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상으로 비롯된 공공 배달앱 출시, 어떻게 봐야 하나

조회수 2020. 4. 1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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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배달 앱, 이대로 괜찮을까?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은 두 업체가 양분하고 있었다.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의 두 업체였다. 경쟁적으로 마케팅을 집행하면서, 또 이용자 대상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세를 넓혀 온 두 업체는 지금 하나의 회사가 되어있는 상태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국내 배달앱 시장의 98.7%를 점유하게 된 독점적 기업의 등장으로 인해, 시장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던 것은 배달 수수료의 인상이었다. 출혈을 감수하고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에 다다랐기 때문에, 독점기업이 곧 수익화를 위해 배달 수수료를 인상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이야기였다.   

▲기업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치가 직접 개입하는 것이 맞는 방향일까

문제가 된 배달의민족의 오픈 서비스

실제로 시장에서 우려하던 시기는 예상보다도 빠르게 찾아왔다. 지난 4월 1일, 우아한형제들은 수수료 중심의 요금 체계인 ‘오픈 서비스’를 도입했다. 오픈 서비스는 배달의민족에서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만 5.8%의 수수료를 받는 요금 체계다. 우아한형제들은 기존 서비스 이용 시에 적용된 수수료에서 1%p가 낮아졌기에, 사실상 수수료를 인하한 정책이라고 오픈 서비스를 설명했다. 기존의 배달의민족 요금 체계는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매월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는 정액제였다.

▲주문 성사 건마다 5.8%의 수수료를 받는 요금체계를 우아한형제들이 선보였다

하지만 배달의민족 앱을 이용하는 가맹점들은 즉시 반발에 나섰다. 우아한형제들의 설명과는 달리 오픈 서비스가 실제로는 가맹점이 내야 하는 수수료가 늘어나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정액제로 운영되던 기존 서비스와는 달리, 매출이 많은 음식점일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전국 700만 명의 소상공인을 회원으로 둔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배달 비중이 높은 월평균 매출 약 3천만 원의 치킨집의 경우에는 기존의 35만 원 이하의 월 정액 서비스 요금이 최대 174만 원까지 증가하는 효과를 띄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우아한형제들의 요금 체계 개편을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진 기습적 비용 인상”으로 설명했다.

▲여당은 우아한형제들의 정책에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즉시 반발했다. 지난 4월 5일 더불어민주당은 우아한형제들의 요금 체계 개편을 “독과점 배달 앱의 횡포”로 규정하고 “합리적 경쟁 체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지자체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힘 좀 가졌다고 힘없는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며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 되겠냐”라며 적극적으로 대처에 나섰다.


정치권에서 시작된 움직임

상정하던 것보다도 거센 반발에 곧 우아한형제들은 움직임을 보였다. 요금 체계 개편안에 대해 사과하고 개선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 4월 6일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준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오픈 서비스 도입이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 체계를 도입했다”며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일수록 주문이 늘고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개편 효과에만 주목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분들의 입장을 세심히 배려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발 빠르게 사과문을 발표하며 대응한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왼쪽)

우아한형제들이 이토록 빠르게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에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작년 12월 13일이었다. 두 회사의 합병 발표와 함께 시장에서는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에 국내 배달앱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함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에, 우아한형제들이 독과점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빠르게 조치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우아한형제들의 대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우아한형제들은 김범준 대표의 발표를 통해,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 대상 지원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월 최대 15만 원 한도 내에서 3, 4월 수수료의 절반을 돌려주는 정책을 이미 발표해 시행하고 있으며, 사태의 조기진화를 위해 추가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정치권은 멈추지 않고 있다. 독과점이 우려되는 대형 배달앱 회사에 대응하기 위해, 앞서 이야기한 대로 지자체를 중심으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의 대안을 속속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주된 이슈로 공공 배달앱 부각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경기도는 이재명 지사가 전면에 나서서 진형을 지휘하고 있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사과하고 서비스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알려져 있는 것처럼 기존의 입장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 오픈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입점 업소 14만 곳 중에서 이미 10만 곳 이상이 오픈 서비스를 신청해 주문이 진행되고 있기에, 서비스 계획 발표 전의 상황으로 원상복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인 SNS 채널을 통해 우아한형제들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

