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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루해져야 하는 이유: 따분함의 과학

따분함을 경계하는 사회 풍조의 기반에는 '바쁨'을 신봉하는 문화가 있다. 하지만 따분함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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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하니 있다

"지옥 같은 고통보다 약간 더 끔찍한 일이 있다. 바로 지옥 같은 지루함이다."

소설 '레미제라블'의 저자 빅토르 휴고가 한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지루함'은 피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는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루할 새 없이 유튜브를 켜고, 애니팡을 하며,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항해한다.

따분함은 실패자, 낙오자, 그리고 게으름뱅이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자주 정신력 혹은 목표의 부재와 연관 지어졌다

따분함을 경계하는 사회 풍조 뒤에는 '바쁨'을 신봉하는 문화가 있다.

부자들의 노동 시간은 평균적으로 더 길어졌고, 바쁘다는 것은 높은 사회적 신분의 상징이 되었다.

반대로 따분함은 실패자, 낙오자, 그리고 게으름뱅이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종종 정신력 혹은 목표의 부재와 연관 지어졌다.

행복은 생산성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져나왔고, 자연히 생산적이지 않은 상태인 따분함은 불행이라고 여겨졌다.

심리학자 마틴 웡그는 지루함이 '환상을 억제'한다고 저술했다. 그는 수많은 연구가 권태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도파민 지수가 낮고 어려운 상황에 잘 대응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이루어진 몇 연구들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지금부터 소개할 연구들은 지루함의 긍정적인 면들에 대해 말한다. 지루함이 꼭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운송수단하면 자동차가 먼저 떠오르는가 낙타가 먼저 떠오르는가?

더 게을러져라, 더 지루해져라

일부 학자들은 쉬고 있을 때 가장 창의력이 발휘된다고 주장한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카렌 게스퍼 교수와 브리아나 미들우드는 지루함이 창의력을 자극한 사례들을 찾아냈다.

그들은 피실험자들에게 특정 감정을 유도하는 영상을 시청하게 한 후 단어를 떠올리도록 했다.

예로 '운송 수단(vehicle)'을 떠올리라고 요구했을 때, 대부분은 "자동차(car)"라고 말했지만, 지루한 영상을 시청한 피실험자들은 "낙타(camel)" 등 다양한 창의적 답변을 쏟아냈다.

마찬가지로 영국 중앙 랭커셔 대학 산디 만과 레베카 카드만 심리학 교수도 지루함이 어떤 식으로 사고를 변화시키는지 연구했다.

그들은 한 피실험자 집단에게는 전화번호부의 번호들을 외우게 시키고 다른 집단에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임무를 주었다. 이후 연구진이 두 집단에 플라스틱 컵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말해달라 요구했을 때 지루한 임무를 부여받은 피실험자 집단은 다른 집단보다 훨씬 더 창의적인 답안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지루함과 창의성간의 연관성을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세 번째 집단에 두 번째 집단보다 더 지루한 '전화번호부 읽기'라는 임무를 주었다. 같은 질문을 받은 세 번째 집단은 다른 누구보다도 창의적인 답안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지루함이 우리 뇌에 '충분히 자극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우리를 창의적으로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창의적 인재가 되기 위해서 가끔은 읽어야 할 이메일 더미와 정보의 바다를 빠져나와 게으른 상태에 머무는 일도 필요한 것이다.

워렌 버핏과 빌게이츠

출처Dimitrios Kambouris / Getty Images

워렌 버핏, 빌게이츠도 경험한 '때리기'의 힘

게으름이라고 모두 같은 게으름은 아니다.

만 교수는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SNS를 탐험하기보다는 공상하라고 말한다.

그는 공상 혹은 '멍 때리는' 행위가 질서를 만들려는 우리의 무의식을 해방함으로써 더 '자유롭게'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사업가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는 가만히 앉아 공상하는 시간을 스케줄에 포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년간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공상'(Positive Constructive Daydreaming)을 연구해 온 제롬 싱어는 공상이 숨어있는 기억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돕는다고 말했다.

번뜩이는 순간은 알맞은 상황에만 찾아온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사실과 그것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공상하기: 창의력을 깨워라(Daydreams at Work: Wake Up Your Creative Powers)'의 저자 에이미 프라이는 '번뜩이는' 순간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 상상력과 기억이 맞물려 탄생한다고 말한다.

"공상 중 차분하고 동 떨어져 있는 느낌은 '잡음을 제거'해 정답 혹은 연결고리를 찾게 해주죠."

MRI를 이용한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역할을 하는 우리 뇌의 부분들은 공상 중에 특히 더 활발히 연결된다.

프라이는 "나뉘어있던 아이디어들을 연결해 경험하지 않았던 일이나 알지 못하는 지식까지 상상하고 구상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라고 말한다.

프라이는 공상의 경험을 더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미리 해치우고 싶은 일을 머릿속에 심어놓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공상이 끝난 후, 기대하지 않던 선물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는 또 산책 등 공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놓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루함은 오히려 우리를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루이스빌 대학 철학과 안드레아 엘피도로우 조교수는 "지루함은 무엇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고 말했다.

"지루함이 없다면 우리는 만족할 수 없는 상황에 갇히고 인지적, 감정적, 사회적인 보상 경험을 많이 놓치게 될 거에요."

"지루함은 우리가 하고픈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경고이자 진정 원하는 일을 빨리하게끔 해주는 원동력이죠."

하지만 지루함을 미리 계획하는 것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세계적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고문 회사 베르신(Bersin)의 창업자인 조시 베르신은 마음껏 넋 놓을 수 있는 '슬랙 타임'이 모든 현대 사업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따분할까?

앞서 말했듯 지루함은 두려워하거나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지루함이 이롭다고 생각하면 그것 또한 오류다.

적절한 지루함은 창의력과 생산력을 극대화해줄 수 있지만, 만성적인 지루함은 수명을 단축할 수도 있다.

만 교수는 삶의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만큼 지루하다면 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지루하거나 자극이 없는 것도 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어느 하나 흥미롭거나 의미 있게 여겨지지 않는다면 그건 만성적 지루함일 수 있어요."

과거에는 부유한 이들만이 지루함과 게으름이라는 사치가 누릴 수 있었다. 따라서 이는 부와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오히려 반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능력 있는 사업가의 스케줄은 빈틈없이 가득 차 있다. 혁신을 부르짖는 디지털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는 지루함을 조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볼 시간이 아닐까. 빅토르 휴고의 '지옥' 같은 지루함이 아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져다주는 지루함으로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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