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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칩 50년 절대강자 인텔, 다음 행보는?

조회수 2020. 8. 19.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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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인텔은 1968년 로버트 노이스(Robert Norton Noyce)와 고든 무어(Gordon Earle Moore)가 공동으로 창립한 회사다. 이 둘의 관계는 함께 일하던 쇼클리반도체연구소에서 시작됐는데, 회사의 불합리한 인사 정책에 불만을 품고 나와 세운 회사가 바로 ‘인텔’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이들의 회사는 자신들의 이름을 딴 ‘노이스-무어 일렉트로닉스’였으나, 이 명칭이 ‘잡음이 많다(Noise More)’는 의미로 읽힐 소지가 있기에 브랜드명을 수정하게 된다. 통합을 뜻하는 ‘Integrated’, 그리고 전자를 의미하는 ‘Electronics’가 조합된 ‘인텔(Intel)’이 이들의 새로운 사명이었다.

▲PC의 두뇌를 책임져 온 회사

성공한 창업주와 동료가 모여 만든 메모리

인텔이 설립될 당시,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은 회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부를 관리하기 위해 IBM의 대형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메모리 장치가 낙후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데 제한이 명확했다. 인텔은 메모리 셀을 통합하는 방법을 고안해 낸다면 컴퓨터의 메모리를 소형화하고 심지어는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바라볼 수 있는 잠재적인 시장은 연간 수천만 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인텔의 주역이 되는 3명.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 앤디 그로브

1968년, 회사의 창업자들은 자신들이 바라보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첫 번째 직원으로 앤디 그로브(Andrew Stephen Grove)를 영입했다. 그는 헝가리 출신으로 버클리대학교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로버트 노이스가 창업한 페어차일드 반도체 회사에서 뛰어난 연구 실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던 공학자였다. 로버트 노이스는 메모리 칩의 개념과 설계 회로를, 고든 무어는 제품 개발의 솔루션을, 앤디 그로브는 칩을 실제로 제조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철저한 업무 분장을 통해 1969년 9월, 이들이 만들어 낸 첫 번째 메모리 칩은 1101이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시장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회사에 흑자를 가져다준 첫 번째 작품, 인텔 1103 D램

1년 뒤 인텔은 자신들의 실수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게 된다. 바로 1103 D램이었다. 이 제품은 특정 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등의 결함을 안고 있는 제품이었지만, 시장에 있는 타사 완제품들보다도 훨씬 뛰어난 완성도를 보유한 제품이기도 했다. 1103 D램은 출시와 함께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2년도 되지 않아 세상에서 가장 잘 팔리는 반도체 자리를 꿰차게 된다. 이를 통해 인텔은 1971년 공식적으로 첫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황금시대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창업 이후 10년 동안 메모리를 통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 인텔이지만 1980년대 들어 위기를 겪게 된다. 메모리 산업을 독점하고 있던 이들의 위치를 위협하는 경쟁자들이 일본에서 대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자신들을 위협해 오면서, 1985년 인텔은 1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말았다. 메모리 시장에서 미래를 찾지 못한 인텔은 결국 메모리 산업 포기를 선언했으며, 2만 4000명의 직원을 1만 8000명 규모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이크로프로세서로 눈을 돌려 만든 x86 아키텍처의 시작, 인텔 8088

대신 이들이 집중한 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였다. 인텔은 1971년 11월 15일 세계 최초의 민간용 단일 칩 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인 4004를 출시한 바 있다. 이후 이들은 자사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점차 발전시켜, 16비트 레지스터와 8비트 외부 버스를 가지고 있는 8088을 1978년 발표하기에 이른다. x86 아키텍처의 시작점이 되는 8088은 1981년 IBM PC에 채택됐으며, 이를 통해 마이크로프로세서 판매 급증을 경험하게 된다.

