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미덕? 스마트폰 베젤의 변화

조회수 2020. 8. 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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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를 감춘 스마트폰 베젤의 변화

휴대전화의 기능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한 스마트폰은 탄생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화면은 더욱 커지고 해상도도 그에 따라 높아지고 있으며, 배터리 용량도 증가해 사용시간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램 용량과 저장공간의 용량도 늘어나고 있으며 프로세서의 코어도 마찬가지다.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때 꼭 필요한 카메라도 이제는 대부분 두 개 이상 갖추고 있으며, 후면에 네 개나 되는 카메라를 탑재한 모델도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늘어나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베젤이다.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춘 스마트폰의 베젤은 어떻게 변화되어왔을까?


대(大)베젤 시대

태초에 드넓은 베젤이 있었다. 최초의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현재의 스마트폰 디자인과 기능의 초석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애플의 아이폰 첫 모델을 보면 디스플레이 위와 아래에 상당히 넓은, 지금 기준으로는 엄청난 두께의 베젤이 있었다. 위아래뿐만 아니라 좌우에도 상당히 넓은 베젤이 있지만, 상하 베젤이 워낙 넓기 때문에 시선을 모두 빼앗고 있다. 이때의 전면부 대비 디스플레이 크기는 약 52%로, 굉장한 공간을 베젤과 프레임이 차지하고 있었다. 애플은 2007년 출시한 첫 아이폰부터 시작해서 2017년 출시한 아이폰8 시리즈까지 10년 이상 약간의 면적 변화는 있었지만 기본적인 베젤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했다.

▲첫 아이폰의 드넓은 상하 베젤을 보라

이후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고 삼성이 갤럭시S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경쟁이 시작된 이후에도 한동안 디스플레이 크기에 대한 경쟁이나 사용자들의 불만은 있었지만 베젤 두께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사용자들 또한 베젤 두께에 대해 크게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두꺼운 베젤이 딱히 흠이 되지도 않고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던, 그야말로 대(大)베젤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삼성 갤럭시S 역시 굉장히 넉넉한 베젤을 가지고 있었다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다

물론 베젤이 넓은 게 자랑은 아니었다. 제조사마다 공개하는 공식 이미지에는 실제보다 좌우 베젤을 얇게 편집하거나 이너 베젤을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는 트릭을 사용했는데, 이를 일명 ‘구라 베젤’이라고 불렀다. 어느 한 제조사가 아니라 대다수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광고 이미지에는 어느 정도의 ‘구라 베젤’ 마술을 부려왔는데, 간혹 실제와의 간극이 너무도 커서 소비자들이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넓은 베젤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제조사들의 '엔지니어 갈아 넣기'가 시작되었는데 2013년, 지금은 사라진 비운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팬택의 베가 아이언이 디스플레이 좌우에 제로 베젤 기술을 도입해 당시로는 굉장히 놀라운 2.4mm의 슬림 베젤을 선보여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팬택 베가 아이언의 2.4mm 좌우 베젤은 당시 호평을 받았다

2014년 샤프가 내놓은 아쿠오스 크리스탈은 한발 더 제로 베젤에 다가선 스마트폰으로, 전면부에서 하단 베젤만 남아있고 좌우와 상단은 거의 디스플레이로 꽉 찬 획기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편법이 사용되었는데, 상단과 좌우 베젤을 최소화한 후 전면 강화유리의 가장자리를 사선으로 깎아내서 광학적인 렌즈 효과로 마치 베젤이 없는 것 같은 효과를 낸 것이다. 상단 베젤을 제거하면서 전면 카메라는 하단 베젤로 옮겨왔으며, 음성통화를 위한 리시버는 진동을 이용한 전달 방식을 사용했다. 2015년 출시된 ZTE의 누비아 Z9 역시 아쿠오스 크리스탈과 마찬가지로 유리의 굴절을 이용해 좌우 베젤이 사라진 것 같은 효과를 주었다.

