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에 떨고 있는 P2P 금융

조회수 2020. 3. 10.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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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금융의 미래는?

기술의 발전은 이제 금융까지 바꿔놓았다. 금융업은 예로부터 새로운 플레이어가 진입하기 어려운 철옹성 같은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기면서 은행업에 오프라인 지점이 필수라는 인식이 바뀌었으며, 이제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마저도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뛰어들 것을 선언하고 있는 형국이다. 은행의 고전적인 업무였던 ‘대출’의 개념도 점차 바뀌고 있다. 은행을 통하지 않고 플랫폼을 통해, 금고가 아니라 개인과 개인 사이를 중개해 대출을 하는 ‘P2P 금융’도 이제는 일반적인 개념이 됐다.

▲연체율에 허덕이는 국내 P2P 금융 시장

은행을 벗어난 대출, P2P 금융

핀테크 혁명을 통해 새로이 생겨난 대표적인 비즈니스가 P2P 금융이다. 여기서 P2P란 개인 대 개인(Pear to Pear)을 뜻하며, P2P 금융이란 개인 간의 거래를 중개해 주는 금융 서비스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금융 서비스를 원하는 개인, 그리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개인을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를 우리는 P2P 금융이라고 부른다.

▲저신용자를 위한 사회 공익적 효용성을 주로 내세운 P2P 금융

P2P 금융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증권형으로, 회사의 가치 중 일부를 채권 형태로 발행해 다수의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는 형식이다. 이는 기업공개와도 비슷한 방식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이와 같은 형태의 투자를 받고 있다. 두 번째는 리워드형으로 대출자의 우수한 상품을 다수의 투자자가 평가해 구매하거나 투자하고, 여기에서 발생되는 수익을 나눠서 갖는 형태를 이야기한다. 이는 우리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분류된다. 마지막은 투자형으로, 부동산, 동산, 신용 등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을 채권 상품으로 삼아서 투자를 받는 형태다. 개인이 자신의 신용을 담보로 투자를 받을 수도 있으며, 부동산을 담보로 투자금을 유치할 수도 있다.

▲투자처를 찾는 이들을 위한 유용한 금융 상품으로 P2P 금융은 자리를 잡고자 했다

P2P 금융의 핵심은 투자자들이 쇼핑하듯 투자처를 둘러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며,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이들은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생략하고 투자금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대출’이라는 관점에 집중해서 생각해 보면 신용 상태로 인해 제1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이가 제2금융권 혹은 사금융보다도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 저신용자들이 고리에 시달리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다는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도 지니고 있다. P2P 금융이라는 시스템이 별다른 문제없이 잘 구동될 수 있다면 말이다.


P2P 금융의 롤모델, 렌딩클럽의 몰락

P2P 금융을 대표하는 기업, 그리고 자신의 뒤를 따르는 이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회사는 바로 ‘렌딩클럽’이다. P2P 금융 분야의 선두주자로 2007년부터 미국에서 P2P 대출 중개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금융권 중심의 높은 대출 이자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돈이 필요한 사람과 대출을 원하는 사람을 온라인으로 직접 연결하는 식으로 대출 금리를 낮춰서 공급하던 렌딩클럽은 서비스 개시 후 순식간에 3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모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기업공개에도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렌딩클럽의 사례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서 핀테크 분야의 가장 큰 성공사례로 수차례 언급된 바 있으며,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P2P 금융 업체들의 롤모델로 자리를 잡게 된다.

▲엄청난 성공으로 유니콘이 된 렌딩클럽, 하지만 지금은 몰락하는 중

하지만 지금 현재의 시점에서 렌딩클럽을 비롯한 P2P 금융 기업들은 과거처럼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프로스퍼, 펀딩서클 등 렌딩클럽을 따른 P2P 금융업체들이 천문학적 투자를 유치하면서 P2P 금융에 붐이 일었지만, 이들을 좇던 렌딩클럽이 가장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때 기업가치 86억 달러를 인정받으면서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꼽히던 이들은 창업자의 부실 대출 주선 비리가 불거지면서 신뢰도에 타격을 받았다. 렌딩클럽의 주식은 IPO 가격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의 렌딩클럽’이 되고자 하는 P2P 금융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이 렌딩클럽의 대출자산 중 신용평가가 저조한 대출 신청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이었다. 2016년 렌딩클럽의 대출자산의 손실비용은 기업공개 전이었던 2013년 대비 38%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 경제는 개선됐으며, 은행들의 대출결손 비율은 오히려 나아지는 추세였다. 기업의 외연 확장을 위해 무리하게 대출액을 늘린 결과는 결과적으로 부실채권으로 렌딩클럽에게 돌아왔으며, 성장하던 유니콘은 순식간에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의 P2P 금융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이 ‘포스트 렌딩클럽’을 표방하며 P2P 금융 사업을 개시했다. 2007년 신용대출을 주된 사업으로 삼은 ‘팝펀딩’이 출범했으며, ‘머니옥션’도 뒤를 이어 설립됐다. 이들이 실제로 시장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2015년 들어서였다. 핀테크가 시장의 화두가 되면서 P2P 금융이 자연스레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금융권보다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P2P 대출이 주목을 받았다. P2P 금융 초기에는 관련 법 규제 및 투자 제한 한도가 없었으며, 이용자들은 부동산, 주식, 개인 및 법인의 신용 등 다양한 담보물을 설정해 대출신청이 가능했다. P2P로 중개해 줄 수 있는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주로 이 당시의 시장 흐름을 주도했다.

