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에 휘청거리는 P2P 대출

조회수 2020. 4. 2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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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대출, 이대로 괜찮은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이 불거지면서 저축은행 연쇄 부실 사태가 발생했다. 2011년 2월 17일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이 부산저축은행 등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서 연쇄적으로 벌어진 사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저축은행의 주요 수익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었는데, 관련 여신이 2008년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부실해지게 된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가운데 부실우려 대출 비중은 2008년 6월이 12.4%였는데, 불과 3년도 되지 않은 2011년 3월의 시점에는 47.8%로 네 배 가까이 늘어났다. PF 여신 연체율도 10%대를 유지하던 것이 2010년 12월에는 25%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연체율 급증에 휘청거리는 P2P 대출 스타트업

서민들을 울렸던 저축은행 사태

위기를 방관할 수 없었던 금융위는 2011년 상반기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해 8개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취했다. 이후 대대적인 금융당국의 조사가 시작됐고, 잇따라 부실대출의 실태가 밝혀졌다. 이로 인해 서민들의 금융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던 저축은행이 부실운영과 불법행위로 오히려 서민금융에 큰 타격을 가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를 지금 우리는 ‘저축은행 사태’라고 일컫는다.

▲연쇄적인 부실과 부패가 불거지면서, 저축은행 사태가 일어났다

최근 들어서 매체에서 한참이 지난 저축은행 사태가 다시금 회자하는 일이 많아졌다. 저축은행 사태와 유사한 형태로 P2P 금융 분야가 일그러지고 있는 정황이 곳곳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개인 부동산 담보 P2P 대출액은 1조 원에 육박하는 9,6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협회가 개인 부동산 담보 P2P 대출액을 처음 공시한 2017년 3월에 비하자면 3년 만에 14.6배가 증가한 수준이다.

▲서민들의 금융시장으로의 문턱을 낮춘다는 순기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P2P 대출

2017년 12월에는 1,803억 원, 1년 뒤인 2018년 12월에는 3,848억 원이 기록됐으니 증가세도 가파른 편이다. 처음으로 누적 9천억 원을 돌파한 것이 지난 1월이었으니, 두 달 만에 1,000억 원가량의 P2P 대출이 증가했다. 법인이 P2P 업체를 통해 받은 부동산 대출까지 합하면, 부동산 담보 P2P 대출액은 1조 6,069억 원에 달한다. P2P 금융 규모 전체를 나타내는 P2P 대출 잔액으로 살펴보자면, 지난 2017년 말 7,532억 원에서 지난달 기준으로 2조 3,362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소비자경보가 발령된 P2P 대출

많은 돈이 P2P 대출로 시장에 풀려있는데, 최근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돌고 있다. P2P 대출의 연체비율 증가폭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18일 P2P 대출의 연체율이 15.8%로 집계되었다는 점을 밝혔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들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자경보(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소비자경보는 주의, 경고, 위험의 총 세 단계로 이뤄지며, P2P 대출에 대해 내려진 경보는 여기에서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인해 P2P 연체율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은 전체 P2P 대출 중에서도 부동산 대출상품 취급 비율이 높은 업체의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함께 전했다. 한국P2P금융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대출상품만 취급하는 16개사의 평균 연체율은 20.9%로, 이 회사들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의 평균 연체율인 7.3%에 비해 2.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대출상품 중에서도 부동산에 관련된 상품군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보자면, 지난 저축은행 사태 당시가 기시감이 들 수밖에 없다. 부동산 건설 경기 업황이 좋지 않아, 연체율이 급격한 증가세를 띠고 있다는 점도 지난 저축은행 사태 때와 동일하다.

▲금융감독원은 P2P 대출에 대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기존의 금융권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고위험군의 투자로 인해, 투자금 전액의 원금 손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점이다. 국내 P2P 금융 업계 1위인 테라펀딩에서는 지난 3월 원금 전액이 손실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인근 근린생활시설 신축사업에 투자하는 건축자금 대출상품이 문제였는데, 이 사업은 3차에 걸친 공매가 모두 유찰되면서 30억 원 규모의 원금손실로 이어졌다.