▲하단 베젤만 남아있는 아쿠오스 크리스탈

샤오미가 2016년 출시한 미 믹스도 아쿠오스 크리스탈과 마찬가지로 상단과 좌우 베젤을 없애고 하단 베젤만 남아있는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전면 카메라를 하단 베젤로 내리고 리시버 대신 진동 소자를 이용해 음성통화 시 상대방 음성을 전달해 준다. 아쿠오스 크리스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전면 강화유리 가장자리를 깎아 굴절 효과로 베젤을 가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베젤을 없앴다는 점이다. 물론 공식 이미지에서처럼 좌우와 상단 베젤이 완벽하게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너 베젤도 남아있고, 프레임 때문에라도 완벽한 제로 베젤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도 상당한 변화였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었으며, 미 믹스2와 미 믹스2S까지 비슷한 스타일을 유지했다.

▲샤오미의 미 믹스도 하단 베젤만 남아있다

아이폰X으로 만들어낸 노치 열풍

베젤을 줄이려는 노력은 좌우 베젤을 거의 없애고 상하 베젤의 두께도 상당히 얇게 만드는 방식으로 변화되었다. 당장 베젤을 없애기에는 여러 기술적인 문제도 있고,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중간 단계를 거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다고 느낀 것이 아닐까? 2017년 초에 공개된 LG G6의 풀비전 디스플레이나 삼성 갤럭시S8 시리즈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가 이에 포함된다. 베젤리스를 추구하되, 완전한 베젤리스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처럼 애매한 명칭이 사용된다고 볼 수도 있다.

▲LG G6의 풀 비전
▲삼성 갤럭시S8 시리즈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이렇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베젤의 두께를 줄여 제로 베젤에 다가서려고 노력할 때, 애플은 완전히 다른 시도를 하게 된다. 2017년 9월 처음 공개된 아이폰 10주년 기념 모델인 아이폰X은 좌우와 하단 베젤은 모두 제거하고 상단에도 음성통화용 리시버와 상단 카메라, 각종 센서가 들어갈 가운데 일부 베젤만 남겨놓고 좌우 영역은 디스플레이로 채운 일명 노치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다.

▲아이폰X에 처음 적용된 노치 디자인

처음 아이폰X이 공개되었을 때 새로운 디스플레이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일부 사용자들은 디스플레이의 확장에 환호했지만, 또 다른 사용자들은 M자 탈모가 온 것 같다며 놀림거리로 치부하기도 했다. 특히 애플의 최대 경쟁자인 삼성은 자사 신제품 프로모션 영상에 아이폰X 노치 디스플레이와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남자를 출연시켜 M자 탈모를 공개적으로 저격하기도 했다.

▲아이폰X의 노치 디자인을 공개적으로 저적한 삼성의 영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치 디스플레이는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앞다투어 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신모델을 내놔 2018년은 노치 디스플레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노치 넘어선 다양한 시도

노치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의 대세가 되기는 했지만, 여기에서 진화는 멈추지 않았다. 노치를 없애려면 노치 위에 올라가있는 전면 카메라와 리시버, 각종 센서를 처리해야 하는데 우선 리시버는 디스플레이와 프레임 사이에 얇게 집어넣어 마치 사라진 것처럼 꾸미는 것이 가능했다. 조도 센서나 근접 센서의 경우 디스플레이 아래로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 카메라가 문제였다. 삼성은 이 문제를 화면에 동그랗게 카메라만 들어갈 정도로 구멍을 뚫어 사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갤럭시 A8s에 최초로 채택된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 일명 펀치 홀 카메라가 바로 그것이다.

▲펀치 홀 카메라를 채택한 삼성 갤럭시 A8s

M자 탈모를 너무 대놓고 놀렸기 때문일까? 삼성은 그 이후에도 아이폰X과 같은 노치 디자인은 채택하지 않았다. 대신 카메라와 센서만 들어갈 정도로 최소화된 베젤을 선택한 인피니티-V나 인피니티-U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인피니티-O나 인피니티-V 대신 ‘물방울 노치’라는 명칭으로 불렀으며, ‘M자 탈모 초기’라는 조롱도 당해야 했다. 하지만 아이폰X의 노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훨씬 작은 부분만 차지하는 펀치 홀 카메라나 물방울 노치도 큰 인기를 끌어 지금까지도 대다수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주된 디자인으로 채택하고 있다.