▲우리나라의 P2P 금융은 부동산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민감한 금융을 소재로 삼고 있는 사업이었기에 금융당국은 법망을 피한 이들이 나오지 않도록 예의주시했다. 그리고 마침내 금융당국은 안전한 투자방법으로 P2P 금융을 인정했으며, 한국 P2P 금융업계의 발전을 위한 ‘한국P2P금융협회’를 2016년 6월 설립했다. P2P 금융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협회 출범 직후 논의가 시작됐으며, 2017년 5월에는 협의된 가이드라인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민간의 투자가 보다 활성화되고, 고금리에 시달리는 저신용자들의 사정이 개선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국내에서 현재 가장 큰 P2P 금융 기업으로 꼽히는 테라펀딩

제도권에 들어온 국내 P2P 금융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19년 말 기준 우리나라 P2P 금융 시장의 규모는 약 9조 원 규모로 확대됐으며,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하는 스타트업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P2P 금융을 기존의 금융업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조차도 범접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그야말로 ‘미래의 금융’이라고 치켜세우기 바빴다. 하지만 P2P 금융 가이드라인이 시행되고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돌아보자면, P2P 금융은 미래가 아닌 ‘현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불거진 연체율 문제

우리나라에서 P2P 금융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부동산 열풍’이 있다. 지난 2월 24일 한국P2P금융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P2P 금융 누적 대출액 6조 1,244억 원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 대출로 나타나고 있다. 항목별로 보자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액이 1조 8,154억 원, 부동산 담보대출이 1조 5,640억 원, 기타 부동산 담보대출이 4,293억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총 대출에서 부동산의 대출 비중은 전체의 6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민간에서 시행되는 사업 중 투자처를 찾는 대규모의 사업도 부동산 관련이 가장 많다는 점에 기인한다.

▲작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P2P법이 올해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부동산이라는 분야에만 집중돼 있는 P2P 금융은 그렇기에, 건설 경기의 부침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실제로 건설 경기 침체가 왔으며, 이에 따라 갈수록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체율은 상환일로부터 30일 이상 상환이 지연된 금액의 비중을 뜻한다. 45개 한국P2P금융협회 협회사의 지난 2020년 1월 기준 평균 연체율은 9.3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작년 12월 5.79%의 연체율은 작년 1월에는 6.79%, 2월에는 7.54%, 그리고 12월에는 8.43%로 시간이 지날수록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최대의 P2P 금융업체인 ‘테라펀딩’은 충남 태안 다세대 신축 상품, 경기 파주시 연립주택 신축 상품, 경기 고양시 다세대 신축 상품 등 3건을 채권 매각하며 손실 처리했다. 테라펀딩이 채권을 매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통해 원금 102억 원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이미 지급한 수익금, 보상 등을 반영한 순손실액은 23억 9천만 원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은 늘어나는 연체율로 인해, 작년 11월 P2P 부동산 대출 상품 투자 시 주의를 당부하는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P2P 금융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투기형 상품으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잇달아 대출상품에서 발생하고 있는 원금손실로 인해, 종국적으로는 P2P 금융이 우리나라에서 금융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게 될 수도 있는 시국이다. 작년 10월 이른바 P2P법으로 불리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을 영위할 기업은 금융위에 반드시 등록해야 하며, 등록하지 않은 채 영업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오는 8월 시행될 이 법을 통해 P2P 금융은 온전히 제도권 내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P2P 금융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바라는 일부 금융 소비자들에게만 소구되는, 저신용자들을 위한 공익적 가치가 무시되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건전한 투자가 아닌 ‘부동산 투기’ 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P2P 금융이 진짜 금융 상품으로, 그리고 관련 업체들이 금융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 시행을 목전에 둔 지금이라도 뼈아픈 각성과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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