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BBC News | 코리아

공공장소에선 절대 부를 수 없는 이름을 가진 남자들

이 남성들의 이름은 '지하드'. 이름이 그들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104,905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일부 무슬림 신자는 공항에서 스트레스가 높아진다고 한다

출처Getty Images

유럽이나 미국의 분주한 공항에 왔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은 아내 '라이아'를 퇴근 후 공항에서 만나 주말여행을 떠나려 한다.

아내가 늦어 커피숍에서 기다리다가 잠시 생각에 빠진 당신. 아내가 대합실 반대편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아내는 어떻게 당신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 아마도 이름을 부를 것이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간 행인들은 겁에 질려 혼란에 빠지게 된다.

보안 요원들이 급습할 것이고 아내는 어두운 방에 갇혀 심문받을 것이다.

아내가 무슬림 신자이고 당신의 이름은 '지하드'이기 때문이다.

Short presentational grey line

출처BBC

남을 '당황케하는 이름'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BBC는 '지하드'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 시카고의 의사, 시라아 출신 배우, 팔레스타인 출신 공학자 등 남성 3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하드'

아랍권에서는 아기 이름을 '지하드' (Jihad 또는 Jehad로 표기)라고 흔히 짓는다.

지하드의 사전적 의미는 '숭고한 투쟁'이다.

그러나 9·11 사태와 테러와의 전쟁 이후 지하드는 '대량 살인'의 뜻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수백만 명의 팬을 거느린 55세 시리아 출신 유명 배우 지하드 아브도.

시리아 정부의 감시를 받기도 했는데 시리아를 비판하는 그의 글이 미국 신문에 실리자 누군가가 그의 차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시리아 출신 지하드 아브도는 니콜 키드먼과 함께 미국 드라마 '사막의 여왕'에 출연했다

출처ALAMY

시리아 정부는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방송 인터뷰를 그에게 강요했으나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대신 시리아를 서둘러 떠났다.

미국에 도착해서도 지하드의 삶은 편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 코미디 드라마 '패트리어트' 촬영을 끝낸 지하드는 그동안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2011년 10월 미국에 처음 도착해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자 그들의 표정이 이상했다"며, 특히 "미 중부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듣고 자살 폭탄범이나, 아프가니스탄 또는 이라크에서의 용병을 떠올리는 듯 했다"고 한다.

수백만 명 이상이 시청한 작품에 여러 차례 출연했던 아브도지만, 당시 로스앤젤레스 영화계는 그를 외면했다.

오디션을 100여 차례 이상 봤지만 그는 피자 배달을 하면서 경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그는 미국에서 배우 생활을 하기 위해선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시리아에서 사람들이 꺼리는 이름을 가진 자가 배우를 하겠다고 하면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공포감을 주는 이름 가지고서는 연예계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셰익스피어는 400년부터 '이름이라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당장 바꾸기로 했다. 이름도 중요하지만 삶을 제대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지하드 아브도는 '제이'로 개명했다

출처Getty Images

그는 "사고가 트였기 때문에 이름에 연연하지 않았다"며, "인생의 목표와 윤리 의식, 업적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주드'라고 개명하려고 했지만 결국 '제이'로 결정했다. 발음하기 쉽고 미국다운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름을 바꾸자 삶이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그는 "제이는 누구나 좋아하는 이름이다. 미국 유명 진행자 제이 레노도 있지 않은가. 이름 때문에 논란에 더 이상 휘말리지 않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가족들은 그의 개명을 쉽게 받아들였다.

"몇 년 전에 '오사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개명 소동이 있었다. 스탈린의 별명 '코바'와 독일의 '아돌프'도 마찬가지 아닌가? 나는 이름 때문에 피해를 보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나의 이름 지하드는 나의 철학이나 가치관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브도는 아직 고향 시리아와 중동에서 활동할 때는 본명 '지하드'를 쓴다.

미국에서도 그를 원래 이름으로 부르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지하드'라는 이름에 대한 오해가 싫다면서 그를 본명으로 불러도 되는지 물어볼 때가 종종 있다고 한다.

'8살 어린이도 쉽게 따라하는 이름'

미국 시카고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는 49세 지하드 쇼샤아라도 이름 때문에 남다른 삶을 살았다.

