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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예술가가 포착한 코로나 시대의 일상 풍경

코로나 시대의 이웃, 연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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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둔 채 당신은 거기, 나는 여기에서 주어진 일상을 살아낼 수 있도록.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창문 밖의 이웃이 건네는 위안의 풍경을 들여다본다.

두손잡아요

Out My Window, Global, Naples in collaboration with Salvatore Liguori May 2020.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진가 게일 앨버트 할라반(Gail Albert Halaban)이 ‘Out My Window’ 프로젝트를 하기로 마음먹은 건 15년 전이다. 딸의 첫 번째 생일이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웃이 꽃과 풍선, 축하 카드를 보내왔다. “딸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그녀가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뻐요.” 아마도 창밖에서 그녀의 가족이 파티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의 생일을 알아차렸으리라. 그녀는 아주 기뻤고, 조금 무서웠다. 무엇보다 궁금했다. 창문 너머엔 어떤 이웃이 살고 있는지, 창문을 통해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Out My Window, Global, San Miguel in collaboration with Filippo Giusti May 2020.

그녀는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터키, 프랑스 등 어디든 가서 창밖에서 사람들을 찍었다. 만약 촬영을 원한다면 당신도 할라반에게 촬영신청서를 보내면 된다. 물론, 이웃의 동의를 구한 뒤에 말이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아직까지 아시아 국가의 이웃에게 초대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근접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홀은 “인간의 역사는 타인으로부터 공간을 탈취하고 외부인으로부터 그것을 방어하려는 노력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물리적, 심리적 거리는 문화마다 달라진다. 흔히 아시아는 접촉성 문화이고, 서양은 비접촉성 문화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쩌면 우리는 타인과 아주 가깝거나 아주 멀게 관계할 줄만 알았는지도 모른다. 이제사 한발짝 뒤로, 약간의 거리를 둔 채 타인을 바라보는 일에 적응해가고 있다.

Out My Window, 20 Mai,2013, Villa Santos-Dumont, Paris 15e.

할라반이 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의외로 이웃 간의 대화다. 평소에는 만날 일 없는 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화를 시도해보는 것, 그들과 가까워지고 함께 어울리는 것. 그럴수록 더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오게 마련이니까. 운이 좋으면 그들과 친구가 될 수도, 사랑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그녀의 어시스턴트는 3년 전 창문을 통해 만난 한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그는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멕시코로 이주했다.

Out My Window, Global, Kracow in collaboration with Roza Sasor May 2020.

할라반은 격리 기간에 아이들과 뉴욕의 자택에 머물렀다. 그간의 작업물을 집 안 여기저기에 걸어두었는데, 본의 아니게 큰 도움을 받았다. 집 안에 갇혀 있는 동안 세계 곳곳의 창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작업 방식도 바꿨다. 뉴욕을 벗어날 수 없기에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컴퓨터에 카메라를 연결하고 뉴욕에서 원격으로 신청자를 촬영한다. 그녀에게 이 작업은 예술과 사진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물리적인 만남이 제한된 오늘날 공동체로서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탐색하는 사회적 실험이기도 하다.

Out My Window, Le 1 novembre 2012, rue de Belleville, Paris-20e.

여러 세대가 모여 있는 한국의 복도식 아파트에 살든, 격자로 울타리를 친 미국의 단독주택에 살든 오늘날 창문이란 관음의 상징이다. 창문을 굳게 닫아두는 것이 일종의 매너이고 혹여 누군가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황급히 시선을 돌려야 괜한 오해를 사지 않는다. 그러나 할라반은 창문을 활짝 열고 이웃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를 갇힌 공간에서 해방시켜주는 행위라고 믿는다. 그녀에게 창문이란 타인과의 연결 창구다. 모든 겉치레가 벗겨진 집 안에 머무는 사람을 찍는다는 것은 그래서 더 의미 있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게 살고 있다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것. 모두가 섬이 되어버린 요즘 같은 시대에 이만한 위로가 또 있을까?

할라반은 코로나 이후의 작업물을 〈바자〉에 보내오며 이렇게 말했다.

곧 가까이에서 얼굴을 보며 인사할 날이 올 거예요.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창문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도 모르겠어요. 나는 우리가 소통할 수 있다고 믿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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