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대리점에서 추천하는 공짜폰의 비밀

조회수 2020. 7. 29.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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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는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2014년 10월 1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소위 ‘단통법’이 시행됐다. 단통법의 골자는 휴대전화 개통 시에 지급되는 보조금의 법제화로,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행정적인 규제에 불과한 보조금 상한선을 어기게 되면 법적인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단통법의 목적은 혼탁한 휴대폰 유통 시장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어, 이동통신 산업의 보다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 권익 보호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휴대폰 대리점 공짜폰의 비밀

모두가 비싸게 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단통법은 소비자들에게 휴대폰을 비싸게 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말았다. 반면 이동통신사는 판매점에 지급되던 마케팅비를 과하게 책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맞았기에 득을 보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려 한 것이 오히려 무리해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만 것이다. 누구는 비싸게 휴대폰을 사고 또 누구는 싸게 사던 것이 ‘모두가 비싸게 사는 구조’로 바뀌고 말았다. 그렇기에 단통법은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이동통신사의 순이익 향상을 도모한 법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단통법이 통과되면서 휴대폰 지원금에 법적 상한제가 생겼다

단통법은 시행된 이후 꾸준히 시장 경쟁을 가로막고 담합을 묵인하는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핵심적인 조항은 단말기 지원금의 상한제였다. 출시 15개월 이내의 단말기는 최대 33만 원까지만 합법적으로 공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이다. 시행 후 3년 동안 끊임없이 비판을 받던 지원금 상한제 조항은 만 3년이 되는 2017년 9월 30일 일몰돼 효력이 없어졌다. 그러나 현재는 상한제 조항만 효력이 없을 뿐 지원금 공시 등 현행 단통법의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가 휴대폰을 비싸게 사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현재 단통법하에서 이동통신사에서 지급하는 단말기 보조금은 별도의 상한 없이 운영되고 있다. 새로 출시되는 제품이라 할지라도 과거와는 달리 높은 금액의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모델별로 공시지원금을 달리 책정해 지급하고 있으며, 상한제가 유지되기 전에 비해서는 비교적 높은 금액의 지원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소비자들은 지원금 혹은 사용하는 요금제에 따른 약정할인 중 하나를 택해 휴대폰을 구입하고 이동통신사의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공시지원금, 그리고 불법 보조금

보조금의 상한선이 없어졌으니 이동통신사들이 각자 보조금을 조절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 시작했다면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상한제가 유지될 때도 이동통신사들은 공시지원금 최대치인 33만 원을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소비자들의 인기가 높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다시 말해 지원금을 책정하지 않아도 판매가 원활한 제품들의 경우에는 공시지원금이 없다시피 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상한제 폐지 이후에도 동일하게 벌어졌다.

▲공시지원금이란 말 그대로 모두에게 공개적으로 게시되는 지원금을 이야기한다

공시지원금은 말 그대로 ‘공시’되는 지원금을 이야기한다. 이동통신사들은 경쟁적으로 지원금을 늘려서 더 많은 이용자를 유치하는 대신 소비자들이 보다 선호하는 최신 제품들의 지원금을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담합에 가까운 구조에서 책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프리미엄급 제품들의 이동통신사들의 공시지원금은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어느 한 곳이 공격적으로 공시지원금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기에 따라 이동통신사는 특정 모델을 ‘밀어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동통신사들이 완전히 경쟁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동통신사들은 각각 목표로 하고 있는 이용자 수, 시장 점유율,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모델의 재고 등이 다르다. 그렇기에 재고를 소진시켜야 하는 모델, 타 통신사로부터 끌어당겨 와야 하는 가입자 수 등도 때에 따라 다르게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통신사가 정기적으로 꺼내는 무기가 바로 ‘불법 보조금’이다.


