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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찾아온 재택근무 실험, 엇갈린 반응들

재택근무 시행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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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물질적인 것을 넘어 정신적인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화두가 된 것이 ‘워라밸’이었다.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을 의미하는 이 신조어는 장시간의 노동, 저조한 생산성, 과도한 업무량에 지친 사람들에게 하나의 기준점을 제시했다. 사람들의 행복도를 증진시키고 생산성을 증가시켜 적절한 워라밸을 찾기 위해 제시되던 다양한 방법 중, 현실적인 방법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던 제도가 바로 ‘재택근무’였다.

▲코로나19로 찾아온 재택근무 실험, 엇갈린 반응들


시기 상조로만 이야기된 ‘꿈의 제도’

재택근무란 말 그대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회사의 업무를 보는 것을 이야기한다. 근로자는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고 집 혹은 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곳에서 업무를 보는 형태로 노동을 제공하고, 회사는 이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한다. 업무의 형태는 프리랜서, 1인 사업자, 가내수공업자와 유사하지만, 일반적으로 재택근무란 기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의 근무형태에 한정해서 주로 이야기한다.

▲워라밸을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논의‘만’ 되던 재택근무 제도

재택근무가 워라밸을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이야기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최근의 일이 아니다. 출퇴근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고, 가족들과 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업무를 보게 된다면 근로자들의 행복도는 필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라 있는 곳에서는 출퇴근에 대한 부담이 없어진다면 거주의 제약도 덜해진다는 장점 또한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보다도 사회 발전에 따른 진통을 더 빨리 겪었던 해외에서는 재택근무에 대한 논의가 더 오랜 기간, 심도 있게 논의된 바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많은 해외의 기업들이 실제로 재택근무 제도를 시행하기도 하면서 실증 사례를 계속 쌓아가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실험의 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다

워라밸이 주된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재택근무를 바라는 목소리들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주로 사업장에 반드시 나와야 할 필요성이 적은 직종이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도입에 대한 요구가 이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나왔던 이야기는 ‘시기 상조’였다.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근로자들이 있으니 그들이 제대로 업무를 보는지 체크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목소리는 높았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던 재택근무 제도가, 올해 들어 많은 곳에서 급속히 빠르게 시행되기 시작했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코로나19로 찾아온 재택근무 실험의 장

강한 전염력을 지닌 코로나19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면서, 사람 간의 ‘접촉’이 주된 이슈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서로 전염병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개인이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특히 도시에서는 사람 간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으며 사회적 거리를 지키는 것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신천지교회 감염자 발생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퍼지는 전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학교는 개학을 미뤘고 어린이집은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기를 권고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일터에서는 ‘재택근무’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한시적으로 재택근무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2월 마지막 주를 기점으로,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결정 소식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재택근무에 따라, 관련된 지표들이 급속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NHN은 자사의 클라우드 협업 플랫폼을 통해 화상회의의 3월 첫 주 접속률이 2월 첫 주 대비 약 25배 증가했음을 밝혔다. 업무 관리 및 협업 서비스의 사용량은 일 평균 30%가 증가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국내만의 현상은 아닌데, 구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 증가로 자사의 업무용 생산성 도구인 G스위트의 글로벌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린 바 있다. G스위트의 월간 사용자는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전 세계 20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택근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업종도 분명 존재한다

실제 비율이 나타난 자료도 있다. 3월 중순이 지나는 현재의 시점에서는 10명의 근로자 중 3명이 실제로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12일 인크루트가 직장인 8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29.8%는 실제로 재택근무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종별로 보자면 교육 분야가 43.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IT, 인터넷 분야 종사자가 39.4%로 뒤를 이었다. 반면 기계, 금속, 조선 등 제조업과 여행, 숙박업의 경우에는 13.3%, 서비스 23.5%, 유통 및 물류업이 27.7%로 이보다는 낮게 조사됐다.


