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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는 왜 하드유저용 콘텐츠만 개발할까?

조회수 2020. 6. 1.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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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는 왜 콘텐츠를 겨우 만들어 주는 걸까?

며칠 전, 10년이 넘어가는 긴 서비스 기간 동안 게임회사 네오플의 수익을 책임지는 ‘던전 앤 파이터’의 신규 레이드 업데이트가 있었다. 역대급 연출과 이전 레이드 경험을 기반으로 한 레벨 설계, 그리고 아름다운 BGM은 많은 호평을 받았다. 또한 던전앤파이터는 기존 2차 각성의 상위 클래스인 ‘진:각성’을 업데이트 중에 있다. 가장 처음으로 공개된 진:각성 주자였던 남격투가의 각성기 연출은 수많은 커뮤니티와 SNS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생각해보면 대부분 게임사의 업데이트는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고, 이미 최고 레벨을 달성한 유저들을 대상으로 했던 것 같다. 물론 멋진 레이드를 보며 목적의식을 불태우는 신규 유저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쉽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콘텐츠는 왜 가뭄에 콩 나듯, 정말 더 이상 격차를 메꾸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에서나 겨우겨우 만들어 주는 걸까? 게임사의 신규 유저에게 친절함을 흉내 내고 있는 걸까?


게임을 가장 사랑하는 건 언제나 ‘망겜’을 외치는 유저들이다

▲해당 이미지에 달려있는 설명글은 ‘왼쪽이 고인물, 오른쪽이 뉴비’이다

온라인 게임 좀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소를 터트릴 만한 유명한 이미지가 있다.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기사에게 세일러 복을 입은 학생이 철퇴를 겨누고 있는 이미지이다. 일반적으로 풀 플레이트 갑주를 차려입은 쪽이 더 강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상황이 게임 속이라고 생각했을 때 정말 강한 건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상한 룩으로 장식한 유저 쪽이다. 일반적으로 치장용 아이템은 게임 내 캐쉬샵에서 현금으로 사던가 높은 코스트를 들여 제작하거나, 히든 보스를 잡았을 때 얻을 수 있는, 게임 곳곳을 뜯거나 과금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일 경우가 많다.

▲일본의 4컷만화, 팝팀에픽의 유명한 이미지. 코어 유저들은 항상 모진 소리를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게임한다

정말로 그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은 게임에 한없이 모진 소리를 하면서도 언제나 그 게임을 붙잡고 있는, 굉장히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 서브컬처 시장에서 주인공을 까칠하고 못되게 대하지만 사실은 주인공을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캐릭터를 부르는 말인 ‘츤데레’가 연상되는 태도이다. 이런 하드유저들은 대부분 게임 내부의 콘텐츠를 70~80% 이상 즐겨본 사람들이며, 본인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게임을 망겜이라 부르는 이유는 말 그대로 이미 할 만한 콘텐츠는 전부 즐겨봤으며, 새로운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던전앤파이터의 신규 상위 레이드 ‘시로코 레이드’. 항상 가장 눈에 띄는 업데이트는 엔드라인의 확장이다

그리고 항상 이런 최상위 유저들은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면 누구보다도 빨리, 많은 시간과 재화를 들여 콘텐츠를 즐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들이 정리되며, 최상위 유저들. 일명 코어 유저들이 친절하면 친절할수록 해당 온라인게임은 더더욱 즐기기 편한 구조가 된다. 그리고 이들은 누구보다도 게임에 시간을 투자하는 동시에 누구보다 많은 현금 재화 역시 결재하기 때문에 게임사 입장에서는 가장 1차적으로 만족시켜야 하는 대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규 콘텐츠는 여러 방면에서 대부분 엔드 라인을 확장하거나, 파고들 수 있는 콘텐츠를 추가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너무 깊은 격차는 동경 이전에 포기를 만든다

▲가장 좋은 성과를 냈던 업데이트 중 하나인 ‘블랙 헤븐’. 스토리 콘텐츠는 레벨 100 이상부터, 보스인 스우는 코어 유저용 엔드 콘텐츠 보스로 출시되었다

하지만 엔드 콘텐츠 컷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신규 유저에게는 하나의 거대한 진입장벽이 된다. 서비스가 길어질수록 코어 유저와 라이트 유저, 그리고 신규 유저의 간극은 깊어진다. 라이트 유저야 그럭저럭 지금의 위치를 만족하며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문제는 신규 유저에 있다. 신규 유저는 게임을 시작할 때 그 게임이 ‘재미있어 보이기 때문’에 시작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뭘 보고 재밌어 보인다고 생각했는가’이다. 그리고 이런 ‘재미있어 보이는 콘텐츠’는 플레이어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이후에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일 확률이 높다.