지하드 쇼샤아라는 소아과 의사로 일하면서 요르단에서 의료봉사 활동에 참여한다

출처Jihad Shoshara

멕시코계 어머니와 시리아계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이상한' 이름 때문에 어릴 적부터 놀림을 받았다.

"시리아나 레바논 등 중동 지역에서는 지하드가 그렇게 드문 이름이 아니다. 물론 제이콥처럼 흔한 이름은 아닐지라도 듣기 힘든 이름도 아니다. 남녀 모두 지하드라고 불릴 수 있고 난 여성 '지하드'를 만난 적도 있다. 이슬람 뿐만 아니라 기독교계에서도 지하드라고 이름을 짓는다."

그러나 그가 자랐던 1970년대 미국은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시리아 배우 지하드 아브도와 마찬가지로 그는 12살의 나이에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그는 "학창 시절엔 친구들은 나를 '제이'라고 불렀다"며 "굳이 본명을 가리지는 않았지만 불필요한 시선을 끌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성인이 된 후 다시 본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연은 간단하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의과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저소득층 청소년의 여름 캠프 상담 선생님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얘들아 안녕, 나는 지하드야"라고 먼저 인사해 버렸다. 지하드는 '발음하기 힘들면 그냥 '제이'라고 불러'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아이들은 금방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를 따랐다.

그는 '8살 아이들이 내 이름을 쉽게 부르는데 걱정할 게 뭔가'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는 사람을 새로 만날 때 자신의 이름을 설명하면서 서먹한 분위기를 깬다고 한다.

지하드 쇼샤아라는 사람을 새로 만날 때 자신의 이름을 설명하기를 즐긴다

출처JIHAD SHOSHARA

배우 지하드 그리고 소아과 의사 지하드 모두 아이들에겐 같은 이름을 지어주고 싶진 않다고 한다.

소아과 의사 지하드는 "아랍계에서는 자녀에게 부모와 같은 이름을 짓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배우 지하드도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배우 지하드는 무슬림 신자는 아니지만, 소아과 의사 지하드는 신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미국에서의 소아과 의사 업무 외에도 요르단에서의 시리아 난민 구호 활동으로 바쁜 일정을 유지한다.

"무슬림 신자인 나에게 신앙은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기도를 시간 맞춰 지킬 여유는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나의 수염은 무슬림 턱수염과 달라'

BBC가 만난 가장 젊은 '지하드'는 32세 남성 '지하드 파다'다.

그는 이름 때문에 종교관이 복잡해졌다고 한다.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다.

그는 "신앙이 그다지 깊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종교가 나의 인생에 얼마 큰 비중을 차지할 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나의 선택권이 제한받기도 한다. 가령, 나는 술을 마시지 않지만 사람들은 내가 무슬림 신자라서 금주를 한다고 단정해 버린다. 술을 마시지 않는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나블루스 출신인 지하드는 통신공학 학위 취득을 위해 7년전 영국으로 왔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그는, 자신의 이름이 자랑스럽기만 하고 영국에서도 지하드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32세 지하드 파다는 그의 할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줬다

출처Jehad Fadda

런던의 30대 남성들 사이에서 수북한 수염이 유행이다. 지하드에 자신의 수염 때문에 시비를 받은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그는 빙그레 웃으면서 "오히려 자신의 가족이 수염을 더 싫어한다"고 한다.

"무슬림 국가에서의 턱수염은 서양의 수염과 달라요. 무슬림인들은 콧수염은 없고 턱수염만 기르거든요. 무슬림 턱수염은 제 수염 모습과 매우 다릅니다. 무슬림인들은 콧수염을 비위생적으로 보거든요"

무슬림 신자들은 공항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지하드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아직까지는 큰 일은 없었다"며, 하지만 "종종 '무작위로' 검색대에서 걸리는 경우는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일부러 공항에서는 아랍어로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내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 사람들이 눈에 덜 띈다고 생각한다.

앞서 소개한 공항에서의 상황이 지하드의 부부에게 닥쳤다면 그는 어떻게 대처할까?

"제 아내는 내가 어디에 있더라도 제 본명으로 부르지 않아요."

그렇다면 그의 아내는 그를 어떻게 부를까?

"저는 별명이 있거든요! 별명이 '주주'입니다. 턱수염이 있고 덩치는 크지만 제 애칭은 주주랍니다!"

작성자 정보

BBC News | 코리아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