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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변수의 매력, 중독성 높은 로그라이크 게임

로그라이크 게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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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도 유튜버들의 단골 콘텐츠였던 게임이 있다. 바로 ‘아이작의 번제’. 짜리몽땅하고 단순한 그림과 상반되는 잔인하고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콘셉트와 함께 이 게임의 오랜 흥행을 만들었던 요소는 바로 ‘랜덤’과 ‘일회성’이다.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은 모두 랜덤. 여러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이브포인트 하나 없이, 한 번 한 실수와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일회성. 이 얼핏 보면 불합리한 요소들은 아무리 길어도 1~2시간이면 1회 플레이가 끝나는 가벼운 게임성과 어우러져 게이머들이 끊임없이 아이작의 번제를 플레이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요소들은 사실 아주 오래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시스템이다. 1회성과 랜덤으로 선택 하나에 스릴을 주는 게임성, ‘로그라이크’에 대해 알아보자.


로그(Rogue) 같은(Like)

로그라이크는 ‘Roguelike’라고 쓴다. 직역하자면 ‘로그 같다’. 로그라이크의 기원이 되는 게임 ‘로그’는 비디오게임 역사상 최초의 그래픽 롤플레잉 게임이다. 로그는 대표적 특징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게임 도중 저장과 불러오기를 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게임을 종료하면서 게임을 저장하고, 다시 키면서 이전에 저장한 파일을 삭제하는 시스템이었다. 덕분에 로그에서는 분기 전 세이브를 하고, 진행한 후 결과가 맘에 들지 않을 때 세이브파일을 로드하여 다시 재도전하는 ‘세이브 앤 로드’가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생긴 개념이 바로 ‘영구적 죽음(Permanent Death)’이다. 한 번 선택한 것은 돌이킬 수 없기에 플레이어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전설의 시작, 게임 로그(Rogue)

두 번째. 게임의 온갖 요소들이 랜덤으로 결정된다. 로그는 ‘아스키코드’라는 글자 부호로 이루어진 게임이다. 당시의 컴퓨터는 지금 우리에겐 흔하고 쉬운 ‘이미지’ 하나를 제대로 띄우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로그의 그래픽은 여러 가지의 문자의 배치를 통해 이미지를 만드는 형태를 사용했다. 몇몇 SNS와 이모티콘 기능이 없는 웹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텍스트아트를 생각하면 쉽다. 플레이어는 로그를 켤 때마다 컴퓨터가 랜덤으로 만들어주는 새로운 맵과 마주해야 한다. 맵만 랜덤일까, 아이템의 성능 또한 랜덤으로 결정된다. 소모성 아이템의 이름이 판마다 무작위로 변경되는데, 저번 판에선 플레이어를 죽음의 골짜기에서 회복해 주던 물약이 다음 판에선 플레이어도 모르는 사이에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의 큰 성격은 플레이어들에게 한 판 한 판 새로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험과 끊임없이 클리어를 도전하게 만드는 승부욕을 선사해 주었다. 그리고 수많은 개발자들이 이런 로그의 성격에 영향을 받으며 로그 같은 게임. 일명 ‘로그라이크’라는 이름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한다

▲로그라이크의 대표주자, ‘넷핵’


로그라이크가 미친 영향

위의 굵직하지만 확실한 성격을 가진 특징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질릴 줄 모르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고, 로그는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끊임없는 영향을 주고 있다. 로그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시스템들은 이젠 너무 보편적인 개념이 되어 게임의 역사에 깊게 녹아들어 있다.


첫 번째. 하드코어모드. 난이도 제한이 있는 패키지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최고 난이도보다도 더 상위 난이도의 모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조건을 통해 개방되는 일명 ‘하드코어 모드’의 특징은 ‘죽음이 영구적’이라는 것. 플레이어는 게임을 클리어할 때까지 단 한 번의 죽음도 겪어선 안된다. 캐릭터가 죽는 순간 게임은 종료되고 새로운 게임을 시작해야만 한다.

▲‘영원한 죽음’에서 영감을 받은 디아블로의 하드코어모드

두 번째. 숨겨진 업적 시스템. 총 플레이 타임이 5-6시간을 넘어가지 않는, 길지 않은 게임들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단 한 번의 세이브 없이 게임을 클리어할 경우 업적을 달성한 것으로 처리된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업적 한정 무기를 지급하거나, 히든 엔딩이 해금되기도 한다.