▲계정 캐릭터들의 레벨 총합과 보유 캐릭터에 따른 다양한 효과를 주는 시스템 메이플 유니온. 고가의 장비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수치를 지원해 주지만 그만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올해로 17주년을 맞은 메이플 스토리를 살펴보자. 많은 플레이어들이 목표로 삼는 ‘카오스 루타비스’ 보스 콘텐츠는 내가 메인으로 삼는 캐릭터(이하 본캐릭터)만으론 클리어가 불가능하다. 계정 내의 캐릭터들은 서로의 능력치에 보정을 해주거나 순간적으로 능력치를 증폭시켜주는 스킬을 전달해 줄 수 있다(이하 링크 시스템). 그리고 동시에 계정 내 캐릭터들의 레벨 합에 따라 플레이어가 원하는 능력치를 보정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인 ‘유니온’이 존재한다. 내 메인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선 별로 키우고 싶지 않아도 좋은 시너지를 가진 직업군을 일정 레벨 이상으로 키워야 한다. 결과적으로 메이플 스토리를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가 카오스 루타비스의 보스에게 도전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6개월 정도이다.

▲마비노기의 누적레벨 랭킹. 1위 유저는 20만이 넘는 누적레벨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로 16주년이 되는 또 다른 장수 게임 마비노기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마비노기에는 ‘누적 레벨’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며 환승을 할 때마다 레벨은 초기화되지만 누적레벨은 쌓여간다. 레벨이라는 지표보다는 캐릭터가 가진 스킬의 등급을 더 중시하는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며 누적레벨을 쌓도록 유도한다. 그리하여 현재, 마비노기는 2~3만 대의 누적레벨이 유저들의 평균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시스템상 명확한 강함의 지표가 없기 때문에 마비노기를 새로 시작하는 유저들은 형용할 수 없는 아득한 감각(?)을 맛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오래 플레이 한 유저일수록 여러 효과를 가진 한정 펫을 수십 마리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펫 또한 하나의 능력치로 보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간극은 더더욱 좁히기 어렵다.


노력은 하고 있지만…

물론 게임사들은 이런 간극을 좁히기 위해 이래저래 노력을 하고 있다. 메이플 스토리의 경우, 레벨 100부터 진입할 수 있는 다인 레이드 콘텐츠 ‘우르스’와 이지 모드의 레이드 보스를 지원함으로써, 신규 유저와 라이트 유저들이 자금을 모아 상위 보스로 올라갈 수 있게끔 계단을 깔아 놓았다. 또한 테라버닝 이벤트를 통해 한번 레벨업을 할 때마다 3씩 레벨을 올려 빠른 성장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확장팩 단위로 업데이트를 시행하는 수많은 정액제 해외 MMORPG게임들은 ‘점핑’이라는 아이템을 유료로 팔아, 신규 플레이어들이 이전 확장팩의 상위 장비를 가지고 신규 확장팩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점핑은 일부 국내 게임사들도 이벤트를 통해 시행하고 있다. 이런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신규 유저들에게 다양한 아이템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시행한다. 이 모든 것이 다 잠재 유저들을 더 쉽게 게임 속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게임사의 노력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점핑 이벤트를 시행한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노력 없이 많은 것을 얻고 싶어 한다. 무과금 유저들과 소과금 유저들은 게임의 허들이 좀 더 내려가길 원하고, 코어 유저들은 그런 무과금, 소과금 유저들을 자연스럽게 싫어하게 된다. 코어 유저들은 콘텐츠가 막 업데이트되었을 때 직접 몸으로 부딪혀 콘텐츠를 파헤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콘텐츠 확장은 난이도부터 업데이트 규모 하나하나 코어 유저를 기준으로 두고 책정된다. 그 자체가 게임의 수명과 가장 연관이 깊기 때문이다. 코어 유저가 있기 때문에 라이트 유저들은 도전할 목표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게임 회사가 제때제때, 제대로 된 콘텐츠를 업데이트한다는 전제하에 성립되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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