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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렇게 게임을 한다고? 신박한 인터페이스 채택한 게임들

조회수 2020. 7. 13. 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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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임과 '특이함'에 목숨을 건 게임들

게임의 여러 기능들을 이야기할 때 없을수록, 단순할수록 호평받지만 한번 불편하기 시작하면 정제된 욕과 무질서한 욕을 장마철 쏟아붓는 장대비처럼 맞게 되는 대표적 기능은 바로 UI이다. UI. 플레이어 인터페이스는 게임과 플레이어의 소통 수단이다. UI를 통해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좋은 게임은 배우기 쉬운 UI를 가지고 있고,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UI를 이해하기 어렵다면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의 훌륭함을 깨닫기도 전에 이탈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말이 통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과 같다. 


대화 수단으로서 UI는 사람이 움직이는 본능적 버릇과 깊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직관적이다’라는 단어는 머리로 이해할 필요 없이 몸으로 곧바로 적용하면 된다는 뜻이다. 덕분에 UI를 만들 때 개발자들은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 대며 최대한 몸이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법칙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플레이어가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국 공용어처럼 익숙하게 사용하는 몇몇 규칙들을 빌려오고 그 위에 개발하는 게임의 특성을 더한다. 이런 게임들 중에서도 게임의 ‘직관적’임과 ‘특이함’에 목숨을 건 게임들이 있다.


본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한다. 리듬게임판 두더지잡기 ‘유비트’

▲BEMANI의 게임들 중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게임 유비트

일본의 게임 개발사 코나미가 운영하는 리듬게임 브랜드 ‘BEMANI’는 오락실 전용 게임기를 주로 개발하며 리듬게임 역사에 굵직굵직한 족적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BEMANI의 대중성을 견인했던 게임이 있다. 일본어로밖에 설명이 나오지 않아도 곡 선택하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 문제지 본 게임은 이 게임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을 데려다 놔도 어떻게든 플레이는 할 수 있다는 그 게임, 바로 ‘유비트’이다.  

▲16개의 버튼에 나타나는 노트를 두더지잡기 하듯이 누르기만 하면 된다

유비트 게임기 위에는 16개의 정 사각 버튼이 4x4로 배열되어 있다. 마치 런치패드를 닮은 이 게임기의 액정은 버튼 뒤에서 똑같이 16분할 되어 있다. 유비트의 게임방식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길거리 오락기 게임인 ‘두더지 잡기’를 닮았다. 유비트에서 ‘노트’는 분할된 버튼 아래의 액정에서 피어오르며 이 노트를 치기 위해선 노트 이펙트가 나타나는 모습에 맞춰 버튼을 두드리기만 하면 된다. 이런 간단함 덕분에 유비트는 일본 내에서 남녀노소 플레이어층을 크게 타지 않으며 리듬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어느 정도 선까지는 쉽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대중적인 리듬게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목소리로 기구를 띄운다? 더 하울러

▲이름 그대로 ‘울부짖는 목소리’로 플레이하는 게임 더 하울러

UI는 화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게임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키보드, 마우스, 조이 패드 역시 하나의 ‘인터페이스’이다. 앞의 기기들을 손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대체적으로 게임은 손으로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손 이외의 신체를 활용하는 것은 오락실 리듬게임으로 유명한 DDR이나 펌프 잇 업 같은, 소위 춤을 추는 게임들이며 이 게임들은 발을 소통 도구로 활용하고 발밑의 센서로 게임과 소통한다. 하지만 때로는 현실의 대화처럼 목소리 또한 게임과의 소통 수단이 되곤 한다. 보통 게임에서 마이크를 사용하는 경우는 RPG의 상위 콘텐츠에서 파티원들과 소통할 때라고 생각할 때가 많지만 목소리가 완전히 조작계를 대체하는 게임들이 존재한다. 더 하울러가 바로 이런 게임에 속한다.

▲바람의 방향과 목소리의 크기를 시시각각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다

더 하울러는 열기구를 공중에 띄워 목적지에 소포를 전달하는 게임이다. 이야기만 들어선 버튼을 오래 누르고 있으면 열기구가 떠오르고 떼면 중력 가속도를 받아 줄어드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더 하울러가 특이한 이유는 이 ‘버튼’의 역할을 ‘목소리’가 수행하기 때문이다. 화면의 상단 가운데에는 목소리의 데시벨을 측정하는 게이지 UI가 있다. 이 게이지는 목소리의 데시벨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들고 데시벨이 높을수록 열기구는 높게 떠오른다. 좌측에는 높이별로 바람의 방향을 나타내는 화살이 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목소리 크기를 조절하면서 기구를 목적지로 보내야 한다. 목소리의 크기를 이용한다는 게임의 구조는 굉장히 신박하지만 아무래도 계속 소리를 지르는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할 생각이 있다면 목 건강에 유의하도록 하자.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것만으로도 성립되는 게임 ‘레플리카’

▲너무나 익숙한 스마트폰 UI가 우리를 반겨주는 게임 레플리카

게임의 UI를 만들 때, ‘신박함’보다 먼저 지켜져야 할 것은 ‘익숙함’이다. 대표적으로 보편적인 인간의 시선은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 위에서 아래로 이동한다는 시선의 법칙이 있다. 이런 법칙들은 인간의 신체와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연구하여 만든다. 인간은 익숙함과 편리함에 지배당하는 게으른 생물이기 때문에 이미 확립된 인체공학적 법칙들은 지켜주지 않으면 극도의 불편함을 유발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익숙함’을 극도로 활용한 게임이 바로 국산 인디 게임 개발자 SOMI의 게임 ‘레플리카(Replica)’이다.

▲게임 UI의 대단함과 함께 이 게임의 발매 시기가 박근혜 정권 시기라는 점에서 개발자의 신념을 느낄 수 있다!

레플레카의 UI는 정말로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조차 무의식적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그 이유는 레플리카의 UI가 완벽하게 ‘스마트폰’의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로 완전히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스마트폰의 사용법은 거의 만국 공통어 수준이다. 레플리카는 국가안보부에 납치된 주인공이 테러리스트 용의자의 핸드폰을 조사해 정보를 찾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암호를 해제하고, 갤러리를 뒤지는 등 ‘남의 스마트폰을 훔쳐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모든 UI가 스마트폰의 UI 법칙을 아주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타인의 폰 내부를 훔쳐보는 데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죄책감과 더불어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국민의 자율성과 독재 정권에 대한 무서움을 본인도 모르게 뼈로 느낄 수 있게 된다.


UI는 게임의 언어이다. 우리는 UI를 통해 게임과 소통하고 UI를 통해 게임을 알아간다. 적게는 한두 명의 깊은 고뇌가, 많게는 수십수백 명의 개발자의 노력이 들어간 가상의 세계로 문을 두드리고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UI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이 사랑하는 게임의 언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왜 그런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그냥 만들어지는 UI는 없다. 아무리 장르 법칙이라도 그 속에서 제작자는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오늘 당신이 켠 게임의 UI는 어떤 부분이 불편하고 어떤 부분이 좋은지 한번 생각해봐도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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