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보다 더하다? 숙박앱 갑질 논란

조회수 2020. 5. 27.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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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숙박앱 수수료 논란

보다 편리한 생활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춰 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각종 서비스들은 분명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와 함께 압도적인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지만, 동시에 시장 질서를 해친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배달의민족’은 앱 화면 내 노출을 무기로 수수료 부과 방식을 바꾸려고 시도했다가 소상공인 및 이용자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배달의민족’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사이 또 다른 중개 플랫폼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번엔 숙박앱이다. 최근 다수의 숙박 업주들이 숙박앱을 두고서 “배민 정도의 수수료면 감사한 편”이라고 입을 모으며 부당함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는데,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최근 불거진 숙박앱 갑질 논란, 어떻게 된 일일까?

숙박업소 중개 플랫폼, ‘배민’보다 심하다고?

▲숙박앱은 배달의민족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사진: MBC 뉴스)

국내 숙박앱 랭킹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결제 금액의 10~15%가량을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 배달의민족(6.8%)과 비교해보았을 때 최대 2배 이상 차이 나는 수치다. 수수료도 만만치 않지만, 광고비로는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현재 모 숙박앱은 최소 20만 원가량의 상품부터 최대 500만 원의 광고 상품을 업주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장에서 이용하고 있는 광고 상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평균적으로 매출의 30%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숙박앱에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건물세와 인건비, 관리비 및 운용비 등을 제하고 나면 매출액의 20% 정도만을 순익으로 가져갈 수 있으며, 매출이 적은 영세한 업장의 경우 심심치 않게 적자를 보기도 한다.

▲높은 가격의 광고비를 지불하지 않으면 앱 내 노출순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 (사진: MBC 뉴스)

숙박앱이 독점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업주들의 부담감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비를 지불하더라도 근처에 위치한 모든 업장 역시 동일한 숙박앱의 광고 상품을 이용하고 있어 경쟁 업장보다 더 비싼 상품을 이용하지 않으면 광고비를 지불한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사실상 광고비를 얼마나 지불하느냐가 매출을 결정짓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숙박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다수의 업주들은 업장의 시설과 서비스 개선을 위해 투자해야 할 돈을 전부 수수료와 광고비로 지불하고 있어 점점 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악순환이 답답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본사 프랜차이즈 호텔에 '특혜' 의혹도 쏟아져

▲지역에 따라 해당앱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가장 상단에 뜨는 곳도 있었으나, 그렇지 않은 곳도 존재했다

현재 국내 숙박앱의 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일찌감치 프랜차이즈 호텔 사업을 시작했다. 두 업체 모두 직가맹점에 체계적인 운영 및 마케팅 노하우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반 숙박업소 업주들은 숙박앱에서 자체적으로 자사 프랜차이즈 가맹점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앱을 켠 후 이용자의 위치를 설정하거나, 목적지를 검색하면 자동으로 숙박앱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목록의 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높은 가격의 광고 상품을 이용해도 프랜차이즈 호텔보다 상단에 노출되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주들의 설명이다. 직접 앱에 접속해 위치를 설정해본 결과, 업주들의 말대로 해당 숙박앱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가장 상단에 뜨는 경우도 있었으나, 지역에 따라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야놀자, 프랜차이즈 호텔 브랜드 ‘호텔야자’
▲여기어때, 중소형 호텔 브랜드 ‘호텔 여기어때’

광고는 그저 선택사항일 뿐?

▲숙박앱 측에서는 광고는 단지 선택사항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TJB 뉴스)

숙박앱의 이른바 ‘갑질’ 논란은 사실 최근에서야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이미 지난 2018년에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숙박앱의 갑질에 경종을 울려 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등장한 바 있으며, 2019년에도 역시 관련 쟁점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숙박앱 측에서도 이러한 논란을 모르지는 않을 터. 최근 한 보도국을 통해 관련 질문을 받은 야놀자 측 관계자는 “광고는 개인의 선택 영역이다”라고 전했으며, 여기어때 측 관계자 역시 “광고 상품은 업주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가맹점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가맹점에 별도의 특혜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해당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가 광고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야놀자와 여기어때 측이 동일한 입장을 보였다.

