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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상한제 폐지로 바라보는 '통신시장의 변화'

조회수 2017. 9. 27. 13: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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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상한제 일몰, 과연 통신 시장은 변화할 것인가

지원금 상한제 일몰, 과연 통신 시장은 변화할 것인가

시장경제 하에서 소비자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균형가격의 수준에서 돈을 지불하기만 하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마음대로 소비할 수 있으며, 기업은 그 상품을 판매할 목적으로 생산활동을 하고 또 경쟁자보다 많이 판매하기 위해 경쟁한다. 이 체제 하에서라면 어떤 제품을 부조리하게 비싸게 공급하는 것을 막는 것은 의미 있는 활동이 되지만, 반대로 싸게 공급할 수 없도록 막는 것은 지극히 부조리한 활동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물품을 싸게 공급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률이 실제로 존재한다. 그것도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에 관해서 말이다. 그 제품이란 바로 ‘휴대전화’이며, 또 그 규제 법률은 ‘단통법’이다. 지극히 불합리한 이 단통법의 핵심을 이루는 지원금 상한제는 지난 2014년 10월 시행되기 시작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사라지게 됐다. 누구나 일그러져 있음을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통신시장은, 그렇다면 지원금 상한제 일몰을 맞아 드디어 정상화를 이룰 수 있게 된 걸까?


통신사들의 배만 불리는 단통법


국민들의 통신비 절감을 주된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새 정부는 취임과 함께 이동통신 시장에 관한 법률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또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개정 혹은 폐지돼야 할 법률로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는 것은 소위 ‘단통법’으로, 정확히 칭하자면 이는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 중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뜻한다. 휴대전화 개통 보조금 규제를 강제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 이 제도는 비정상적이고 불법적인 휴대전화 유통의 편법을 제한하고 소비자 모두가 정상적인 가격을 지불하도록 하고자 만들어진 법률이다. 일부의 소비자에게만 휴대전화 구매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만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기형적인 현상을 막고자 시행된 법이 바로 단통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 어려움을 겪던 팬택에게 단통법은 지울 수 없는 치명상을 남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단통법은 현재 통신시장에서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히고 있다. 소비자 모두가 정상적인 가격을 지불하게 만들고자 한 단통법은 결과적으로 모든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고, 중간 유통을 담당하는 대부분의 대리점과 판매점 매출도 감소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불법적인 통신사와 제조사의 보조금 지급은 끊이질 않았고, 제한된 정보망을 통해 한정된 소비자들에게만 특가 정보를 제공하는 판매점의 행태도 근절되지 못했다.

▲ 폐점하는 판매점이 늘어나는 대신, 통신사 직영점은 큰 폭으로 증가 중
지난 3월 서울시가 실시한 통신기기 시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 판매점의 비중은 2014년 39%에서 2015년에는 30%로 줄어들었으며, 반면 동기간 이통사 직영대리점은 35%에서 40%로, 대형 유통업체를 통한 판매비중도 23%에서 30%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 판매점의 매출액도 줄어들었으며, 설문에 응답한 중소 판매점의 71%는 현재 폐점이나 업종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답했다. 소비자도 힘들고 중간 유통을 담당하는 중소 판매점도 힘들어졌다. 단통법의 결과는 결국 판매촉진비라는 마케팅 비용을 줄인 이동통신사의 배만 불리는 법률로 전락해 버린 것으로 분석된다. 

마침내 찾아온 3년의 기한, 지원금 상한제 일몰

통신비 지출 억제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우선 지난 9월 15일부터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기존의 20%에서 25%로 높였다.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은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이통통신사가 행정소송 의사를 밝히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기존 가입자들을 배제하고 9월 15일 이후 새롭게 약정하는 가입자부터 적용되는 선에서 타협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할인율을 30%까지 올릴 수 있는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기존의 25%에서 현행법상 100의 5까지 가감할 수 있도록 한 관련 규정에 대한 해석을 포함해 관련 규정을 정비할 방침이며, 장관 재량으로 할인율 상향을 30%까지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에서 논의할 개선안에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혜택을 산정할 시 기준 요금할인율을 100의 15 범위에서 가감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 법적으로 각 단말기에 가해지는 지원금은 공시되도록 정해져 있다

