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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북한 주재 영국 대리대사가 바라본 한반도 정세

호어 전 북한 주재 대리대사는 "북핵 역사를 충분히 이해하고 비핵화 논의에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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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8.06.06. | 4,250 읽음

2001년 가을 제임스 호어가 유엔 아동기금 UNICEF와 함께 북한 아이들에게 백신을 먹이는 모습

출처 : Joanna Hoare

"김정일이 핵 개발 초석을 다지고, 이후 아들인 김정은이 완성 단계를 이뤄냈다. 이러한 북한의 핵 역사를 충분히 이해하고 비핵화 논의에 접근해야 한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제임스 호어 전 주북한 영국 대리대사는 최근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2001년 북한 주재 초대 영국 대리 대사를 맡아 평양대사관 설립을 주도했던 제임스 호어 전 대리대사는 당시 2년 동안 평양에 거주하며 북한 사회의 내면을 심도 있게 관찰했다.

호어 전 대리대사는 "내가 본 북한 정권은 핵 개발에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며 "대북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핵무기를 완성할 때까지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와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라며 "협상 가능한 지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어 전 대리대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들으려는 성향"이 있다며, '서로의 이해 부족'이 오는 12일 열릴 북미정상회담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아울러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대중과 만남이 잦고 연설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반대 리더십"이라면서도 "할아버지(김일성 주석)와 아버지, 아들까지 무자비한 성향은 그대로 내려왔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제임스 호어 전 대리대사와의 일문일답.

2001년 제임스 호어 대리대사가 아내 조안나 여사와 대동강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 너머 북한 중앙 도서관이 보인다.

출처 : JOANNA HOARE

-미국이 북핵 문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하던 시절 평양에 있었다.

당시 내가 본 북한 정권은 핵 개발에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김정일이 핵무기 개발 초석을 다지고 이후 아들인 김정은이 완성 단계로 이끌었다. 제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런 결과를 이뤄내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이런 역사를 충분히 이해하고 비핵화 논의에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백악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선 핵 포기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거론하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말로가 좋지 않았던 리비아를 거론하며 북한과 협상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협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 충분히 이해한 후 협상 가능한 지점부터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6.12 북미정상회담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람은 자기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들으려는 성향이 있다. 미국 트럼프 정권이 여기에 해당한다 생각한다.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미국이 밝힌 '북한이 포기하겠다고 한 부분'은 사실상 미국 본인들이 '북한에 요구하고 싶은 부분'일 것이다.

2002년 평양에 영국 대사관저를 짓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다

출처 : JOANNA HOARE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리더십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버지와 아들의 리더십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김정일은 은둔의 지도자였다. 대중 접촉을 꺼렸고 공개연설도 거의 하지 않았다. 김정일의 연설이 녹음되거나 방송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공식 석상에선 철저히 짜인 각본으로 움직였다. 사생활에 대해 알려진 것도 없을 만큼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었다.

한 예로 북한 주재 영국 대사관에서 함께 일한 북한 직원들이 오히려 나에게 김정일에 관해 물어볼 정도였다. 북한 사람들도 '김정일에게 아이는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며 김정일 신상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정은은 정반대 모습이다. 그는 대중과 만남이 잦고 연설에도 적극적이다. 심지어 공개석상에 거리낌 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버지 김정일이 생전에 생방송 출연을 단 한 번도 안 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정은의 거침 없는 행보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아왔다. 김일성이 신년사를 매년 했듯 손자인 김정은도 새해마다 신년사를 해왔다. 또 외모도 할아버지를 많이 닮아있다. 계획된 모습일 수도 있지만, 대외적으로 친근하고 너그러운 모습을 강조하는 것도 할아버지를 표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1년 개성 시내에 걸린 북한 체제 선전 포스터

출처 : JOANNA HOARE

-북한 정권이 3대를 거치며 변하지 않은 모습은 무엇인가?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까지 무자비한 성향은 그대로 내려왔다. 김정은은 과거 자신에게 반하는 사람을 숙청한 전력이 있다. 그는 집권 초반부터 측근들을 너무 쉽게 숙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북한에선 당 간부들이 김정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돌았다. 확인되진 않았지만, 김정은은 회의시간에 조는 모습을 보였다는 등의 매우 사소한 이유로 주변 인물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아버지인 김정일 역시 측근을 숙청한 전력이 있지만, 김정은과 비교하면 아주 조용히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김정일과 김정은의 리더십엔 분명 차이가 있지만 무자비한 성향은 똑같다고 볼 수 있다.

2001년 가을 북한 해주지역에 국제기구의 도움으로 진료소가 열리자 주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출처 : JOANNA HOARE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영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영국은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중국과 함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또 핵을 보유한 다섯 개 국가 중 하나다. 국제적 지위로 봤을 때 영국이 취할 수 있는 역할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오래전부터 영국과 미국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과 미국은 최대 우방국이다. 따라서 그동안 영국은 북한 핵 문제에 있어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런 밀접한 관계가 오히려 영국이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운 요소로 작용했다.

과거 사례를 봐도 그렇다. 영국은 2000년 북한과 수교를 맺었고 이듬해 2001년 평양에 영국대사관을 개설했다. 그 당시 한국 정부는 이를 계기로 영국이 북미 관계에서 가교 구실을 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도 영국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게 내 생각이다.

2011년 제임스 호어가 아내인 조안나 여사와 함께 판문점을 방문해 북한 군인과 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 : JOANNA HO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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