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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DMZ에서 자란 20대 여성이 군인을 꿈꾸는 이유

이 자매는 대성동의 유일한 20대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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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동에서 현재 거주 중인 유일한 20대 여성 유수빈(오른쪽), 유정빈

출처유수빈, 유정빈 제공

여기 군인이 되려는 두 여성이 있다.

헌법에 따라 모든 한국 남성은 국방의 의무가 있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 둘은 남성이었더라도 국방의 의무가 없다.

대성동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이다.

유수빈(23), 유정빈(21) 씨는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마을인 대성동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군사분계선(MDL)과 남방한계선 사이에 있는 이 최북단 마을의 주민들은 국방의 의무가 없다.

자매인 수빈, 정빈 씨는 현재 대성동에 거주하는 유일한 20대 여성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한국 농촌 마을이 그렇듯 대성동에는 젊은이가 적다. 학업, 결혼 등으로 타지에 나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왜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군대에 가려고 할까?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무장지역 중 한 곳인 DMZ 안, 판문점과 불과 1km 떨어진 곳에서 20대로 사는 것은 어떤 경험일까?

DMZ 남측 내에 있는 유일한 민간인 거주 마을인 대성동에는 2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국방의 의무와 더불어 일부 세금도 면제받고 있지만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토지 소유권은 정부에 있다.

정빈 씨가 입대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 BBC 코리아가 자매를 문산역에서 만났다. 동생 정빈 씨는 16일 입대해 훈련 중이고, 언니 수빈 씨는 지난해 치른 시험에 떨어져 올해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대성동의 김동구 이장에 따르면 자매는 임관할 경우 최초의 대성동 출신 여군이 된다.

내가 여군을 꿈꾸는 이유

"동생도 저도 다른 꿈을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어요." 수빈 씨는 말했다.

둘 다 군인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언제 알았냐는 질문에 동생 정빈 씨도 "어렸을 때부터 그냥 서로에게 늘 하던 말이었어요. '나 이번에 군 지원할 건데, 언니는 언제 할 거야?'하며 늘 얘기했어요"라고 설명했다.

대성동에 현재 거주 중인 20대는 수빈(23), 정빈(21), 그리고 남동생 유정재(20) 씨다

출처유정빈 제공

마을의 특수성 때문에 자매에게 군인이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가까운 존재였고 군인은 당연히 남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인식했다.

"대성동에 또래 친구가 있어봤자 두 명, 세 명 정도였는데, 늘 저희와 농구를 하고 놀아주는 것도, 영어, 검도 등을 가르쳐주는 것도 군인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저희는 당연히 도움 주는 게 군인인 줄 알았어요. 그때부터 여동생이랑 저는 군인이 되고 싶었죠"라고 수빈 씨는 말했다.

자매는 대성동초등학교를 나왔다. 마을의 유일한 학교다. 한때 폐교 위기에 처했지만 대성동초등학교는 군인 혹은 외부 강사들이 와서 영어, 컴퓨터, 애니메이션, 난타, 연극, 검도 등을 가르치면서 유지됐고 이제는 인근 지역 학생도 받고 있다.

대성동 내 군인. 자매에게 군인은 어렸을 때부터 늘 도움을 주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출처CHUNG SUNG-JUN

대성동은 '군사분계선 이남에 대해 유엔군 사령관이 군사 통제한다'는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 관할권에 속한다. 미군이 많고 학교 행사에도 종종 참여하는 이유다. 판문점 JSA가 불과 1km 떨어져 있어서, JSA 민정중대의 경호를 받기도 한다.

어린 시절, 정작 여군은 못 봤다

언니 수빈 씨는 물리치료를 공부했고, 전문사관으로 군대에 가려고 한다. "제 평생 군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저 또한 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지원을 했어요."

동생 정빈 씨에게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다. 2005년, 전술훈련 도중 임진강 급류에 휩쓸린 부대원을 구하려다 함께 숨진 고 박승규 대위와 정빈 양은 유난히 친했다.

당시 7살이었던 정빈 씨에게 삼촌과도 같은 존재였다. 같이 농구를 했고, 박 대위는 항상 져주고 과자를 사줬다고 했다.

수빈 씨가 마을에서 강아지와 산책하는 모습

출처유수빈 제공

"아이스크림 사준다고 하시고 가셔서 못 돌아오셨어요. (사망 소식을) 뉴스에서 봤을 때 '설마, 살았겠지. 구조 될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슬프기도 했지만, 저한테는 그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어요.

나도 저런 사람이 돼야겠다, 저런 군인이 돼야겠다 생각했어요."

사실 둘은 어린 시절 정작 여군은 보지 못했다. 남방한계선 북측에 위치한 대성동은 엄밀히 말하면, GP(감시 소초)다. GP 여군 배치는 금지된다.

하지만 지난해 '국방 개혁 2.0'의 일환으로 남방한계선 철책선 경계를 맡고 있는 GOP 부대에는 여군도 배치가 가능해졌다.

"저희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군복을 입고 싶어 했어요. 근데 정작 여군을 본 적은 없어요. 그래서 저랑 동생이랑 '우리 한번 (여군이 돼서) 정복을 입고 93번 버스(대성동 버스)를 타고 마을에 들어가 보자, 군복을 입고 멋있게 들어가 보자'하고 얘기하고는 했어요." 수빈 씨 설명이다.

북한에 대한 시각은 남들과 비슷해

수빈, 정빈 씨의 경우 할머니가 대성동 분이셨다. 할아버지는 외부인이었지만, 대성동에 와서 살게 되었다고 한다.

북한과 가깝고 출입도 철저히 통제되고 마을의 토지 소유권은 정부에 있는 이 특수한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을까?

자매 둘 다 "한 번도 밖에서 살아보고 싶다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기도 맑고, 시골이니까 강아지들도 풀어놓고 키우고, 보안이 굉장히 철저해 도둑도 들어갈 수 없어 오히려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정빈 씨의 경우 대학교 때 처음으로 외지의 친구들을 대성동으로 초대했다고 했다. 친구들이 너무 신기해하며 와보고 싶다 해서 거의 한 달 전에 신청해서 신분 조회 완료 후 마을에 오게 됐다고 했다.

수빈, 정빈 씨 집에서 직접 수확한 당근

출처유정빈 제공

"'북한 사람과 같이 사냐, 북한 TV를 보냐, 북한 출신이냐' 등과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아요.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수빈 씨는 웃으며 말했다.

북한 사람을 항상 보며 사는 것도 자주 받는 오해다. 대성동 밖에서 보기에는 마치 대성동 주민들이 북한 바로 옆에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빈 씨는 정작 북한 사람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빈 씨도 "거리도 있고, 나무도 있어서 (북한 사람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마을 회관에 있는 망원경으로 봐야 한 두명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근 남북관계, 북미관계 관련 뉴스를 보는 심정도 다른 지역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성동 위치

출처BBC

"우리가 아무리 대성동에 산다 해도 북한 뉴스를 보면서 다르게 생각을 하진 않아요. 일반인처럼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났구나', '판문점에 왔구나' 정도로 생각해요. 깊이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정빈 씨는 말했다.

하지만 만약에 통일이 되면 대성동이 한반도의 중앙에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한다고 말했다. "항상 서울 나가려면 진짜 멀어요. 기본 1시간에서 1시간 반이 걸려요. 만약에 통일이 되면 저희 마을에서 북한 가기도, 중국 가기도 편하니, 제2의 서울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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