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먹거리라던 VR, 왜 자리 잡지 못하는 걸까?

조회수 2020. 6. 5. 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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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현대사회에서 메이저 기기로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

최근 밸브 코퍼레이션에서 새로운 VR기기와 동시에 VR로 출시되는 하프라이프의 신작을 공개했다. 기존의 트리거와 버튼을 통해 조작하는 양손 컨트롤러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다섯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컨트롤러를 내놓은 정신 나간 기술력에 하프라이프라는 IP가 가진 인지도가 더해져 대단한 주목을 받고 있지만, VR게임의 현실은 아직까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VR게임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플레이 센터가 생기고 있지만 사실상 VR게임의 인지도는 비트세이버 같은 매우 소수의 게임이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VR이라는 게임 플랫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왜 VR은 아직까지도 이렇게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메이저 기기로 자리 잡지 못한 걸까?


가상현실은 드넓지만 부동산은 한정되어 있다

VR의 가장 큰 제약이라고 한다면 역시 부동산이다. 게임에서 갑자기 부동산이라니 난데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VR기기는 넓은 부동산을 필요로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VR을 쓴 상태의 플레이어는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인간 흉기(?)이기 때문이다. VR 장비의 가장 큰 특징은 머리에 VR 장비를 쓰고 VR장비가 보여주는 화면을 통해 플레이어가 직접 3D세계의 한복판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VR을 쓰는 과정에서 현실의 시야는 차단되고 프로그램 속에 만들어진 배경이 플레이어의 현실이 된다.

▲VR 게임의 안전한 플레이를 위해선 아무리 동작이 없는 게임도 일정 반경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 상태에서 플레이어는 이것저것 물건을 만지고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컨트롤러를 든 팔을 좌우로 휘두르는데, 플레이어 주변으로 대략 반경 2~3M 공간 안에 플레이어 손에 닿는 물건이 있다면 멋도 모르는 상태로 그 물건을 치고 부술 수 있다. VR을 쓰고 눈앞에 있는 적에게 정권 찌르기를 한순간 손끝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감각과 둔탁한 사운드 그리고 쌔한 감각에 황급하게 VR 기기를 벗은 순간, 눈앞에는 강공격을 맞고 정신을 못 차리며 화려한 디지털 무지개를 뱉는 모니터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3D 멀미를 하는 당신,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랍니다

▲카메라가 플레이어의 시야를 대신하기 때문에 높은 몰입감을 주지만 동시에 3D멀미가 일어나는 대표주자 1인칭 카메라 시점

재력이 충분해서, 운이 좋아서, 자기 방이 그만큼 넓어서 등등 어떤 형태로든 실수로 디지털 무지개를 보지 않을 정도의 부동산은 가지고 있는 당신! 그렇다고 해도 완전히 VR의 위험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당신 앞에는 3D멀미라는 거대한 철옹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창 게임의 그래픽이 2D에서 3D로 넘어갈 때 많은 사람들이 3D 멀미에 시달렸다. 특히 플레이어 캐릭터의 시야 자체를 화면에 비추는 1인칭 게임의 경우 여전히 3D멀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데, 이는 실제 시야와 캐릭터 시야(카메라) 사이의 인지부조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우리 생각보다 너무 우수하다

그리고 운 좋게 당신이 3D멀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VR의 인지부조화까지 피해 가기는 쉽지가 않다. VR 화면은 그 자체가 플레이어의 시야이다. 플레이어가 고개를 돌리면 화면도 따라 돌아간다. 원리대로라면 간접 시야인 일반 1인칭 카메라 시점보다 멀미가 덜해야 정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생기는 문제의 원인은 인간의 우수함이다. 인간의 생체 반응속도는 카메라보다 빠르다. 바로바로 신경이 주변 환경을 읽어 들이는 눈과는 달리 VR기기는 카메라가 비추는 각도에 따라 화면을 계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초 단위의 빠른 계산이 가능하다 해도 인간의 눈은 우리의 생각보다 위대하다. 결과적으로 눈과 카메라의 반응 속도가 맞춰지지 못해, 전문용어로 ‘싱크가 맞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다.

▲한 뼘에 가까운 두께의 기기를 계속 머리에 쓰고 있는 것도 한몫할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개발자들이 뭐라도 연출해 보겠답시고 플레이어의 시야를 강제로 이동하려고 들면 바로 인지부조화로 인한 3D멀미가 일어난다. 엎친 데 덮친 격이 되는 것이다. VR 기기의 무게 때문에 평소보다 좀 더 무거운 머리도 한몫할 것이다. 불편한 상태에서 인간은 더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홀로그램 콘서트는 가능하지만 진짜 인형이 홀로그램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

▲최근 국내에서 성황리에 끝마친 엘소드의 3D 콘서트

이미 00년대 후반부터 홀로그램이 콘서트홀을 누비며 노래하고 춤추고 있다. 국내에는 생소한 기술이지만 서브컬처 문화가 발달한 일본 시장에선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홀로그램 콘서트는 홀로그램 콘서트일 뿐. 3D모델링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실제로 만질 수 있는 기계나 인형이 콘서트를 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어중간하게 닮았을수록 혐오하게 된다는 불쾌한 골짜기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는 용어가 있다. 인간이 대상을 보고 혐오감을 느끼는 정도를 그래프로 그렸을 때, 완전히 닮지 않거나 완벽하게 같은 대상에겐 혐오감을 느끼지 않지만 애매하게 닮은 대상에게는 혐오감을 느낀다는 심리 연구이다. 불쾌한 골짜기는 단순히 외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에도 적용되며, 기계에 대한 연구결과로 유명하지만 가상현실의 3D모델링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3D 인물 모델링의 얼굴을 보고 고무로 빚은 것 같다며 무기질적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불쾌한 골짜기에 해당한다.

▲비트세이버가 불편함이 없는 이유는 매우 단순한 동작만을 사용하며 보이는 건 박스와 UI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VR에서는 이 불쾌한 골짜기를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모니터로 보는 화면은 플레이어와 게임 속을 분리시켜주지만 VR은 게임 속에 직접 플레이어를 넣기 때문이다. 물건을 들고 활을 쏘는 등 손으로 하는 대부분의 행위를 직관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과 완벽하게 똑같은 조작감을 구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과 가상의 차이는 VR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에게 그리고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에게는 더더욱 넘어야 하지만 넘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거대한 장벽이 된다.


가상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가상현실은 언제쯤 우리의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까?

수많은 판타지 계열 장르 소설이나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디지털로 만들어진 가상 현실에 대해 다뤘다. 2018년에 개봉했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에서 사람들은 VR기술을 통해 아예 또 하나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었다. 처음 VR기기가 대중에게 선보였을 때 이런 가상현실을 즐기는 미래가 멀지 않았다는 기대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는 시간 동안 VR기기는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 넘어야 할 벽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언제쯤 우리는 꿈에 그리던 가상현실을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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