▲386의 성공으로 인텔은 다시 날개를 달게 된다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인텔은 컴팩(Compaq)을 상대로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컴퓨터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 80386이 탑재된 ‘386’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1986년 10월 컴팩에서 발매된 386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1986년까지 1억 7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던 인텔은 386의 성공으로 이듬해 2억 4000만 달러의 흑자를, 매출도 12억 7000만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상승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MS와 함께 PC의 규격을 제안하다

인텔이 다음으로 손을 잡은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운영체제를 공급하며 성장하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고 PC의 규격을 정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합의한 규격은 곧 PC 시장 전체의 표준이 됐다. 이들의 CPU는 80386에서 80486으로, 그리고 펜티엄으로 넘어가게 된다. 펜티엄4 이후 2005년 5월에는 최초의 x86 호환 듀얼코어 CPU 펜티엄D가 출시됐으며, 이듬해에는 코어2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세계 최초로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가 되면서 인텔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인텔의 규모는 메모리 산업을 포기할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1996년에는 200억 달러를 넘은 20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듬해에는 250억 달러로 치솟았다. 포춘지는 인텔의 이름을 500대 기업 리스트의 38위로 올렸으며, 시가총액은 미국 상위 100대 기업 안에 포함되는 1110억 달러 규모로 치솟았다. AMD라는 경쟁사가 있기는 했지만, 점유율의 측면에서 두 회사는 같은 선상에 놓고 논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스마트폰 시장을 인텔은 제대로 휘어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텔의 독점적인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한 신사업 발굴은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매번 발전한 스펙의 CPU를 발표했지만, 기록적인 성공을 기록한 코어i 시리즈 이후로는 제대로 자사 신제품의 강점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퀄컴이 부상하기 시작했고, 인텔은 PC 시장에서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포춘지의 500대 기업 리스트에서 인텔의 순위는 점차 밀려나기 시작했고, 2012년에 이르자 12분기 만에 처음으로 전년도 대비 매출이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기에 이르렀다.


CPU 게이트, 계속되는 추락

감소하는 인텔의 실적에 쐐기를 박은 것은 소위 ‘CPU 게이트’라고 불리는 사건이었다. 2018년 1월 3일, 구글이 보안에 관련된 이슈를 발표했다. 인텔 관리 엔진에서 보안 버그가 발생했으며, 해커가 이를 악용할 경우에는 CPU에 들어가는 데이터 전부를 빼돌릴 수 있는 치명적인 버그라는 것이었다. 구글 프로젝트 제로의 얀 호른 수석연구원과 오스트리아 그라츠공과대학, 업계 보안 전문가들이 발견한 이 버그는 발표된 시점에서 실사용되고 있는 인텔의 CPU 대부분이 해당되는 치명적인 버그였으며, 경쟁사인 AMD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치명적인 보안 결함이 알려지면서 인텔은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된다

문제는 구글이 발표하기 전부터 이 버그에 대해 인텔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버그를 보완하는 패치가 이뤄질 경우 인텔 CPU의 성능이 심각하게 저하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구글의 발표를 계기로 인텔 CPU의 성능에 대한 재고가 이뤄졌고, 곳곳에서 후속 발표가 이뤄졌다. 인텔은 2018년 1월 4일 “이번 보안 문제가 데이터를 손상, 수정, 삭제할 잠재력은 없다”라며 “인텔 CPU뿐 아니라 다른 프로세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와중에 2017년 말 회사의 주요 임원들이 자사 주식을 매도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인텔은 커다란 위기를 겪게 된다.

▲AMD의 도약, 인텔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현재 인텔은 CPU 게이트의 충격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인 AMD는 2014년 영업손실 15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기업’이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현재는 라이젠 시리즈를 출시하며 인텔이 활동하는 CPU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텔의 브랜드 가치는 계속 추락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텔 CPU 설계의 핵심 리더인 짐 켈러가 퇴사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기도 했다. 올해 2분기 인텔은 주당 순익 1.23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7㎚ 공정 칩 출시 연기를 발표하면서 10.6%의 주가 급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불투명한 미래를 맞고 있는 ICT 시장의 공룡 기업 인텔이 과연 이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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