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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고통은 '엄살'인가?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응급실에서 더 오래 기다리며 효과적인 진통제를 받을 가능성도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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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작성일자2018.06.04. | 14,081 읽음

병고를 겪을 때에도 성차별이 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응급실에서 더 오래 기다리며 효과적인 진통제를 받을 가능성도 낮다.

2009년, 의사는 내게 "많은 여성들"처럼 나도 내 몸에 너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게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쉬면서 증상을 무시해보라고 했다.

의사의 결정은 내 진료기록이 보여주는 것과는 상반돼 보였다. 몇주 전 나는 흉부 통증과 심박수가 분당 220회까지 치솟은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응급실 직원들은 공황 발작이라면서 신경안정제 재낵스를 주고 잠을 청해보라고 말했다.

나는 이전에도 공황 발작을 경험한 적 있다. 내가 겪은 증상은 그것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의사를 찾았다.

그는 내게 심장 박동 측정기를 달고 밤새 측정을 했다. 증상이 다시 나타났고 이번에는 측정기에 기록됐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의사의 사무실을 나오면서 어쩌면 불안감 때문에 그랬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의사의 조언을 따라 나는 고통을 무시하려 애썼다.

증상은 다시 발현했다.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매달 발생하더니 매주 발생했다. 그후 9년간 나는 증상에 대해 말할 때마다 내가 공황 발작이나 불안감을 겪고 있는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여성은 심장 질환을 내가 느끼는 방식으로 느끼질 않으며 어쩌면 그냥 내가 혼란스러워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단 얘기를 들었다.

나의 경험은 드문 게 아니었다. '내게 내 자궁에 대해 물어봐'의 저자인 애비 노먼은 자신이 자궁내막증을 겪고 있다는 걸 발견하기까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자궁내막증이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외의 다른 조직에서 자라나는 고통스러운 상태를 말한다. 노먼이 자신의 고통을 보증할 수 있는 남자친구와 함께 의사를 찾기 전까지 여러 의사들이 그의 증상이 요로감염증이라고 말했다. 노먼은 맹장염 진단을 받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고 기록한다. 한 의사는 그의 증상이 유년기에 겪은 성적 학대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노먼은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고 했지만 말이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나 학술적 연구 모두 충격적인 추세를 보여준다. 의료산업에는 여성의 고통을 무시해 온 오랜 역사가 존재한다. 이게 젠더 선입견 때문인지 여성에 대한 의료연구의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남성과 여성이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다.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고통에 대해 남성과 여성이 받는 치료가 다르다는 것. 일례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아편성 진통제(가장 효과적인 타입)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 처방을 받은 후에도 여성은 진통제를 받기까지 남성보다 더 오래 기다린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응급실의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덜 진지한 대우를 받는다. 2014년 스웨덴에서 시행한 연구에서 응급실에 들어간 여성은 의사를 만나기까지 상당히 더 오랜 시간을 대기했으며 긴급환자로 분류되는 경우도 덜했다.

이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2018년 5월 프랑스에서는 한 22세 여성이 응급센터에 전화해 복통이 너무 심해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언젠가는 죽을 겁니다. 다른 모든 사람처럼요." 센터 직원은 이렇게 답했다. 5시간을 기다린 후 병원에 실려간 이 여성은 뇌졸중을 일으켰고 복합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응급실에서 여성이 다르게 대우받는 것은 거의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잡았다고 저커버그 샌프란시스코 일반병원의 응급의이자 아편성 진통제에 대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 에스더 첸은 말한다.

그러나 "이게 단순히 우리 모두 갖고 있는 선입견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가 여성과 여성이 각기 다른 임상조건에서 표현하는 고통에 대해 판단하는 방식 때문인지를 가려내기란 어렵습니다"라고 첸은 말한다.

일례로 그의 연구는 극심한 복부 통증을 연구했다. 그는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나타난 여성은 종종 부인과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데 부인과 질환은 극심한 외과적 질환에 비해 아편성 진통제를 덜 필요로 하는 편이다.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가더라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항불안제를 받는 경우가 많으며 정신과 환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더 잦다.

"남성은 실제 장기 질환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를 받는 반면, 여성들은 바로 심리학자나 정신과에 보내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위의 보고를 취합하는 걸 도와준 만성통증연구연합의 공동 창립자이자 국장인 크리스틴 비슬리는 말한다.

전국외음부통협회의 이사를 역임한 비슬리는 나쁜 진단과 조언의 사례가 우려될 정도로 많다고 한다.

