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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로 전락한 애완용 호랑이

미국에서는 가정집에서도 호랑이를 기른다. 하지만 다 커버린 호랑이는 어디로 보내야할까?
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8.09.23. | 288,322  view

자니스 헤일리는 '잔다'를 미국 플로리다 주 가정집에서 키우고 있다

source : Getty Images

미국인들이 기르는 호랑이 수는 전세계 야생 호랑이 보다 많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텍사스 주의 경우, 규제의 부재로 애완용 호랑이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호랑이 '타지'는 태어난지 4개월만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첫 주인을 만났다. 한 화물차 운전사가 새끼 호랑이 '타지'를 구입한 것이다.

그러나 '타지'의 덩치가 커지면서 화물차 내부는 점차 엉망진창이 됐고 결국 화물차 운전사는 타지를 인근 오스틴 동물에 입양시켰다. 수컷 벵갈 호랑이 타지는 어느새 17살이 되었고 현재 동물원에서 지내고 있다.

미국 동물원이나 개인이 기르는 호랑이 수는 7,000여 마리로 추정되는데 타지도 이 중 하나다.

전세계 공식 집계된 야생 호랑이의 수는 3,890마리로, 미국 동물원이나 일반인이 기르는 호랑이 수가 야생 호랑이의 두 배다.

미국에서는 일반 가정집 뒷마당에서도 호랑이를 애완용으로 기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텍사스를 포함한 미국 전체 호랑이에 대한 실태 파악은 불가능하다.

미국이 가진 호랑이에 대한 애착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강한 인식에 기반한다.

특이한 동물일수록 애완동물 선택권이 개인에게 있으며, 국가는 간섭을 해선 안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전직 동물 보호소 운영자이자 활동가인 벤 칼리슨은 미국 농무부가 주최한 '희귀 애완동물의 문제점' 포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종종 '공산주의자'라고 불린다. 동물 주인들은 '선택의 자유'가 박탈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스틴 동물에서 입양한 '타지'

source : AUSTIN ZOO

일각에서는 일반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73년 미국에서 통과된 '멸종위기 동물법'은 야생 동물만 포함하며 사육 동물은 제외됐다.

칼리슨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찾는 '새끼 호랑이 체험 학습장'이 늘어나면서 호랑이 수요가 급증했다. 이는 무차별적 호랑이 사육으로 이어졌다.

그는 "해외에서 밀수한 호랑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미국 현지에서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호랑이의 감독, 규제 업무는 연방 정부가 아닌 개별 주에 위임된다.

동물 보호 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텍사스 주를 비롯해 전반적인 규제는 늘어났지만 법 집행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미국 동물 애호회 야생 동물 보호과 니콜 파케트 부의장은 "사람들은 특이한 것을 선호하며 희귀한 것을 찾는다. 애완용 육식 동물 사육은 미국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흑곰, 사자, 퓨마 등 포유류부터 악어, 비단뱀 등 파충류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텍사스 주에만 2천~5천마리의 호랑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맹견을 소유하는 것보다 호랑이를 분양받는 것이 더 쉽다고 주장한다.

파멜라 보이치는 '텍사스 인류 법제화 네트워크'라는 동물 보호 단체 일원이다.

"텍사스는 개인 자유와 사유 재산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다고 동물 복지를 훼손해서야 되겠는가? 온라인 상으로 호랑이를 사고 파는 행위는 미친 짓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01년 텍사스에서는 호랑이가 아이의 팔을 물어뜯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모든 희귀 애완동물의 등록을 의무화하는 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 역시 법 집행은 텍사스의 254개의 자치 지역에 맡겨져 미등록된 호랑이의 추적은 어려운 상황이다.

텍사스 주 보건처 대변인 크리스 반 도이센은 "텍사스는 자치가 발달된 지역으로 자치구의 입김이 세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면 현재 등록된 호랑이는 50여마리 뿐이다.

미흡한 감독뿐만 아니라 악천후 발생시 호랑이가 우리에서 벗어났을 때의 대책 부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파멜라 보이치에 따르면 햔제 동물 우리에 대한 규제나 권고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호랑이 한 마리가 휴스턴 거리를 유유히 배회한 사고가 발생했다.

홍수 때문에 임시 보호소에 머무르고 있던 호랑이가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거리로 탈출한 것이다.

홍수나 태풍만 없다면 텍사스는 호랑이가 살 수 있는 적합한 기후를 가졌다. 오스틴 동물원 관리자 존 그라미에리에 따르면 텍사스에서는 호랑이가 일년내내 밖에서 활동이 가능하며 겨울엔 실내 시설이 따로 필요가 없다.

그는 텍사스가 땅이 넓고 농지도 저렴해 호랑이 사육에 뛰어난 조건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알렉스'는 애완용 호랑이로 자라다가 오하이오 주 농장으로 넘겨졌다

source : JP BONNELLY/HSUS

"뉴욕 한복판과 달리 텍사스는 동물 사육에 훨씬 유리한 환경을 가졌다"고 그라미에리는 말했다.

멕시코와 인접한 텍사스는 동물 거래가 자주 벌어진다.