잦은 원금 손실, 위험하고 안전망도 없다

테라펀딩에서 대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 충청남도 태안 버스터미널 인근 다세대 신축 리파이낸싱 상품, 경기도 파주시 내 연립주택 신축 부동산 PF 대출상품에서도 각각 모집금액 5억 5천만 원과 3억 5천만 원 전액의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테라펀딩은 손실분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자들에게 ‘특별 리워드’란 명목으로 지급하면서, 원금 전액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테라펀딩은 금번 손실건에 대해서는 코로나19와 부동산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원금 손실이 난 것이지 사업지에 하자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투자자 손실분을 회사가 보전하는 행위가 금지된 관련 법령에 의거해 원금손실 보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테라펀딩의 입장 표명에 대해 투자자들은 금감원에 분쟁조정 집단 민원을 접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1위인 테라펀딩에서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

P2P 금융 2위 업체인 어니스트펀드도 유사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어니스트펀드는 중소기업 매출채권 상품 투자금을 모집한 지 3개월 만에 차주가 폐업을 신청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차주는 투자금 상환 시나리오로 제안된 재고자산 확보 및 처분에 실패하면서, 15억 원의 투자금 중 절반 가까이를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니스트펀드는 작년에 판매한 ‘김홍도 얼라이브 미디어아트 전시채권’의 원금 손실률을 90% 가까이 기록하기도 했다. 개인 P2P 대출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는 8퍼센트는 올해 초 뮤지컬 제작 크라우드 펀딩 상품인 ‘더 뮤지컬’ 상품에서 28%의 손실을 냈다. 금융위원회에서 동산담보의 혁신 사례로 꼽았던 팝펀딩도 연체율이 90%까지 급등하며 위기를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P2P 금융 업체들의 부실한 관리, 감독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이러한 실수가 빚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단기간 내에 상황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분야에서의 원금 손실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P2P 금융은 오는 8월 27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법)’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온투법은 2002년 대부업법 이후 17년 만에 탄생한 금융산업법이며, 세계에서 최초로 제정된 P2P 금융법이다. 이 법은 급성장하는 P2P 금융과 관련해 업체들이 지켜야 할 사항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P2P 금융을 하고자 하는 이는 규정안 제4조 및 제5조에 의거해 기존 금융업 수준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갖춘 경우에만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며, 고위험 상품의 유형을 규정해 이를 플랫폼에서 취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투자자의 경우에는 보다 안전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투자한도를 규정하는 등의 제약이 가해진다.


지금의 P2P 금융을 어떻게 볼 것인가

온투법 시행을 통해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될 P2P 금융이다. 이를 앞두고 관련 기업들은 움츠러든 P2P 금융이 본격적으로 날개를 달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추가적인 규제가 가해지는 것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인해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질 것이 우려될 뿐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기존의 P2P 대출 업체들의 부적절한 행위들마저 발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를 통과해 오는 8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온투법, 제도권에 P2P 금융이 들어오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30일, P2P 금융회사 다수가 법정 최고금리(연 24%)를 초과한 이자를 받은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P2P 업체 5곳 이상의 대부업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는데, 이는 P2P 업체의 플랫폼 수수료와 산하 대부업체를 통해 차주에게 받은 이자를 합칠 경우 법정 최고 이자율을 넘기게 되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P2P 업체의 플랫폼 수수료를 중개수수료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이자’로 볼 것인지는 이전부터 논란이 되었는데, 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 P2P 업체와 건축주의 소송에서 “대부업법 시행령에서 정한 연 24%를 초과한 수수료는 명칭이 무엇이든 모두 이자로 봐야 한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일반인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지만, 너무나도 높은 리스크가 문제

P2P 금융의 제도권 유입을 정치권이 꾀하는 것은 이런 형태의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 때문일 것이다. 금융시장으로의 진입이 힘든 저신용자들, 그리고 부동산이 아닌 금융시장으로의 투자가 비교적 약한 우리나라 투자 시장의 활성화와 같은 기능들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P2P 금융은 온투법 시행 전에 불거지는 문제들만 보더라도, 과연 제도권에 들이는 것이 맞을지 의심이 들 정도다. 법정 최고금리 이상의 대출건을 판매하고, 기존의 금융권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부동산 상품 중심의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채우고 있다. 심지어 투자에 대한 리스크는 기존 금융권의 상품들보다도 훨씬 높다. 4차 산업혁명, 규제 철폐를 부르짖으며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온투법이지만, 지금에서야말로 우리나라의 P2P 금융이 과연 바람직하며 장려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는 모습을 띠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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