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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 성범죄는 일반 성폭행과 어떻게 다를까?

"너는 어리지만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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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장애 여학생들을 2014년부터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강원 특수학교 교사 박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인천의 한 교회 목사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신도들에게 8년간 '그루밍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된 논란이 커지면서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루밍 성범죄란?

그루밍(Grooming)의 사전적 의미는 길들이기, 꾸미기 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뒤에 성범죄라는 단어가 붙으면 친분을 활용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후 성폭행을 저지르는 것을 뜻한다.

특히, 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낮은 '아동이나 청소년'이 주 피해자다.

고민 상담을 해준다던가,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신뢰를 얻다가 피해자가 스스로 성관계를 허락하도록 만든다.

그러다보니 청소년 중에서도 따뜻한 손길을 바라고, 폐쇄적인 환경에 놓인 층이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루밍 범죄는 다음과 같이 대개 여섯 단계로 이루어진다.

  • 피해자 물색, 접근하기
  • 피해자와 신뢰 쌓기
  • 피해자의 욕구 충족시키기
  • 피해자 고립하기
  • 피해자와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을 유도하며 성적인 관계 형성
  • 회유와 협박을 통한 통제

사실 그루밍 범죄는 이번에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아니다.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가 2014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접수된 미성년자 성폭력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전체 78건 중에서 그루밍 수법에 따른 사례는 34건에 달한다.

여기에서 그루밍 범죄는 약 44% 정도로 청소년 성폭력 범죄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피해자 나이를 보면 중학생인 14~16세가 44.1%로 가장 많았다. 11~13세도 14.7%, 6~10세도 14.7% 에 이른다.

일반 성폭행과 다른 점

일반 성폭행의 경우 대체적으로 강제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즉각 인지한다.

그러나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길들여졌기'에 피해 사실을 바로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기간이 길어진다.

피해 사실을 알아채더라도 가해자를 회유를 하며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다.

이번 인천 그루밍 성폭행 가해자도 "나와 너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너는 어리지만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다"라고 말하며 다가갔다.

피해자는 성적 접촉이라는 비밀이 생기면서 점점 고립이 되고, 두려움과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함이 생기면서 통제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교계 관계자들이 9일 오전 인천시 부평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 목사 그루밍 성범죄를 철저히 조사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루밍 성폭행 피해 사례

그루밍 성범죄는 언제 어디든 발생한 소지가 있기에, 가해자층을 특정 집단으로 좁혀서 이야기하기엔 문제 소지가 있다.

그러나 청소년과 접촉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학교, 종교 기관, 연예 기획사 업계에서 자주 논란이 돼 왔다.

대표적인 그루밍 범죄는 자신보다 27살 어린 중학생을 성폭행해 임신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연예기획사 대표 사건이다.

이 가해자는 연예인을 화제로 피해자에게 접근한 후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최근 불거졌던 광주 모 여고 기간제 교사 성범죄 역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신용카드를 건네주거나, 약을 챙겨주고 교과목 답안지를 정정하게 해주는 등의 행위로 환심을 샀다.

심지어 친족 사이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부모에게 정서적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던 피해자가 친삼촌 등에게 상담을 하다가 성폭행을 당한 사례 등도 있다.

그루밍 성폭행은 청소년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친밀감을 이용해 심리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위력을 성인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그루밍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지난 8월 정무비서 김지은 씨 성폭력 혐의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에서도 '그루밍'이 핵심쟁점이 됐다.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성폭행을 했는지가 사건의 핵심이었다.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문에도 '그루밍'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재판부는 당시 '그루밍은 전문직 성인 여성의 경우 단기간에 그루밍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문심리위원들은 안희정 전 지사가 김 씨에게 보상을 제공한 점, 가벼운 신체접촉에서 강도 높은 성폭행으로 변한 점 등을 근거로 김지은 씨가 '그루밍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루밍 범죄, 어떻게 처벌되나

현행법상 그루밍범죄를 처벌하는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

보통 강간죄는 형법 제297조에 따라 폭행 또는 협박으로 죄 입증성이 형성된다.

또, 형법 제305조에 따라 만 13세 미만의 경우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만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해서만 처벌 규정이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경우 '강제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이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그루밍 범죄의 경우, 강제성을 부인할 증거들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피의자인 가해자 쪽에서 흔히 내놓는 발언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것이다.

이런 증거를 제시하면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따라 강간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실제로 관련 판례를 보면 13세를 넘었다는 이유로, 그리고 피해 청소년이 좋아하는 취지의 감정을 드러내는 문자메시지 등을 남겼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은 사례가 많다.

연예기획사 여중생 성범죄 사건의 경우도 피해자의 처벌이 확정되는 듯 보였으나 대법원에서 완전히 뒤집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검찰이 지목한 성폭행 시점 이후로도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났고, 다른 사건으로 수감된 가해자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보낸 것 등을 무죄 이유로 봤다.

이후 가해자가 '두려움과 강요 때문에 편지를 작성했다'고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아동 청소년 범죄에 대해 이해도가 전혀 없었다'고 항의했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19세 이상 성인이 13세 이상 16세미만 아동 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 추행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루밍 범죄를 대상으로 처벌하는 법안은 아니다.

영국의 경우 2017년 4월부로 그루밍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 통과됐다.

성적인 행위가 일어나기 전 단계에서도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18세 이상 성인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성적 행위를 요구하거나, 이를 일으킬 수 있는 대화를 시도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미국에서도 특별한 사유 없이 아동에게 선물이나 돈을 주는 행위 등에 대해 그루밍 성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으로 보고 처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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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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