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AP 점유율 88%, 스마트폰 두뇌를 책임지는 퀄컴

조회수 2020. 6. 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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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퀄컴의 영향력은?

1933년 10월 18일 유대계 미국인 집안에서 태어난 어윈 M. 제이컵스(Irwin Mark Jacobs)는 전기공학자였다. 그는 1956년 코넬대학교에서 전기공학 학사학위를 받고 1959년에는 MIT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MIT 전기공학 조교수 및 부교수로 재직했다. 1965년에는 ‘통신공학의 원리’라는 교제를 썼으며, 1968년에는 위성 암호화 장비 개발을 위해 ‘링커비트’라는 회사를 앤드류 비터비와 공동설립하기도 했다.


품질 좋은 통신을
만들고자 했던 이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의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85년, 그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의 MIT 동창이자 링커비트 공동 설립자인 앤드루 비터비와 하비 화이트, 아델리아 코프만, 앤드루 코헨, 글라인 길하우젠, 프랭클린 안토니오의 7명이 모였다. 함께 모여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였다. ‘품질이 좋은 통신을 만들어 보자’는 모토로 시작한 그 회사의 이름은 ‘퀄리티 커뮤니케이션(Quality Communication)’을 줄인 ‘퀄컴(Qualcomm)’이었다.

▲퀄컴의 공동설립자 겸 전 회장이자 전기공학자인 어윈 제이컵스(사진 오른쪽)

이들이 회사를 설립해 개발에 착수한 기술은 이동통신 기술이었다. 이동통신 1세대였던 1980년대에는 아날로그 라디오 방식의 통신이 일반적이었다. 성능은 좋지 않고 단말기와 서비스의 가격은 비쌌지만,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들은 여러 사용자가 통신 자원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이용하기 위한 방식으로, 사용자마다 고유한 코드를 이용하는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이들이 개발에 착수한 것은 코드 분할 다중 접속(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즉 ‘CDMA’ 방식의 통신기술이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퀄컴 본사

당시 통신시장에서는 CDMA보다는 기존의 통신 방식인 주파수 분할 다중 접속(FDMA) 및 시간 분할 다중 접속(TDMA) 방식을 선호했다. CDMA 방식은 이동통신사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는데, 이는 이론적으로는 좋지만 상용화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1980년대 말 미국, 유럽은 TDMA 기술을 업계 표준으로 선정했으며, 퀄컴의 CDMA 기술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CDMA 기술로 두 차례 기술 시연을 해 성공을 거뒀으며, 수차례의 노력 끝에 마침내 1993년에 이르러서야 미국 통신산업협회의 기술 표준 인정을 받게 된다.


퀄컴을 구제한 것은 대한민국

하지만 이미 TDMA의 망 인프라가 깔린 다음이었기에 퀄컴의 앞날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이 상황 속에서 이들의 구세주가 된 것인 대한민국이었다. 1989년 최영철 당시 체신부 장관은 노태우 대통령에서 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 개발을 국책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정부는 당시 미국 표준이던 TDMA을 참조해 독자개발을 추진했으나, 이에 실패하고 외국 기업들과의 공동개발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CDMA가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다. 대한민국 정부는 TDMA 독자개발 대신 퀄컴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에 성공했다. 한국이동통신이 ‘디지털011’이라는 이름으로, 신세기통신이 ‘파워디지털017’이라는 이름으로 CDMA 상용화를 개시했다. 이때부터 퀄컴은 본격적으로 도약하게 된다.

▲CDMA 로열티는 퀄컴의 기술개발의 원천이 되고 있다

한국에 이어 홍콩, 페루, 미국에서 CDMA 이동통신이 개시됐다. 그리고 퀄컴의 CDMA는 세계 표준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CDMA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동통신의 표준이 됐으며, 지금 이 시점에서도 많은 국가에서는 CDMA가 주된 이동통신 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퀄컴의 주장을 믿으면 이동통신 업계는 수십조 원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1996년 9월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퀄컴은 CDMA 서비스를 통해 발생되는 막대한 로열티를 거두며 성장하게 된다.