두 가지 종류의 공짜폰

불법 보조금이란 공시지원금, 그리고 여기에 연동시켜 일선 판매점들이 추가로 고객에게 지급할 수 있는 공시지원금의 15%에 해당되는 판매점 지원금과는 별개로 지급되는 지원금을 이야기한다. 이동통신사는 휴대폰을 판매하는 판매자들에게 시즌별 이슈에 따라 판매해야 하는 모델에 ‘리베이트’라는 이름의 판매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의 요금제 유지 여부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도 붙는다. 이동통신사는 내부적으로 이런 금액들을 판매촉진금, 즉 마케팅비로 책정해 회계 처리한다. 우리는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 이런 식으로 지급되는 금액을 가리켜 불법 보조금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동통신사, 혹은 제조사는 암암리에 판매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단통법 이후에도 저렴한 휴대폰을 찾는 소비자들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이목을 한눈에 집중시킬 수 있는 키워드가 업계의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바로 ‘공짜폰’이다. 공짜폰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단통법이 허용하고 있는 범위의 공짜폰이다. 원래 제품의 출고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공시지원금에 추가 지원금을 더하면, 혹은 25%의 요금할인을 받게 되면 출고가보다도 지원금이 더 커지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예를 들어 출고가 69만 원의 스마트폰이 이동통신사 공시지원금이 60만 원, 여기의 15%에 해당하는 판매점의 추가 지원금 9만 원이 더해지면 할인금액은 총 69만 원이 된다. 출고가와 지원금이 같은 것이다. 이 경우 소비자는 약정기간 동안 별도의 단말기 할부금 없이 휴대폰 요금만 납부하면 된다.

▲별 개수, 잎사귀 수 등의 은어가 휴대폰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찾는 대부분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이처럼 높은 공시지원금이 책정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휴대폰을 ‘슬기롭게’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앞의 공짜폰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공짜폰을 찾게 된다. 불법 보조금을 판매점에서 책정해, 통상보다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공짜폰들이다. 불법 보조금이 지급된 사실이 발각될 경우에는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아니라 판매한 판매점, 그리고 보조금을 지급한 이동통신사가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 그렇기에 이들은 어느 채널을 통해서건 제품의 가격을 명시하지 않는다.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대신 휴대폰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암호(잎사귀, 별 등)로 가격을 안내하고, 사람들은 이 암호를 해석해서 휴대폰 가격이 얼마인지 추측해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행법으로 금지된 불법 보조금 활용

불법 보조금을 활용해서 제품을 싸게 공급하는 이들은 ‘박리다매’를 추구한다. 즉 자신들의 마진을 줄이는 대신에 더 많은 휴대폰을 판매해 이익을 보전한다. 통상 판매가에 불법 보조금을 더해서 시장가보다 싼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안내하는 것이다. 출고가 100만 원의 휴대폰 공시지원금이 60만 원일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 경우에 휴대폰의 할부원금은 40만 원이 된다. 보통이라면 소비자들은 이 폰에 얼마만큼의 불법 보조금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책정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며 알 필요도 없다.

▲소비자들의 ‘싸고 좋은 제품’에 대한 필요는 영원히 충족될 수 없다

하지만 불법 보조금을 적극적으로 공급가 하락의 수단으로 삼는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 앞의 케이스와 동일한 모델에 60만 원의 추가 인센티브(불법 보조금)가 지급되는 경우, 그리고 이 제품을 보다 많이 판매하고자 하는 판매점이 있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런 판매점이 공짜폰을 만드는 구조는 간단하다. 60만 원의 인센티브 중 40만 원을 구매 소비자에게 지급해서, 실질적 단말기 할부금을 0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부 판매점들은 단말기 할부금 보전액인 40만 원을 소비자에게 직접 지급하기도 한지만, 통상적으로는 이보다 전산상으로 단말기 판매대금 40만 원을 미리 수취했다고 입력하는 방식이 더 자주 사용된다. 공짜폰을 넘어 단말기 할부금이 0원이 될 뿐 아니라, 심지어는 추가적인 금액을 판매점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공시지원금과 인센티브의 합이 출고가를 크게 넘어설 경우에 발생한다.

▲지금 논의되는 단통법 폐지는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이러한 형태의 휴대폰 판매는 현행법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로 이런 식의 판매 방식이 뿌리가 뽑힌 적은 없으며, 앞으로도 근절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판매자, 더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암암리에 이뤄지는 이러한 판매 방식을 악용한 사기 사건도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판매자들은 명시적으로 판매가, 인센티브, 구조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러한 방식으로 제품을 구매했다가 소비자가 약속을 받은 ‘페이백’ 금액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피해액을 보전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통법하에서 상황을 개선하는 것은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부디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단통법 폐지, 혹은 규제 완화의 안이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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