세 번째. 인스턴스 던전. 인스턴스는 지정된 사람들만 들어가도록 서버가 만들어내는 독립적인 스테이지이다. 개념으로서는 디아블로가, 현재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인스턴스 던전’이라는 시스템으로 정립한 것은 에버퀘스트가 최초이다. 하지만 단순히 매번 일부 유저들을 위한 맵을 만들어낸다는 개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인스턴스 던전의 핵심은 ‘던전의 진행도와 상관없이, 클리어해야만 보상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다’는 것과 ‘던전의 구조가 랜덤으로 생성되는 것’. 모든 인스턴스 던전이 이를 따르진 않지만 둘 중 하나를 따르는 경우는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인원수가 정해져 있는 인스턴스 레이드가 전자에 해당하며, 마비노기의 던전시스템이 후자에 해당한다.

▲맵의 구조도 랜덤, 문을 여는 방식도 랜덤하게 정해지는 마비노기의 인스턴스 던전


베를린 해석과 로그라이크의 정신적 계승 ‘로그라이트(Rogue-lite)’

2008년, 베를린에서 로그라이크를 대표하는 개발자들이 모여 하나의 발표를 한다. 이름하여 ‘베를린 해석’. 이 베를린 해석은 ‘로그라이크’라는 장르 게임에 필수적인 요소를 정리한 목록이며, 이 목록의 항목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 게임은 ‘로그라이크’로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로그라이크가 갖는 성격엔 너무나 매력적인 요소들이 넘쳐났기에, 수많은 개발자들이 일부 특징만 차용하여 수많은 장르에 접목시키기 시작한다. 이런 ‘로그라이크의 일부분만을 계승한 게임’ 즉 ‘정신적 계승’을 한 게임들을 ‘로그라이트’ 또는 ‘로그라이크-라이크’라고 부른다.


우리가 매우 잘 아는 ‘아이작의 번제’ 또한 로그라이트에 속한다. 아이작의 번제는 굉장히 ‘로그라이크’에 가까운 게임이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클리어 결과가 쌓여 다음 보스에 도전할 수 있는 일종의 세이브 개념이 존재한다. 뭣보다도 아이작의 번제는 단순하긴 하지만 번듯하게 ‘이미지’로 제작된 게임이다. 베를린 해석의 조건에는 로그처럼 ‘아스키부호’로 제작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

▲로그라이트의 대표주자, 아이작의 번제

절망적이고 기괴한 분위기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기 있는 게임 ‘다키스트 던전’역시 로그라이트에 속한다. 던전의 진행도까지도 실시간으로 세이브 되며 한 번 한 선택을 되돌릴 수 없고, 던전의 구조는 무작위로 결정되며 플레이어의 공격과 회피, 던전에서 얻는 아이템, 등장하는 지물, 일부 지물은 상호작용으로 얻는 효과까지 랜덤이다. 훌륭한 로그라이트 게임인 셈. 다만 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요소가 많아 호불호를 피하긴 어렵다.

▲음산한 분위기와 턴제 전투, 던전탐험의 매력을 잘 살린 로그라이트 게임 다키스트 던전


로그라이크가 여전히 인기 있는 이유

▲현재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국산게임 '스컬' 역시 로그라이크의 요소에서 영감을 받은 게임이다

아이작의 번제가 대히트한 후 로그라이크의 랜덤 요소를 적용한 게임들이 2020년까지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얼리억세스를 시작한 국산게임의 기대작, 스컬 역시 로그라이크의 특징을 차용하고 있다. 과한 랜덤 요소로 인해 운만 믿고 플레이하는 게임이면 플레이어들이 다 좋다고 결제할 줄 아느냐!라며 이런 현상을 싫어하는 유저들도 많이 늘었다. 유독 인디게임에서 로그라이크의 게임성이 계속해서 차용되는 이유는 기원이 되는 ‘로그’란 게임이 상징하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로그는 문자부호로 이루어진 그래픽으로도 게임 역사상에 큰 획을 그었다. 물론 이는 당시 기술의 한계로 인해 생긴 게임성이지만, 의외로 창작에 있어 한계는 더 큰 창의력을 낳기도 한다. 로그가 바로 그 ‘더 큰 창의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이 진한 게임성은 인디 게임에게 수백 명의 개발자들이 만들어내는 AAA게임을 대적할 힘을 주기도 한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로그에서, 로그라이크에게서, 또 다른 로그라이트게임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명확한 미학이 있는 게임은 오랜 세월이 흘러서도 여러 가지 형태로 사랑받는다. 로그는 80년대의 개발자들이 지금의 플레이어들과 개발자들에게 남겨진 유산이다. 2020년의 우리는 다음 세대의 게임에게 무엇을 남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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