▲팬텍은 칩셋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회사의 지분을 퀄컴에 제공하기도 했다

이후 퀄컴은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칩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자사 최신 통신 모뎀을 자사 AP와 통합한 패키징 형태로 판매하는 방식을 고수했으며, 이것이 성공을 거두게 된다. 2G, 3G의 시대를 넘어 4G LTE의 시대에도 퀄컴은 성공을 이어갔다. LTE 통신칩 시장에서 퀄컴은 부동의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5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최대 공급 업체로 꼽히고 있다.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5G 모뎀을 선보인 데 이어 2세대 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성장의 그늘 속 횡포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퀄컴이지만, 이들의 성장을 단순히 ‘기술력’ 덕분으로 보기는 힘들다. 그보다 이들의 성장을 견인한 것은 독점적인 라이선스 관행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퀄컴은 모바일용 통합 통신 모뎀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그 덕에 모바일 퍼스트의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고서는 줄곧 모바일 AP 시장의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것이 마냥 긍정적이지 않은 것이, 여기에 일정 부분의 ‘갑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CDMA처럼 5G에서도 상용화를 최초로 개시한 것은 대한민국이었다

퀄컴은 현재 칩에 대한 로열티가 아니라 스마트폰 판매 대수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부과하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이 성장할수록, 퀄컴의 실적도 따라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들은 로열티를 제조사별로 차등 부과하거나 리베이트로 인해 시장을 교란하는 등의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에 자사의 모뎀칩을 장착했는지에 따라 로열티를 달리 책정하고, 자사 칩을 쓰지 않는 업체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한다. 경쟁업체의 칩을 사용할 경우에는 공급을 차단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경우에는 퀄컴 의존도를 줄이고자 인텔과 손을 잡았는데, 여기에 퀄컴은 칩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퀄컴의 갑질은 애플과도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와 같은 행위는 우리나라에서도 문제시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9년 퀄컴에 2,73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2016년에는 1조 300억 원의 과징금을 추가했다. 퀄컴에 반기를 드는 제조사들이 많아지면서 퀄컴의 성장 일변도의 실적은 흔들리고 있다. 특히 2015년의 매출은 충격적이었다. 퀄컴의 2015년 회계연도의 매출,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5%, 23%가 감소한 결과로 나타났으며, 실적 부진을 이유로 동년 이들은 인력 구조조정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어느 정도 이슈가 정리되면서 실적이 안정된 상태지만, 이들에 대한 불신은 시장에 팽배해 있는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도 퀄컴의 영향력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퀄컴의 경쟁력은 5G 시대에 접어든 지금에도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모바일 디바이스 AP 시장 점유율에서 퀄컴이 5G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퀄컴의 점유율은 무려 87.9%에 달했다. 이들은 올해 5G AP 시장에서도 퀄컴의 점유율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G LTE를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 퀄컴은 애플(24%), 하이실리콘(14%)보다 높은 36%의 출하량 점유율을 기록했다.

▲5G 시대에도 퀄컴의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이러한 전망은 이들의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 4월 공개된 퀄컴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가 증가한 52억 2천만 달러로, 시장의 전망치였던 50억 3천만 달러를 상회했다. 스마트폰의 출하량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지만 5G 수요확대가 퀄컴에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이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공급망 충격을 이유로 실적 전망을 철회하는 것과 달리, 퀄컴은 향후의 실적 전망은 5G 장기 사이클 수혜를 이유로 유지됐다.

▲자율주행차의 시대에도 퀄컴은 원천기술을 통해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

스마트폰을 넘어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퀄컴의 스마트폰 외 시장 매출은 작년 기준 전체 매출의 약 18%인 34억 달러다. 이 시장은 오는 2022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에, 자연스레 퀄컴의 수익도 지금보다 더 커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퀄컴은 기술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로열티를 거두고 있으며, 또 이를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계속해서 개척해 나가고 있다. 스마트 시장의 성장과 궤를 같이 그리는 퀄컴을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플레이어는 앞으로도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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