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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RPG 속 PVP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PVP콘텐츠에 대해 파헤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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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한국 플레이어에 대한 인식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역시 ‘전투민족’. 수많은 PVP(Player vs Player)게임 E-Sport대회에서 날고 기는 한국 플레이어들은 두말할 것 없이 날 선 파이터의 면모를 보여준다. 한국 플레이어와 PVP는 아주 질기고 긴 역사와 인연을 가지고 있다. 한국 게임 시장을 부흥시킨 1등 공신, PC방의 전국적 확산과 함께 게임을 인기 콘텐츠로 끌어올린 대표 타이틀이 바로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였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전략 시뮬레이션이란 장르로 다른 유저들과 PVP를 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리니지’는 일반적인 MMORPG였다. 하지만 리니지 역시 전투민족을 키우는 토양으로서 충분했는데, 리니지에는 ‘PK’란 개념이 있었기 때문. 이렇게 오랫동안 한국 게임에서 PVP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핵심 콘텐츠로서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동시에 이 PVP에 너무 강하게 의존한 나머지 파멸의 길로 걸어 들어간 게임도 있다. 과연 온라인 게임과 PVP는 어떤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 걸까? MMORPG와 MORPG에서 서비스되었던 PVP콘텐츠에 대해 파헤쳐 보자.


무자비한 무법지대 ‘PK’

▲무제한 PK를 지원했던 최초의 온라인 게임 ‘울티마 온라인’

온라인 게임의 초기 시절, 울티마 온라인과 리지니 두 개의 게임은 PK(Player Kill)가 자유롭게 허용되는 게임이었다. 여기서 PK란 다른 플레이어 역시 공격대상으로 타겟팅이 가능하며, 플레이어를 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초기 MMORPG는 죽음의 대가가 무거웠다. 플레이어가 사망하면 자동으로 플레이어가 소유하고 있던 아이템과 장비를 바닥에 떨어트리게 된다. 이를 이용해 수많은 유저들이 다른 플레이어들을 괴롭히는 짓을 일삼았다. 하지만 이 PK는 이 게임들의 강한 아이덴티티가 되어 주기도 했는데, 이러한 무법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을 견제하기 위해 게임 내에서 공동체가 만들어졌으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이는 게임 내 정착을 방해하는 허들이 되었다.


PK존의 탄생

▲최근 모바일 게임들의 PK 자유모드는 1세대 MMORPG가 지원하던 프리 PK로의 회귀를 이야기한다

무분별한 PK가 신규 유저들을 정착시키기 어렵게 한다는 분석에 따라 동세대에 만들어진 게임 ‘바람의 나라’와 이후 만들어진 넥슨 클래식 RPG에 해당하는 게임들은 PK를 제한했다. 일반적인 필드에선 PK가 불가능하도록 막으며 일부 조건 및 상황, 장소에서만 PK가 가능하도록 설정한 것. 대표적으로 바람의 나라는 특정 서버에서만 PK가 가능하도록 하였고, 테일즈 위버는 PK가 가능한 지역을 따로 만들어 지정된 곳에서만 PK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제한된 무법지대의 제작은 꽤 효과적이었는지 이후 개발된 블레이드 앤 소울(2013)과 메이플 스토리2(2016)에서도 PK전용구역이 제작되었다.


미니 게임 PVP

▲메이플스토리에서 서비스되었던 미니게임

그리고 2003년 출시되어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 ‘메이플 스토리’에서는 아예 극도로 제한된 PVP 정책을 밀고 나간다. 그것은 바로 ‘미니게임’. 대방과 게임의 승패를 겨루거나 어느 팀이 먼저 몬스터를 전부 잡는지 겨루는 등 플레이어끼리 서로를 공격하는 PVP를 제한하고 게임 내에서 다양한 미니게임을 즐기는 PVP를 제안했다. 이는 한때 일랜시아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던 ‘가위바위보’까지 이어지는 등 한 게임의 인기를 견인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일부 게임에서 시도되는 것으로 그쳤다.