과거 이 지역에서 밀거래로 압수된 희귀 동물은 대부분 조류와 파충류였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미국에서 사육된 호랑이나 맹수가 멕시코로 밀수되는 경우가 더 흔하다고 한다.

'호랑이 미싱 링크 재단' 소속 브라이언 워너가 실시한 2005년 연구는 미국 호랑이 실태 조사의 주요 자료다. 당시 그는 동물원, 보호소, 및 개인 소유 호랑이의 전체 수를 5천마리로 추산했다.

미국 '고양이 보호 연합회'는 2011년 '대형 고양이과 동물'의 실태 조사를 처음 벌였고 2016년에 후속 조사가 한 차례 있었다. 2011년 조사에서 '큰 고양이'(big cat)로 분류된 맹수류는 6,563마리였다.

2016년에는 5,144마리로 줄어 22%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들의 관리 시설도 718곳에서 548곳으로 24% 줄었다.

왜 감소했을까?

고양이 보호 연합회는 동물들이 전반적으로 노화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시설들이 맹수 관리를 꺼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파멜라 보이치는 "적절한 홍보 활동과 법안 통과도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젊은 층의 인식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동물 사육장을 일부러 피한다. 동물 보호 단체들도 제보를 받는 즉시 동물 구조 활동을 펼친다."

비인가 사설 동물원에서 구조된 호랑이는 동물 보호 단체의 보살핌을 받는다

source : KATHY MILANI/HUMANE SOCIETY OF THE UNITED STATES

체계적 관리 감독에서 제외된 소규모 사설 동물원

미국 동물 애호회 니콜 파케트에 따르면 '수준 이하'의 사설 동물원은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고 그 중 상당수는 호랑이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여러 지방 축제, 유료 놀이시설 뿐만 아니라 쇼핑몰도 호랑이에 대한 수요가 높다.

텍사스 인싱크 희귀 야생 동물 구조 교육센터 소속 안젤라 커버는 78마리의 대형 고양이과 맹수를 보호하고 있다. 이 중 35마리가 호랑이다.

그는 "사람들은 새끼 호랑이를 들고 셀카를 찍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새끼 호랑이의 성장을 인위적으로 늦추기 위해 먹이를 일부로 적게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호랑이 새끼의 덩치가 커지면 결국 사육 농장에 판매된다. 보호소가 데려가지 않아 남은 호랑이들은 바로 안락사 시킨다. 이것이 악순환의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플로리다 한 학교 축제장에서 우리 안에 갇힌 호랑이가 버젓이 전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대서특필 되기도 했다.

새끼 호랑이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호랑이 자라면 안락사 시키는 경우도 있다

source : Getty Images

사육된 호랑이는 잘못된 식습관과 영양실조로 질병과 신경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180 킬로그램 무게의 애완용 호랑이를 키우려면 매주 먹는 고기 장만에 200달러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애완용 호랑이의 경우, 발톱을 제거하려면 발톱뼈를 일일히 절단해야 하는 시술을 해야 한다.

별도로 운동할 공간 없이 좁은 우리에서 생활하는 호랑이는 심각한 근위축을 앓기도 한다.

전직 동물 보호소 운영자 벤 칼리슨은 "야생 호랑이의 활동 지역은 평방 30 킬로미터가 넘는다. 침실만한 공간에서 평생을 산다면 육체적, 정신적 피해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동물 애호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대형 고양이과 맹수류와 침팬지 등 영장류의 공격으로 미국에서 22명이 사망했고 500명 가까이 부상을 입었다.

미국은 야생 동물이 널리 분포되어 있고 개체수도 상당히 많다. 흑곰 30만 마리, 퓨마 3만 마리, 그리고 회색곰 1500마리가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다.

야생 동물이 사람을 습격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한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가 2017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5년 사이 동물로 인한 사망사고는 약 1,610건이었다. 그 중 대부분은 소나 말과 관련된 사고였고 맹독성 동물이나 개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뒤를 이었다.

칼리슨은 "어미곰이 새끼곰을 보호할 때에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알맞은 예방책을 수립한다면 얼마든지 위험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말이나 농장에서 기르는 동물은 전체적으로 수가 많고 사람들과 접촉이 잦기 때문에 사망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가수 마이클 잭슨이 키웠던 호랑이들은 캘리포니아 동물 보호소에서 관리되고 있다

source : Getty Images

규제 강화를 외치는 알부 단체들은 위험한 동물을 사육하는 행위 자체를 미국 연방정부가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큰 정부'가 가진 강한 통제력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 때문에 도입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사육 금지법이 통과되어 불법 사육 호랑이가 구조되는 일이 있더라도, 후속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다.

이미 미국내 동물원과 동물 보호소는 포화 상태이고 추가적으로 호랑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관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동물 복지 단체들은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야생 동물 구조 교육센터 소속 안젤라 커버는 "사람들은 맹수를 새끼때부터 키우면 공격적이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야생 본능은 동물의 DNA에 내포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들이 일부러 사람을 공격하지 않아도 힘이 세기 때문에 장난삼아 사람의 팔을 살짝 건드려도 주인이 큰 통증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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