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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이는 '오진과 편견'

의료진의 '무의식적인' 편견으로 환자의 초기 증상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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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8.06.07. | 4,611 읽음

매년 미국에서만 4만 명에서 8만 명의 환자가 오진으로 사망한다.

한국에서도 2012년에서 2016년 사이 오진 관련 피해 신고 645건이 제출됐고, 이 중 58%가량인 374건이 암과 관련된 질병이었다.

지난 31일 SBS는 급성 백혈병을 앓던 군인이 오진으로 인해 감기약을 처방받고 사망한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다.

오진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사람 죽이는 '암묵적 편견'

뇌종양 진단은 다른 질병과 비교해 간단하다.

피로, 발작, 성격 변화 등 초기 증상이 보일 때 MRI 촬영을 진행해 종양의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하지만 뇌종양 관련 단체인 Brain Tumor Charity는 2016년 영국 뇌종양 환자 3명 중 1명은 뇌종양 진단을 받기 전 의사를 무려 5번 이상 방문한다고 밝혔다.

또 환자 4명 중 1명 이상이 병이 진행된 지 1년이 지나서야 뇌종양 진단을 받는다고 밝혔다.

간단한 촬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뇌종양 확진이 왜 지연되는 것일까?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학자들은 '암묵적 편견'을 지적한다. 암묵적 편견은 효과적인 치료를 저해하는 무의식적 편견을 지칭한다.

연구진은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편향된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으로 인해 초기 증상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흑인 여성 보건 의무(Black Women's Health Imperative)의 린다 블런트는 의료진이 모두를 공평하게 진단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는 의사들이 우리 모두를 똑같은 환자로 보고 치료해주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며 "(의료진의 편견이) 진료실 내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편견에 휩싸인 유색인종과 여성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유색인종, 특히 흑인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한 연구진이 20년간 메타 분석을 한 결과에 따르면 흑인 환자는 백인 환자에 비해 진통제를 처방받을 확률이 22%가량 낮고, 이편성 진통제를 처방받을 확률은 29%나 낮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흑인들이 진통제를 남용할 것이라는 거짓된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실제 약물 남용 비율은 백인 남성이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이 되려 차별 받는 것이다.

편견은 아동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2015년 연구에 따르면 맹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 백인 아동은 똑같은 상황의 흑인 아동보다 진통제 오피오이드를 처방받을 확률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이러한 차이가 '흑인들이 백인보다 고통을 덜 느낀다'는 터무니없는 믿음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연구도 있었다.

연구진은 먼저 의대생을 포함한 200명의 백인에게 '흑인의 피부는 백인보다 두껍다' 등 다양한 편견을 제시한 후 옳고 그름을 표시하도록 했다.

그 결과, 무려 절반 이상이 잘못된 편견을 옳다고 믿고 있었다.

잘못된 편견을 옳다고 제시한 이들은 대부분 흑인 환자가 아픔을 덜 느낀다고 판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또 여성도 남성에 비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은 남성보다 이편성 진통제(가장 효과적인 타입)를 받을 가능성이 낮았다.

또 2014년 스웨덴에서 시행한 연구에서는 응급실에 들어간 여성은 의사를 만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을 대기했으며 긴급환자로 분류되는 경우도 적었다.

환자는 자신의 아픔이 진지하게 받아들여 지지 않는 것만으로 치료에 대한 의지를 잃을 수 있다.

또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짐작하는 행위는 환자의 질병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세월과 맞바꾼 오진

희소병 환자의 경우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7년 이상이 걸린다.

Eurodis가 유럽의 희소 질환 환자 1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첫 치료에서 오진을 받은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교해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신체적 질환이 아닌 정신적 질환의 경우는 2.5배에서 14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국의 희소병 환자들도 오진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경우가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12월 오진으로 인해 11년을 누워 지내다 약을 바꾸고 이틀 만에 걸을 수 있게 된 20대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4세였던 피해자 서 씨는 당시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지만, 최근 병이 뇌성마비가 아닌 쉽게 치료받을 수 있는 '도파반응성 근육 긴장'이라고 진단을 받았다.

새로운 진단을 받은 서 씨는 도파민을 투여 받은지 이틀 만에 걸을 수 있게 됐다.

당시 대구지법 제11민사부는 학교법인이 서 씨 가족에게 1억 원을 손해를 배상하라며 강제 조정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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