▲물방울 노치도 현재까지 많이 채택되고 있다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완전한 제로 베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베젤을 없애는데 문제가 되던 각종 센서류와 리시버는 디스플레이와 프레임 사이에 보이지 않게 살짝 감추거나 디스플레이 아래로 넣을 수 있지만 카메라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물방울 노치나 펀치 홀로 전면 카메라가 위치할 곳을 남겨두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완벽한 베젤리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제로 베젤에 도달했다. 중국의 비보는 MWC 2018을 통해 팝업 방식의 전면 카메라를 채택해 노치까지 완전히 제거한 에이펙스라는 콘셉트 스마트폰을 공개했으며, 같은 해 팝업 카메라를 채택한 넥스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후로도 비보는 팝업 방식 전면 카메라 스마트폰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팝업 카메라를 채택한 비보의 넥스 시리즈

또 다른 제로 베젤의 아이디어는 팝업 방식과 비슷한 면이 있는데, 카메라 부분만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단부 전체가 슬라이딩 구조로 드러나는 방식이다. 오포의 파인드 X는 이러한 슬라이딩 방식을 채택하면서 후면 카메라까지 평상시는 가려져 있다가 슬라이딩으로 노출되도록 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옛날 스카이에서 내놨던 듀퐁폰과 비슷한 느낌도 있다. 실제로 오포의 리노 시리즈는 듀퐁폰처럼 상단부가 비스듬하게 열려서 전면 카메라가 노출되는 방식을 채택했다.

▲슬라이딩 방식의 오포 파인드 X
▲팝업 카메라가 비스듬하게 올라오는 오포 리노 시리즈

슬라이딩 타입에 또 다른 아이디어를 더해 베젤리스를 구현한 제품들도 있다. 삼성의 갤럭시 A80은 슬라이딩 구조를 채택했는데, 후면부를 위로 밀어 올리면 후면 카메라가 180도 회전해 전면부를 바라보게 되는 구조이다. 어차피 전면과 후면 카메라를 동시에 쓸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 후면 카메라의 사양이 더 높기 때문에 후면 카메라를 전면으로 전환해서 쓰게 되면 이점이 많아지기 때문에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에이수스의 젠폰6는 슬라이딩 구조는 아니지만 후면 카메라 모듈 부분이 힌지를 사용해 위로 올라가면서 180도 회전하는 방식을 사용해 후면 카메라를 전면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사용해 제로 베젤을 구현했다.

▲로테이팅 카메라를 채택한 삼성 갤럭시 A80
▲힌지로 후면 카메라를 회전시키는 에이수스 젠폰 6

후면에 좋은 사양의 카메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면에도 카메라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셀카 때문이다. 후면 카메라로도 셀카를 찍을 수 있지만 화면을 보면서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아예 전면은 제로 베젤로 만들고 후면에 디스플레이를 하나 더 추가해서 셀카를 찍을 때도 후면 카메라를 사용하는 방법을 선택한 제조사도 있다. ZTE의 누비아 X는 후면에 6.26인치 베젤리스 디스플레이와 함께 후면에 5.1인치 세컨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후면 카메라로도 화면을 직접 확인하면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후면에 세컨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ZTE 누비아 X

제로 베젤의 완성형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베젤 위에 올라가 있던 대부분의 구성들은 다른 곳으로 이전했고, 카메라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마찬가지로 전면부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팝업 카메라나 슬라이딩 타입, 회전형 카메라 등은 구조가 복잡해지고 고장 발생 확률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후면에 디스플레이를 추가하는 방식은 부품 가격을 상승시키며, 보호 케이스 사용에 제약이 생기며, 스마트폰을 떨어트려 파손되었을 때 수리 비용이 배로 증가하게 된다. 이런저런 단점을 다 없애려면 카메라를 전면에 두되,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야 한다. 바로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가 해법이 될 수 있다.

▲화면 뒤로 숨어든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디스플레이 아래 숨어있다가 사용할 때만 디스플레이 일부가 투명하게 바뀌면서 촬영하게 되는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는 이미 지난해 여름 샤오미와 오포가 시연 영상을 공개할 정도로 제품화가 진행되었지만 아직까지 실제로 적용된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은 것을 보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 비전옥스는 이미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기술 개발을 완료했으며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디스플레이 패널이나 카메라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삼성 역시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과연 누가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가져가면서 완전한 베젤리스를 이루게 될까?

▲비전옥스는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의 양산 준비가 끝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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