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에 대박 난 게임과 쪽박 찬 게임, 무슨 차이?
2020년 여름, 가요계 차트 최상위권에 군림하고 있는 열풍의 주인공들은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이다. 그리고 싹쓰리와 리니지, 바람의나라 : 연, 카트라이더 등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차트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1990~2000년대 각 분야에서 막강한 인기를 자랑하던 존재들이 10년이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사랑받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30~40대와 과거의 문물에 놀라워하는 10~20대의 시너지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옛날 이야기가 좋은 반응만 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레트로 콘셉트 카페들은 뉴트로라는 이름을 뒤집어쓰고 저질스러운 서비스를 일삼으며 큰 신뢰를 잃었다. 인스타 붐을 노린 단기성 치고 빠지기만을 노렸기 때문이다. 게임계의 추억팔이, 과연 성적표는 어떨까?
바람의나라 : 연
2020년 8월 기준으로, ‘두 개의 태양’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뒤를 바짝 뒤쫒고 있는 게임은 바로 ‘바람의나라 : 연’이다. 사실 바람의나라 : 연과 리니지의 대결구도는 이 두 게임의 관계를 알고 있는 30~40대 게이머층이라면 정말이지 ‘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게임회사로서 유년기의 넥슨을 책임졌던 ‘넥슨 클래식 RPG’ 5게임 중에서도 바람의나라가 갖는 위치는 다른 4개의 게임보다 독보적이다. 바람의나라는 넥슨이 개발한 최초의 게임이며, 24주년을 맞은 최장수 온라인 게임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비스를 하고 있는 MMORPG이기 때문이다. 게임에 관심이라곤 하나 없는 일반인들조차도 무료 플레이를 해 본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바람의 나라는 국민 게임이었다.
현재 바람의나라가 리니지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과거 플레이한 추억을 갖고 있는 라이트 유저층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바람의나라 : 연은 출시 전 사전예약 단계에서부터 9일 만에 100만 사전등록자를 달성했고 하루 만에 다운로드 수도 100만 건을 넘겼다. 이 수치는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이다. 초반의 높은 성적을 통해 바람의 나라는 IP의 가치가 대단함을 증명해 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절대 왕좌를 차지한 리니지를 누르고 1위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부족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올해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계속해서 하락세를 걸었던 넥슨이 다시 빛나기 시작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V4의 흥행 성공을 시작으로 묵혀 두었던 금쪽같은 IP들을 꺼내 다시 빛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한때 PC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던 넥슨의 2000년대 게임들이 있다. 이 중 가장 화려하게 비상한 게임을 꼽으라면, 단언컨대 회사 사무실과 학원 쉬는 시간에서조차 레이싱 한 판 승부 붐을 일으킨 그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이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중국에 있는 넥슨의 자회사(라고 쓰고 넥슨 중국지부라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세기천성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 한국에서 서비스했던 게임들이 게이머들에게 ‘한국은 테스트서버, 중국은 본서버’라는 악평을 들었던 것과는 반대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중국에서 반년 가까이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뒤 어느 정도 다듬어진 상태에서 한국에 출시되었다. 레이싱 게임이라는 특징 덕분에 진입장벽이 낮고, 충성도 높은 과금 유저보다는 작게 그리고 자주 돈을 쓰는 소과금 유저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유행은 포켓몬GO를 연상케 한다. 게임 운영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브롤스타즈나 포켓몬GO처럼 롱런하는 라이트 게임의 자리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스톤에이지 월드
현재 모바일 업계의 큰손이 되어 버린 넷마블 이전에는 PC게임 개발사이자 퍼블리셔인 넷마블이 있었다. 당시에는 다크에덴처럼 피 터지는 진영 전쟁과 퇴폐미 넘치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성인 유저층을 공략한 게임, 포커와 고스톱 그리고 쿵쿵따 등 역사와 전통의 보드게임을 온라인화시킨 게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캐치마인드 같은 여러 PC게임들을 서비스했었다. 이러한 다양한 게임들 중에서는 핵전쟁으로 멸망한 지구에 다시 공룡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가 찾아와 공룡을 사냥하거나 포획하고, 숨겨진 동굴을 탐험하고, 새로운 섬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석기시대 게임 ‘스톤에이지’도 있었다.
스톤에이지 월드는 독특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아기자기함을 뽐내며 앱스토어 1위라는 쾌거를 달성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현재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매출 50위권 안에 머물고 있다. IP 자체가 갖고 있는 특별함 덕분에 과거의 스톤에이지를 기대하며 모바일을 찾아온 게이머들의 관심을 충족하지 못한 탓이다. 시작과 끝이 전부 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톤에이지에서 펫의 퀄리티가 유저들의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또한 펫 사이의 인플레이션과 넷마블 특유의 상술 덕분에 출시한 지 한 달 반 정도 된 게임은 ‘역시나 이번에도 치고 빠지기용 게임’ 같은 좋지 못한 평을 듣고 있다.
게이머들이 과거 흥행했던 게임의 모바일화에 실망할 것을 알면서도 자꾸 발걸음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옛날에 느꼈던 그 향수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이다. 물론 그때 그 시절 흥행했던 IP들의 게임성은 2020년의 우리가 봤을 때 초라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IP들이 이룩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지금의 게임이 나온 것이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그때 그 시절의 IP들이 다른 모습으로 게이머들에게 찾아오게 되었을 땐 그 밑바탕에 과거의 게임들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추억팔이와 뉴트로를 가르는 차이를, 그 추억을 기억하는 유저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아챌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