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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죽는 과정을 촬영하겠습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더 나은 인식이 필요합니다. 유쾌한 일은 아니겠죠."
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8.12.04. | 101,774  view

스티븐 이스트우드 감독과 앨런

한 노인이 병원 침대에 누워 마지막 숨결을 들이마신다.

곧 숨이 끊기지만 카메라는 그대로 촬영을 이어간다.

간호사들은 그를 다른 방으로 옮겨 그의 몸을 깨끗이 닦는다.

"아무도 죽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우리는 모두 생물학적으로 죽을 운명이에요."

스티븐 이스트우드의 다큐멘터리 <아일랜드(Island)>는 죽음 앞에 놓인 4명의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을 드러낸다.

"죽음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겨지곤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가 진보적인 사회에 산다고 생각하지만 죽음은 부정하고 억누르죠."

"빅토리아인들보다 나은 게 없어요."

이스트우드는 촬영 내내 조용한 구경꾼을 자처했다. 그들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그들 삶의 리듬 일부가 됐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면 현실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더 나은 인식이 필요합니다. 유쾌한 일은 아니겠죠."

이번 다큐멘터리는 영국 브라이턴의 갤러리 파프리카가 죽음에 대한 영화를 의뢰해 만들어졌다.

말기 환자를 간호한다는 것

로이와 간병인

이스트우드는 갤러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와이트섬으로 갔고, 그곳에서 엘런, 로이, 메리, 그리고 제이미를 만났다.

"제가 아끼던 4명의 사람이 있었어요. 앨런, 로이, 메리, 그리고 제이미. 3명은 80대였고 나머지 1명은 40대였죠."

이스트우드는 배를 타고 5시간을 걸려야 갈 수 있던 섬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그들의 삶을 느리고 조용한 방식으로 기록했다.

그는 그가 "시어머니와 저와 동갑인 가장 친했던 친구와 사별한 뒤"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말기 환자를 간호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어요."

메리

이스트우드는 우리가 죽음이라는 현실을 직면하고 그것을 일상생활의 일부로 삼을 때 덜 두려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는 우리 모두가 실존적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는다면 너무 큰 상처가 될 것이고 그에 대한 모든 기억이 다르게 다가올 거에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지게 되겠죠."

"하지만 죽어가는 누군가를 곁에서 가깝게 지켜본 이후로는 그것이 힘이 되고 평화로운 경험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는 영화를 통해 말기 환자 병간호의 위대함을 알리고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며 간병인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보통 사회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특별한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간병인도 그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삶 마지막을 보살피는 이들은 특별합니다."

이스트우드는 아일랜드의 시사회를 마친 후 한 관객이 자신에게 다가와 '이 다큐멘터리가 죽음을 덜 두렵게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제 야심 중 하나는 아니지만, 당신이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그 일을 평화롭게 바라볼 수 있다면. 좋은 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다큐멘터리 시작 부분에서 죽는 앨런에 대해 특히나 애정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앨런은 암으로 사망했다.

'흡연하기 위해 살아있다'

앨런과 간병인

"앨런은 16살 때 흡연을 시작했어요. 아픈 후에 간병인과도 담배를 피웠죠. 하지만 그게 암의 원인은 아니었어요."

"흡연은 말기 환자 간호의 일부였어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흡연을 돕는 거죠."

"의사들은 그가 흡연하지 않았다면 몇 주 일찍 사망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흡연하기 위해 살아있던 거죠."

앨런은 그의 마지막 순간에 이스트우드를 초대했다.

"엘런을 두 번째 만났을 때 우리 사이에 무언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가 제게 그랬죠. '너는 나와 끝까지 함께 있어 줄 것 같아. 그렇게 된다면 좋을 텐데'라고요."

"그는 자기 삶과 죽음을 모두 급진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그저 영혼의 운송 수단에 불과하고 어떤 것으로든 변할 수 있다고 믿었죠."

"그는 그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지 않고 경험을 통해서 철학을 남겼어요. 그는 제 우상입니다. 버트 랭커스터 같은 우상이요."

그는 앨런이 죽는 순간을 회상했다.

"그의 죽음은 길었어요. 숨이 서서히 사라졌죠. 아주 평화롭고 아름다워 감동 받았어요. 슬프지 않았어요. 그는 정말 죽을 준비가 되어있었어요."

앨런은 이스트우드에게 그가 19살 북아프리카에 파병 나갔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앨런은 당시 그의 사령관이 총에 맞았고 그의 품에서 전사할 때를 회상하며 이스트우드에게 말했다.

"그가 그러더라고요. '죽어가는 그의 눈에서 축복을 봤어. 그때 이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았지. 무언가 더 있다는 걸.'"

"그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모두가 그럴 순 없겠죠."

이스트우드는 앨런과 같은 죽음도 있었던 반면 제이미와 같은 갑작스러운 죽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이미는 사망 당시 40대였다

"제이미는 위암 4기였고 어린 가족이 있었어요. 그의 딸에 대한 애착은 정말 놀라웠죠."

"그는 딸에게 가장 괜찮은 방식으로 세상을 떠나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를 모든 회의에 참석시켰죠. 그가 없을 때 어떤 방식으로 삶이 이어질지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이스트우드는 앨런과 다르게 제이미를 생각할 때는 슬퍼진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의료 센터에서 방영되며 연수생들에게 삶과 죽음, 환자를 대하는 방식 등을 교육하는 교육 자료로 활용됐다.

그는 연수생들을 포함한 20대가 가장 큰 '죽음 부정' 세대라고 말한다.

이스트우드는 20대가 '젊고, 생산적이고, 괜찮아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우리에게 끝이 있다는 개념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거죠."

"자기 죽음에 맞서기가 너무 어려운 듯 보입니다."

그는 아시아와 남미에서는 죽음은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더 나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유한하고, 우리 몸은 부패한다는 사실을 알려줄 교육이요. 저는 그 사실에서 평안을 얻었어요."

"제 다큐멘터리가 저희 몸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맞아요, 모두가 죽으니까요. 우리 대부분이 이런 방식으로 죽을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은 심장병이나 암으로 70대 혹은 80대에 죽을 것이고, 그 마지막을 돌보는 사람들을 특별하게 여기게 될 거에요."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전에는 잘 몰랐는데 이제는 많은 정보를 가지게 돼서 좋아요. 사람들에게 마찬가지로 정보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우리는 죽어요. 성소로 탈바꿈해 부활하지 않죠. 그게 인생이에요. 앨런이 제게 보여준 게 그거라고 생각해요. 그를 촬영했던 걸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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