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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인종 차별, 축구계의 '불편한 진실'

전문가들은 예전에 비해 차별이 줄었다고 말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불편한 진실'이라고 한다.
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9.01.17. | 16,233  view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중인 손흥민 선수

source : Getty Images

축구계 인종 차별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예전에 비해 인종 차별이 줄었다고 진단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도 이 문제가 '축구계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말한다.

영국 토트넘에서 활동 중인 손흥민 선수를 향한 인종 차별 발언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런던 웸블리 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한 팬이 손흥민을 향해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던졌다며 그 상황을 축구 전문 기자가 트위터에 올리면서다.

토트넘은 팬들과 웸블리 경기장 측의 협조를 얻어 문제의 발언을 한 사람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 대변인은 해당 발언을 한 사람이 토트넘 팬인지 아닌지를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토트넘은 어떤 인종 차별적 혹은 반사회적인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이런 문제에 대해 절대 용서하지 않는 무관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인종 차별 혐의가 밝혀질 경우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이지 않는 인종 차별

축구 선수를 향한 인종차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일에는 23세 남성이 토트넘과 첼시와의 경기에서 유대인을 차별하는 언어를 사용해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토트넘 팬이 북런던 더비 경기에서 경기장에 바나나 껍질을 던져 4년간 경기장 출입 금지 및 벌금이라는 벌을 받은 사례가 있다.

또한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인종 차별을 겪은 선수가 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고 있는 라힘 스털링 선수는 자메이카계 영국인이다

source : Getty Images

라힘 스털링 선수는 작년 12월에 첼시전에서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첼시 팬들이 스털링의 피부색을 비하하는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첼시는 해당 팬 4명에 대해 경기장 출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욕설이나 언행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인종 차별도 심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털링은 드러내진 않지만 은근히 인종 차별을 부추긴다며 영국 언론 매체들을 비난했다.

그는 영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타블로이드 매체가 흑인 선수가 집을 사면 "돈을 뿌린다"고 하고 백인 선수가 집을 사면 "어머니를 위해" 집을 샀다고 묘사한다며 이중성을 지적했다.

같은 일을 해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다르게 묘사되는 언론의 행태가 유색인종을 향한 분노를 부치기는 셈이라고 스털링은 일침을 놓았다.

1988년 당시 리버풀 소속이던 존 반스가 관중이 던진 바나나 껍질에 뒷발 킥을 날린 장면은 전설로 남아 있다

source : Getty Images

인종차별적 편견을 깬 최고의 흑인 축구 선수로 꼽히는 존 반스 역시 드러나지 않는 인종차별에 대해 경고했다.

1988년 당시 리버풀 선수였던 그는 관중이 던진 흑인 선수 조롱의 의미인 바나나 껍질에 뒷발 킥을 날려서 더 유명해진 인물이다.

반스는 최근에도 여전히 '바나나 껍질'이 존재 한다고 꼬집었다. 단,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세상이 그렇다 해도 선수들에게는 의연한 대처를 주문했다.

"저는 인종 차별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살았습니다. 저한테는 이 방법이 옳은 방법이었죠. 인종 차별적인 사람들이 제 인생을 망치게 내버려 둬선 안 됩니다. "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스털링 선수처럼 문제의식을 느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또한 바람직하다고 반스는 덧붙였다.

"이 문제에 대해 싸우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해도 됩니다. 올바른 대처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대처하면 되는 거죠."

영국 축구계 인종 차별적인가? 팩트 체크

앞서 살펴본 사례들만 보면 영국 축구계의 인종 차별 문제가 최근 더 심해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통계만으로 영국 축구계의 인종 차별 문제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이 문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는 있다.

축구계 인종 차별 반대 단체 '킥 잇 아웃(Kick It Out)'은 선수와 관중이 접수한 각종 차별 신고 내용을 토대로 연간 통계를 발표한다.

이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6~17년 시즌에는 469개, 2017~18시즌에는 520건의 차별 건이 접수됐다.

접수 건 중 절반(53%) 이상이 인종 차별에 관한 내용이었다.

킥 잇 아웃의 자료가 영국 축구에서 인종 차별이 증가추세에 있다는 객관적 방증이 될까?

그렇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킥 잇 아웃이 인정하다시피 차별 건수 증가가 실제로 차별이 증가해서인지 대중의 인종 차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인지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국 정부의 자료는 축구계 인종 차별의 진짜 그림을 보여줄까?

영국 내무부가 집계한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축구 관련 체포 사례에 따르면 2017년 시즌 전체 체포 건수 1500개 중 15개가 인종 차별적이거나 음란한 응원 구호 때문이었다.

이 15건의 인종 차별 관련 체포 사례는 2016~17시즌에 비하면 두 배나 되는 수치지만 2010~11년 시즌에 44명이 같은 이유로 체포된 것을 고려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국 내무부 자료도 완벽하지는 못하다.

이는 체포 건수만 보여주지 실제로 일어난 모든 인종 차별 사례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국 축구계의 인종 차별 문제 논란은 수십 년간 지속해 왔다고 캐시 모어 교수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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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축구에서 인종 차별이 없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1980년대 후반에 비하면 많이 양호해졌다고 애스턴 대학 엘리스 캐시 모어 교수는 설명한다.

캐시 모어 교수는 "현재 축구계 인종 차별 문제는 1980년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인종의 선수들이 각축을 벌이는 오늘날의 축구계가 인종 차별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놀라울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캐시 모어 교수는 영국 축구계의 인종 차별 문제 논란은 수십 년간 지속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다가 프리미어 리그에 세계적인 선수들이 영입되기 시작한 90년대엔 인종 차별이 고개를 숙이는 듯하다 이 문제가 2000년대 초에 재등장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 전환점엔 2011년에 일어난 사건이 배경이다.

당시 루이스 수아레스 선수가 동료 선수를 인종 차별 발언으로 고발해 동료가 8개월간 경기 출전 금지령을 받은 것이다.

캐시 모어 교수는 이 사건 덕분에 축구 선수들 간 인종 차별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축구계 인종 차별을 뿌리 뽑진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익명의 축구팬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절반이 영국 축구계에서 일어난 인종 차별주의를 목격했거나 경험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한 명은 축구계 인종 차별이 예전만큼 드러내 놓고 벌어지진 않지만 "축구장에 좀 다녀본 사람들은 누구나 겉으로 드러나진 않은 인종 차별주의가 있다는 걸 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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