결투장과 개인 PVP

▲여전히 지속적인 결투장 패치를 진행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

2000년대 중 후반, 온라인게임의 트렌드가 MMORPG에서 MORPG로 넘어오는 시점에 흥행했던 PVP요소가 바로 ‘대전’과 ‘결투장’이다. 퀘스트 모드 등장 전까지 대부분의 게임 모드가 PVP 성격을 가졌던 ‘그랜드 체이스’는 순수하게 결투만을 목적으로 한 ‘대전’모드도 운영하고 있었지만, 각 팀별로 먼저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거나, 상대보다 더 많은 점수를 내면 승리하는 조건형 PVP 모드도 서비스했다. 또한 국산 MORPG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초기 ‘결투장’을 크게 어필했는데, 게임 명인 던전앤파이터의 ‘파이터’는 결투장의 PVP모드를 상징한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또한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결투장 외에도 마을에서 다른 플레이어에게 싸움을 걸어 1:1 전투를 진행하는 제한적 PK콘텐츠, ‘싸우자’모드를 서비스하고, 캐릭터를 다음 스텝으로 성장시키는 ‘각성’ 콘텐츠를 위해 결투장에서 얻을 수 있는 승점을 필요로 하는 등 PVP를 장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PVP의 한계와 제한적 PK존의 부활

하지만 이런 ‘결투장’과 ‘미니게임’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할 사람만 한다는 것’. 콘텐츠는 꾸준히 즐기는 유저층이 있어야만 유지된다. PVP는 결과적으로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꾸준히 쉬지 않고 부지런히 다음 업데이트를 진행해야만 하는 던전, 신규 지역, 레이드와 같은 PVE(Player Vs Environment)와 달리 어느 정도 반영구적이다. 하지만 이런 PVP의 성격과 달리 PVP는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시스템이다. 다른 플레이어보다 강해져 누군가를 누르는 즐거움을 즐기는 유저의 수만큼 다른 유저와의 전투를 싫어하는 평화주의자들 또한 많기 때문이다. 결국 완전히 MMORPG 또는 MORPG에서 PVP시스템은 ‘할 사람만 하는’ 콘텐츠가 된다. 신규 유저가 들어오지 않는 물은 소위 말하는 ‘고인물’이 되어버리고 떠나는 사람만 남게 된다. 너도 나도 누구나 늑대, 그중에서도 늑대 무리의 왕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생태계에서는 풀을 뜯어 먹고 늑대에게서 있는 힘껏 도망치며 먹이가 되어 줄 양도 필요하다.

▲재화수급을 위해 전쟁터로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이는 PK존 ‘부유도’

그래서 게임사들이 선택한 것은 ‘제한적인 PK존’을 부활시키는 대신 ‘진영 플레이’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MMORPG의 커다란 스토리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메인 스토리에서 PK존을 마주치게끔 설계한다. 완전한 무법지대인 PK존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메이플스토리2의 쉐도우 월드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서로 다른 진영. 즉 ‘적’에 해당하는 진영의 플레이어를 PK할 수 있도록 설정하여 같은 진영의 플레이어란 이름으로 하나의 보호막을 만든다. 한국 게임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예시는 바로 ‘블레이드 앤 소울’과 ‘아키에이지’일 것이다. 블레이드 앤 소울 초창기 악명이 자자했던 ‘부유도’가 바로 다른 진영의 플레이어를 PK할 수 있는 존이었다. 아키에이지의 경우 평균 레벨 27부터 만나는 ‘십자별 평원’부터 이후 모든 맵에서 다른 진영 캐릭터를 공격할 수 있다.


RPG에서 PVP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콘텐츠?

하지만 이런 노력과는 달리 MMORPG의 PVP는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는 추세이다. 물론 RPG가 이전처럼 시장의 대세를 이끌어 갈 만큼 강한 힘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2010년대의 게임시장을 완전히 장악해버렸던 ‘LOL’과 온라인 게임 역사상 최초로 GOTY를 받을 뻔했던 ‘오버워치’ 그리고 한국 게임 시장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준 ‘배틀 그라운드’처럼 시장 자체의 흐름이 PVE에서 PVP로 넘어가버린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지금 국내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RPG는 아예 PVP플레이가 배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메이플 스토리’, 그리고 사실상 거의 PVP가 죽어버린 ‘던전앤파이터’, 그리고 흐름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버린 ‘리니지’와 그 뒤를 따르는 다수의 모바일게임 정도뿐이다.

▲대부분의 상위 콘텐츠가 PVP 또는 진영별 PK로 이루어져 있는 아키에이지

물론 아키에이지처럼 대규모 PVP를 장려하는 게임의 경우, PVP 콘텐츠로 맥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도 무분별한 플레이어 사냥에 지친 얼마 안 되는 신규유저와 평화주의 유저들이 게임에서 마우스를 떼고 있다. 게임의 역사는 언제나 ‘답을 찾으며’ 발전해 왔다. 끊임없이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예상치 못한 콘텐츠를 만들거나 다음 단계로 나아갈 길을 만들어주곤 했다. 과연 다음 시대의 PVP는 어떤 모습일까? 아주 작은 기대를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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