낮은 생산성, 부익부 빈익빈

10명 중 3명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뒤집어서 7명은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종별로 따지자면 재택근무가 전혀 불가능한 업종들이 많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근무지의 제약이 비교적 약한 업종에서도, 회사의 규모에 따라 재택근무 진행 여부는 판이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는 48.7%가 재택근무를 실시한 반면 중견기업은 34.2%, 공공기관 30.4%, 중소기업이 24.3% 수준이었다.

▲재택근무가 근로자들에게도 마냥 생산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제도인 것은 아니다

회사의 규모에 따라서 비율이 판이하게 다른 것은 아직 우리 사회가 재택근무를 위한 인프라가 고르게 배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위해서는 근로자 개개인의 업무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공통의 시스템, 사무실과 같은 수준의 근무환경 조성을 필요로 한다. 인프라의 문제로 인해서 재택근무를 실시할 수 없는 회사는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은 ‘머슴살이를 해도 대감집에서 해라’라는 자조 섞인 한탄까지 하는 실정이다.

▲회의의 부재, 이로 인해 느려지는 의사결정도 재택근무 생산성 저하의 주된 원인

또한 사생활과 업무가 분리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근로자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집에서 민감한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보안이 허술한 인터넷망에 접속해 기기나 개인정보가 해킹당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로 인해 효율성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간당 업무보고를 작성하게 하거나 화상캠을 통해 착석상태를 체크하기도 하며 과도한 업무를 부여해 쉴 틈을 주지 않으려 하기도 한다. 이는 오히려 근로자들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워라밸’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실제로 상기 설문조사 응답자의 14.7%는 ‘재택근무 환경이 구축돼 있지 않다’, 5.5%는 ‘(사업주들이)재택근무는 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험의 데이터를 제대로 모으고 분석해야

취업 포털 사이트인 사람인에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은 재택근무 시 기존 업무량의 67.3%만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나타난다. 코로나19 정국에서 재택근무를 단행한 기업들은 사실상의 업무손실이 있을 것을 감안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은 기업들은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서’(28.7%), ‘재택근무 시스템을 준비할 인력, 예산이 부족해서’(25%),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7.9%)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재택근무 실시를 위해서는 예산과 시간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다.

▲직장 내 집단 감염으로 인해 콜센터들도 재택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선구자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곳이 IBM이다. IBM은 1980년대부터 일부 근로자의 집에 원격 터미널을 설치해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1993년 본격적으로 제도를 도입했다. 2009년 기준으로는 IBM의 글로벌 근로자 38만 6,000명 가운데 40%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2017년, 자사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던 재택근무 제도를 철회했다. 원격근무자들에게 ‘한 달 안에 거주지 지사 사무실로 복귀하거나, 회사를 떠나라’라고 통보한 것이다. 이는 인프라가 갖춰진 경우에도 운영에 따라서는 재택근무의 효율성이 나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고도 읽을 수 있다.

▲IT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재택근무의 본격적 도입이 코로나19 정국 이후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최근 분석기사를 통해 이번 코로나19의 유행이 사상 최대의 ‘재택근무 실험’의 기회가 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절대 이전처럼 재택근무를 막연한 ‘이상적 제도’로만 생각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들이 도입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본 기사는 내다봤다. 워라밸 실현을 위한 하나의 ‘꿈’으로 이야기된 재택근무가, 이제 본격적으로 논의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과연 이 기회를 삼아 재택근무가 제대로 제도화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코로나19 정국, 타발적 재택근무의 장을 그냥 보내지 않고, 기회로 삼고 데이터를 모아 제대로 된 연구결과를 내놓고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택근무가 과연 정말로 워라밸 실현을 위한 제도일지, 근로자에게도 좋기만 한 근무형태일지, 진정 능률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지, 그래서 정말로 앞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해도 괜찮을지 말이다. 재택근무의 실험을 거친 우리의 의식은 결코 예전만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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