이재명 지사는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비판하면서 도민이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하기를 독려함과 함께, 경기도에서 준비하고 있는 ‘공공앱’의 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는 경기도주식회사를 중심으로 민관 합동 전담팀을 구성해, 이달 중 공공 배달앱 개발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벤치마킹 모델은 전라북도 군산시가 선보인 ‘배달의명수’다. 2019년 7월 군산시가 개발, 구축해 만들고, 지난 3월 13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간 배달의명수는 전국 지자체 최초의 공공 배달앱이다. 군산시는 지역 상품권인 군산사랑상품권을 결제 수단 중 하나로 채택하면서, 사기업 운영 배달앱과 큰 기능 차이가 없는 앱으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재명 지사는 현재 배달의명수 상표 공동 사용에 대해 강임준 군산시장으로 동의를 받았음을 밝힌 바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원상복구는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총선 국면인 4월 초의 시점에서 서울시 광진구, 경기도 안양시, 충북 청주시, 세종시, 울산시 등지의 선거 출마 후보들도 공공 배달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우아한형제들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커져서, 이제 정치권의 주된 화두로 공공 배달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주로 보인다.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 수수료 횡포가 시작되기 전에, 공공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는 점에 환영의 의사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반대 의견도 많다. 공공 배달앱 반대의 주된 이유로는 주로 ‘세금 낭비’가 거론된다.


매번 ‘사이다’를 기대할 순 없어

▲공공 배달앱 벤치마킹의 사례가 되고 있는 군산시의 ‘배달의명수’

배달의명수는 딜리버리히어로, 우아한형제들의 앱과는 달리 앱 이용 수수료가 무료다. 그리고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앱 서비스의 모자란 영역을 채우는 것은 당연히 세금이 된다. 군산시는 작년 공공 배달앱 사업을 시작하며 예산으로 제작, 홍보, 운영에 총 3억 7,054만 원을 책정했다. 서비스를 론칭한 올해 기준으로는 매년 운영 및 홍보비로 2억 2천만 원을 책정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도 자체 배달앱 ‘광진나루미’를 위해 5억 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 즉, 공공 배달앱은 무시할 수 없을 금액이 제작에 소요되고 또 운영을 위해 매년 개발비만큼의 비용이 투여되어야 하는 사업인 것이다.


사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공공이, 지자체가 나서서 서비스를 개시한 사업은 이번 공공 배달앱 이전에도 많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이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간편결제 앱 서비스 ‘제로페이’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완화하면서 난립하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표준을 제시하기 위해 추진된 제로페이 사업은 현재 난항을 겪고 있다. 서비스 1년을 맞은 작년 10월에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총 결제금액은 당초 목표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의 외면을 받은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로페이를 위해 소요되는 금액은 많다. 광고는 물론이고 인프라 구축 및 유지, 그리고 이용자들에게 환급되는 금액까지 매년 많은 금액이 소요되고 있다. 작년 제로페이를 위해 편성된 예산은 총 38억 원이었다. 지금 논란이 되는 공공 배달앱 또한 이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 벌써부터 우려를 사고 있다.

▲매년 큰 비용이 소요되는 사업으로 인해 세금이 낭비될 것이 우려를 사고 있다

수수료 인상이라는 자극적인 키워드를 통해 국민들의 배달앱에 대한 분노는 커진 상황이다. 이를 달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 공공이 나서서 서비스를 론칭하는 것이 과연 맞는 방향일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별명은 ‘사이다’다. 이는 국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대책을, 어떻게 보면 포퓰리즘에 가까운 정책 결정을 통해 얻어진 별명이다. 공공 배달앱은 듣기에는 통쾌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의미한 세금이 지출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공공이 나서서 직접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보다 이성적인 조율과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치권이 합의하고 기업을 규제하며 또 설득하는 것이 더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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