▲숙박업소 업주들은 광고를 '개인의 선택 영역'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사진: TJB 뉴스)

그러나 이와 같은 숙박앱 관계자의 설명에 숙박업소 업주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정보를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 가맹점에 특혜를 주지 않는다는 이들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설명이다. 또한 높은 수수료와 광고비에 얽힌 쟁점 역시 업주들의 생계가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해당 서비스를 단지 ‘개인의 선택 영역’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허울 좋은 변명이자 기업에서 소상공인에게 행하는 기만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몸집 불려나가는 숙박앱, 규제 없어도 괜찮을까?

▲국내 숙박앱은 계속해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숙박앱 점유율 1위에 빛나는 야놀자는 누적 예약 및 다운로드 2천만 건 이상을 기록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에 달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 역시 지난 4년간 7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8년과 2019년을 비교해 보아도 70% 이상의 매출 증대를 기록하며 지속적인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계속된 상승세에 힘입어 야놀자는 숙박 중개업뿐만 아니라 호텔 프랜차이즈 사업, 숙박시설 비품 유통업, 리모델링을 비롯한 실내 인테리어 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며 기업의 몸집을 계속해서 불리고 있다.

▲숙박앱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굿즈

그러나 이 역시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단순 숙박 중개업을 넘어 숙박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로 숙박앱의 입지가 넓어져 가는 만큼 숙박앱이 숙박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해질 전망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 숙박앱에서 시작한 인테리어 사업이 이미 숙박업을 업주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모 숙박앱의 인테리어 사업이 업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사진: imbc 온라인 뉴스)

'악역' 된 숙박앱, 정당한 비판 맞을까?

▲숙박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역시 자유경제시장 내의 활동일 뿐이라는 의견도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분쟁 자체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쪽도 존재한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를 비롯한 숙박앱이 자유경제시장 내에서 이윤을 취하기에 유리한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은 기업의 제1목적인 이윤의 극대화에 해당할 뿐이며, 이들이 제공하는 플랫폼 역시 투자와 개발을 통해 등장한 것이지 어딘가에서 자동으로 생겨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논점이다. 또한 이들을 따라잡으려는 새로운 후발주자가 등장한다면 과도하다고 여겨지는 수수료 및 광고비는 시장 내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적정 수준을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숙박업은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은 일명 포화상태에 달해있기 때문에 숙박앱이 끼어들지 않았더라도 업장 간의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 역시 숙박앱에 쏟아지고 있는 차가운 시선과 함께 양립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숙박앱의 등장으로 인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숙박이 가능해졌다

숙박앱을 자주 이용하는 이용자들 역시 숙박앱의 편을 들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 가능한 수단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 이용자는 앱을 통해 가격을 확인하고 업장에 방문했음에도 앱에 표기된 가격보다 더 비싼 요금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된 앱을 이용하면 일명 '눈탱이' 맞을 일이 적어 선호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또한 숙박앱이 등장하기 전에는 이용 가격이 지나치게 높았는데, 숙박앱 때문에 가격 경쟁이 활성화돼 최근에는 굉장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허울 좋은 이름 '상생' 숙박앱과 업주 간의 갈등, 해결 가능할까?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숙박앱 '갑질 논란', 해결 가능할까?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숙박업계 역시 큰 타격을 맞았다. 이에 숙박앱 측에서는 수수료 및 광고비를 50% 이상 인하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발표하였으나 업주들은 실효성 없는 명목상의 인하일 뿐이라고 입을 모으며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생을 강조해왔던 숙박앱이 업주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것이다. 현재 평균적인 숙박업의 매출액은 80% 이상이 앱을 경유하여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업주들은 숙박앱을 상대로 쉽사리 보이콧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 지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왔던 이들의 이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커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숙박앱이 정말로 상생이라는 이름 아래서 소상공인들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정위를 비롯한 규제당국에서도 계속해서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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