느라 바쁠 그들에게 나는 분명 다른 존재일테다.

공통점이 적다 보니 육아와 직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화에 끼기 힘들 때가 많다. 이해한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우가 느껴질 때는 정말 힘들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고, 지식도 쌓지만 사람을 알아가고 사귀는 방법에는 시간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지금 나이가 되어서도 누군가를 새로 만날 때 어처구니 없는 말실수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가 자랄 때 사람에 관한 존중이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방법을 많이 배우지 못했구나 생각이 든다.

4인 가족이 정답인 사회에서 '행복' 찾기

몸이 아파 힘들었고, 외로워서 힘들었다.

그러다 1년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잠깐 시술을 멈추고,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이런 고통을 겪으면서 아이를 갖고 싶은걸까? 계속 노력할 수 있을까? 낳는다고 가족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내가 사회의 기준에 무조건적으로 나를 맞추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적당한 때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다복한 4인 가족을 꾸려 이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

남편과의 대화 끝에 우리는 아이를 낳을 준비도, 의사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사회가 주입하는 행복의 기준에 우리의 행복을 맞추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나만의 '행복'을 찾았다.

나에게 행복은 내가 편안하고, 좋은 순간들이다.

요새 그런 순간들이 많다.

목소리를 낼 수 있길

통계를 보면 비혼이나 2인 가구는 많은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다.

난임 진단을 받은 남성과 여성은 2011년 이후 연간 2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다 어딘가에서 혼자 외로움을 삭히고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어떤 선택을 하든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나고, 그 선택을 하는 사람도 나다. 어떤 선택을 하든 기쁨과 슬픔은 따른다.

내가 책임질 준비가 되어있고, 동반자와 충분한 대화를 했다면 어떤 선택을 하든 성공한 것이다.

비혼이든, 아이를 낳지 않든, 아이를 10명을 키우든, 나와 동반자의 온전한 결정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가치 있다.

외부의 시선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비혼이 지금처럼 인정받기까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큰 역할을 했다.

당사자들이 나서서 왜 결혼을 안하는지, 왜 그것이 괜찮은지 이야기를 했기에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같은 사람들이 힘들더라도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

당신이 외롭지 않도록.

출처BBC

This story is part of the BBC World Service Bloggers Project where we hear women's diverse voices and experiences from across Asia. These stories have been self-authored or written as first-hand narratives.

이 기사는 BBC 월드서비스 '블로거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블로거스 프로젝트'는 아시아 전역의 여성의 다양한 목소리와 경험을 담고자 합니다. 프로젝트 기사는 저자가 직접 작성하거나 BBC 기자가 인터뷰를 진행한 후 1인칭 형식으로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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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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