이와 함께 단통법 폐지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논의의 진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통법에는 큰 변화가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통법의 핵심조항은 ‘지원금 상한제’다. 이는 2014년 10월부터 시행된 단통법에 3년 한시 규정으로 포함된 제도다. 3년 한시 규정이라는 것은 다시 말해, 별도로 연장에 대한 결의가 없다면 시행 3년을 맞는 2017년 9월 30일에 일몰된다는 것을 뜻한다. 작년 정부는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9월 30일 예정대로 지원금 상한제도가 일몰된다고 밝힌 바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8대 통신 공약에도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것이 연장되거나 다시 시행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30만 원으로 시작돼 2015년 4월 33만 원으로 상승된 지원금 상한제는 추가 개정 없이 10월 1일부터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 최신형 스마트폰에 얼마만큼의 지원금이 가해질까에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단통법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원금 상한제는 일몰되지만 단통법 자체는 존치되기 때문에, 여전히 공시지원금보다 많은 지원금이 지급될 경우에는 불법이 된다. 공시지원금이란 휴대전화에 붙는 지원금을 공시한 것을 뜻하는 것으로, 각각의 판매점이 소비자들에게 다르게 제공하던 보조금을 하나로 통일시키고 누구나 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뜻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 공시지원금은 일괄적으로 어느 기관 혹은 단체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이동통신사가 자사 단말기 판매 활성화를 위해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금액이라는 점이다. 


이통사와 제조사의 담합 구조 하에서는 

 

우리나라 통신시장의 구조는 옛날부터 쉽사리 바뀌지 않고 있다. 이통 3사가 시장을 장악한 이후부터,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5:3:2라는 기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 점유율이 흔들렸을 때는 모두가 쉬쉬하고 있던 아이폰3GS를 기습적으로 KT가 내놓았던 2009년 말 무렵이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어째서 이들의 점유율은 자유롭게 시장경제 하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음에도 오랜 기간 큰 변화를 겪지 않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이들이 ‘담합’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 말이다.

▲ 아이폰3GS 출시 때가 휴대전화를 둘러싼 카르텔이 삐걱거린 마지막 시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이동통신 3사가 통신요금을 담합한 정황을 포착하고 직권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지금껏 이통사들이 요금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하게 담합을 해 온 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3사의 요금제는 지난 3G 통신 시대부터 지금까지 줄곧 변별력을 찾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형태를 띠고 제공돼 왔다. 뿐만 아니라 이통사와 제조사들 간에도 담합의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으로부터 회신 받은 서면 질의 내용을 바탕으로 공정위에 제조사와 이통사 간의 단말기 가격 담합 의혹을 조사 의뢰한 바 있다. 이동통신 3사와 주요 제조사들까지 단단한 카르텔로 엮여있는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과연 이런 상황 속에서 지원금 상한제 일몰이 과연 얼마만큼 시장에 파급력을 가져다 줄 것인가가 아닐까 생각된다.

▲ 아이폰8은 지원금 상한제 일몰 후 출시가 예상되고 있다

담합은 이해당사자들이 경쟁을 줄이고 출혈을 피하고자 하는 행위다. 담합의 구조 하에서는 카르텔에 속한 이들이 최소한의 경쟁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취하고자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지원금 상한제는 경쟁 구조 하에서 가격적 메리트를 확보하고자 이통사가 지원금을 상향시킬 때 의미를 갖게 된다. 각종 매체에서는 벌써부터 지원금 상한제가 없어질, 그래서 지원금이 대폭 상향될 10월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구조 속에서는 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지원금의 대폭 상향은 아마도 이뤄지기 힘든 바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영해야 할 사건이지만 선결돼야 할 과제가

하반기 플래그십 대전이 시작된 작금의 상황에서, 오는 10월부터 단말기 유통가와 지원금이 어떻게 형성될 것인지는 자명하다. 현재 휴대전화 단말기 구매자들은 구매 시 두 가지의 할인제도 중 하나를 선택해서 통신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하나는 단통법과 함께 생겨난 새로운 약정 제도인 선택약정할인,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공시지원금을 지급받는 약정할인 제도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이동통신사의 공시지원금은 지원금 상한제 일몰이 되더라도 25%로 상향된 선택약정 할인율에 맞춰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를 위한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전망

두 제도 중 소비자는 당연히 할인율이 더 큰 제도를 압도적으로 많이 선택할 것이며, 선택약정 할인율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굳이 어느 한 쪽의 할인율을 높게 책정할 필요가 없도록, 두 할인율의 폭을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동통신 3사가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라면 상황은 다를 것이다. 경쟁 구도 하에서는 보다 많은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출혈을 감수하고 공시지원금을 높게 책정하는 이통사가 나올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담합의 구조 하에서는 카르텔 참여자들이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진다. 지출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최대화한다. 그렇다면 이통사와 제조사 입장에서의 정답은 지원금 상한제에도 불구하고, 지원금을 최소화하는 쪽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 안타깝게도, 공고한 카르텔 하에서 지원금 상한제 일몰의 여파는 크지 않을 것

지원금 상한제 일몰은 분명 환영해 마지않아야 할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의 구조 하에서는 이것이 그다지 빛을 발하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원금 상한제 일몰에 앞서 선결돼야 하는 것은 이통사, 제조사간 단단한 카르텔의 해체다. 이들이 서비스 본연의 품질, 제품의 우수성, 그리고 가격 면에서 활발하게 경쟁을 치르지 않는다면, 지원금 상한제 일몰이 아니라 단통법 폐지가 이뤄지더라도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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