"의사들이 여성에게 한 말들은 완전히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그는 말한다. "이런 식으로 말해요, 분명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섹스를 하기 전에 와인 한 잔을 마셔요. 그럼 좀 더 나을 겁니다. 이런 얘기는 끝도 없어요."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한 의료 전문가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건강 문제를 빨리 호소한다고 여긴다. 실제로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남자는 여성보다 32% 덜 의사에게 상담을 한다. 때문에 의사들이 여성이 호소하는 고통을 덜 진지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성이 동일한 고통에 대해 남자들보다 엄살을 떤다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증거도 있다. 통증의 가장 흔한 두 가지 형태인 요통과 두통에 대한 연구의 메타 분석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같은 수준의로 의사를 찾는다고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빨리 의사에게 간다는 증거는 "놀라울 정도로 취약하며 일관성이 없다"고 연구자들은 썼다. 비슷한 다른 연구에서는 동일한 통증 증상에 대해 여성이 남성보다 더 의사를 찾지는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와 의사가 멀리는 1972년부터 최근에는 2003년까지의 연구들이 여성이 남성보다 고통에 대한 인내점이 낮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이는 물론 문화적인 젠더 규범에 의해 장려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불안증과 비슷해 보이는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고 아편성 진통제에 중독되는 경향이 높다고 캘리포니아마취과협회의 캐런 시버트 회장은 말한다.

그 결과 여성에게 진통제를 주기 전에 항불안제를 주는 것이 매우 적절할 수도 있다고 시버트는 말한다. "사람이 불안해지면 고통을 참는 힘이 더 약해집니다." 그는 말한다. "이들의 불안과 공포를 먼저 통제한 다음 통증에 무엇을 해야 하나를 살펴보는 게 최선일 수 있습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고통의 인지와 진통제에 대한 반응 모두를 변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여성건강연구소의 니콜 워이토윅은 말한다.

이는 "여성이 고통을 느끼는 방식에 성별 차이"가 존재함을 뜻한다고 워이토윅은 말한다. 그러므로 환자의 치료에 대한 개인화 접근법을 개발하기 위해서 여성과 남성이 다르게 취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의사가 보다 정교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싶다면 "최소한 염색체에 따라 남성(XY)과 여성(XX)을 치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워이토윅은 말한다.

성별 연구

그러나 이 차이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그 차이가 치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1990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여성건강연구실을 신설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임상시험과 진단은 남성에 집중돼 있었다. (임상시험 또한 주로 남성이 감독했다.) 유럽에서도 여성은 연구에서 제외되곤 했다. 캐나다영국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통증에 관한 연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의료 데이터가 남성 기준으로 이뤄졌다.

"의학 교과서 사례를 비롯한 질병의 역사는 대체로 남성이 남성의 질병에 대해 쓴 것이며 그 다음에 오는 환자들에게 전례가 됩니다." 노먼은 말한다.

2015년 미 국립보건원은 의료 연구자에게 생물학적 변수로 성별도 고려할 것을 요구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제 국립보건원으로부터 연구자금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여성과 남성 모두를 연구하거나 단 하나의 성별에 대해서만 검사해도 충분하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언제 변화를 가져다 줄지는 알 수 없다. "아직 이 정책은 새로운 것이라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말 연구가 모든 성별을 다 포괄하도록 만들 수 있는지를 알기까지는 몇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워이토윅은 말한다.

2017년 영국의 국민의료보험(NHS)도 NHS가 "여성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금언을 발표했다. 단지 자궁내막증 진단을 신속히 내리게 하기 위해서일 따름이었지만. 2000년 초부터 캐나다와 유럽은 비슷한 정책을 취해왔다. 그러나 연구자들에 대한 권고나 조언으로만 기능했을 뿐 법이나 요구사항으로 강제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는 의사를 비롯한 의료계 사람들이 여성의 고통에 대해 갖곤 하는 선천적인 편견을 근절하진 못한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의료센터의 루이즈 필로티는 보다 '여성적' 성향의 환자가 성별을 불문하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표면적으로는 이것이 남성과 여성을 치료할 때 암묵적으로 드러나는 편견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필로티는 문제가 그보다 더 복잡하다고 지적한다. 가난과 ('벰 성역할 목록'에 따른) 성격의 '여성성'으로 인한 편차는 생물학적 성별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필로티는 또한 나 자신의 심장 문제가 그토록 오랫동안 이어졌는지에 대해 증거에 입각한 설명을 제시한다. 심장 질환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다. 여성에게는 인생에서 더 늦게 발생하는 편이다. 여성이 심장 질환으로 의사를 찾을 경우 여성은 가슴 통증 외의 증상에 집중하곤 한다고 그는 말한다.

분명 나는 주로 가슴 통증과 빠른 심박으로 인해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신경쓰고 있었다. 어지럽고 숨이 찼다. 왜 의사가 이것이 단순한 불안증일 수 있다고 여겼는지 알 수 있었다.

2018년 1월, 나는 마침내 다른 심장병 전문의로부터 해결책을 찾았다. 여성이었던 그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나의 고통이 단지 불안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심박측정기를 달았고 공식적인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3월에 수술을 받았다.

어쩌면 내가 10년 동안 치료를 기다려야 했던 것은 여성에게 심장질환이 흔하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어쩌면 나의 증상이 교과서에 나오는 불안증과 정말 비슷하게 들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어쩌면 여성이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정말로 신체적 원인이 있기 보단 원래 여성이 고통에 약하다는 젠더에 기반한 추정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만일 내 성별이 모든 원인이라 생각하더라도 그걸 분명히 아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내가 배운 것은 다 여성과 여성의 통증이 완전히 이해될 수 있으려면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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