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저격? 중국발 미소녀 게임, 성적 좋은 이유

조회수 2020. 3. 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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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미소녀게임.

최근 넥슨에서 출시한 ‘카운터 사이드’라는 게임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소소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중국산 모바일게임들의 시스템을 표절했다는 이유였다. 중국이 한국 게임을 표절한 것이 아니라 한국이 중국게임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다니, 사실 말만 들으면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카운터 사이드가 영향을 받았다는 게임들의 이름을 보는 순간,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게 된다.


2017년도에 갑자기 한국에 상륙해서 국산 모바일게임들을 제치고, 심심하면 최고매출순위 차트에서 리니지 친구들의 턱 바로 아래까지 치고 올라오던 게임이 있다. 그 이름은 ‘소녀 전선’. 지금은 예전에 비해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차트 중상위권을 무난하게 유지하고 있다. 소녀전선이 선전하자, 스마트폰 게임시장 초기에 큰 성공을 거뒀던 확산성 밀리언 아서 이후로 잠잠했던 미소녀 게임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비슷하게 중국에서 개발한 미소녀 게임인 ‘벽람 항로’가 빠르게 한국에 상륙했고, 국내에서는 비슷한 장르의 게임인 ‘라스트 오리진’이 개발되었다. 그리고 최근 발매한 명일방주는 매우 안정적이게 차트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중국산 미소녀게임들은 왜 인기 있을까? 왜 국내 회사들마저 이들을 벤치마킹하고 있을까?

▲한국에서 미소녀게임 돌풍을 일으킨 소녀전선

영리하게 차용했다 ‘이미 성공한 수익모델’

자원을 모아 캐릭터를 만든다. 완성되는 캐릭터는 랜덤

이야기는 잠깐 일본으로 넘어간다. 일본에는 이른바 ‘코레게’라고 불리는 게임장르가 있다. DMM이라는 소셜 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함대 컬렉션’이란 게임에서 파생된 ‘코레게’는 수집형 게임의 한 장르라고 볼 수 있다. ‘코레게’의 가장 큰 특징은 끊임없이 일정한 양이 자동 생산되는 ‘자원’을 투자해 캐릭터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캐릭터가 등장할지는 랜덤. 하지만 이벤트 한정 캐릭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를 이 ‘제작’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꾸준히 게임에 시간을 들여 자원 획득 양을 올릴 수 있다. 현금으로 자원을 살 수도 있지만 효율이 좋지는 않은 편.

▲유저에게 어필하는 건 매력적인 캐릭터뿐이지만, 동시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불러오는 수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렇게 현금을 투자한 뽑기 시스템을 배제한 대신 ‘함대 콜렉션’은 유저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매력적인 외형의 미소녀들로 게임을 가득 채우고 목소리를 붙였다. 알만한 스타 성우부터 가능성 있는 신인 성우까지 다양한 목소리로 캐릭터들이 유저를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유저와 캐릭터 사이에 미소녀 연예 시뮬레이션의 호감도 요소를 집어넣어 유사 연애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렇게 ‘착한 과금 정책’과 소위 오타쿠라고 불리는 유저층에게 어필하는 캐릭터성으로 시장에 나온 ‘함대 컬렉션’은 2013년 출시해 2017년 페이트 그랜드 오더가 출시되기 전까지 일본시장을 주름잡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이 수익모델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층에게도 크게 히트했다. 남성판 함대 컬렉션이라 불리는 ‘도검난무’는 여성 유저층을 타깃으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기세가 줄어들고 있는 함대 컬렉션과 달리 여전히 여성 유저층의 단단한 지지를 받고 있다. 중국계 미소녀 게임들은 이 ‘코레게’의 시스템을 영리하게 본인들의 게임에 끌고 들어왔다.


부족한 게임성을 채우다

▲우스갯소리로 미소녀/미소년 PPT 재생 프로그램이라고도 불리는 일본의 ‘코레게’

하지만 일본의 ‘코레게’에는 부족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게임성. 수집요소와 캐릭터 어필만을 목적으로 한 이 게임들은 그저 캐릭터를 수집하고, 던전을 돌고, 능력치만으로 간단히 승패가 갈리는 아주 단순한 구성을 갖고 있다. 사실상 함대 콜렉션과 도검난무가 인기를 유지하는 큰 틀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아름다운 그림과 뻥뻥 뚫린 빈틈을 채워 넣는 팬들의 상상력 뿐이다. 2019년 기준 이런 코레게들의 가장 큰 수익원은 캐릭터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함대 콜렉션의 성공 이후 수많은 코레게들이 시장에 쏟아졌지만 예시로 든 위의 두 게임 이외에 눈에 띄는 성공작이 없었던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어떤 순서로 이동할 것인지, 어떻게 전투를 할 건지 고민 요소가 많은 소녀전선

하지만 중국산 미소녀 게임들은 제대로 ‘게임’이라 불릴 만한, 그것도 생각보다 잘 만든 게임성을 들고 시장에 찾아왔다. 캐릭터의 분류가 존재하고, 이 분류에 따른 특징과 착용할 수 있는 장비, 그리고 분류에 따른 ‘포메이션’을 진득하게 고민해야 한다. 초중반까지의 전투는 이 ‘포메이션’만 잘 만들어 놓으면 무난하게 넘길 수 있지만, 후반 콘텐츠로 갈수록 날아오는 적의 공격에 따라 캐릭터를 직접 조작해주어야 한다. 명일방주의 경우 전반적인 것은 위와 같지만 디펜스 게임이라는 장르를 차용해, 코스트를 모아 유닛을 하나하나 배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언제 어떤 유닛을 어디에 배치할지가 게임 진행에 매우 큰 관건이 된다.

▲유닛의 배치 순서와 위치에 큰 영향을 받는 명일방주의 게임플레이

또한 무조건 레어도가 높은 캐릭터만이 좋은 캐릭터가 아니란 특징도 있다. 레어도가 낮은 캐릭터들도 유저가 키우고 조작하기에 따라 최고 레어도의 캐릭터 못지않은 성능을 뽐낼 수 있게 된다. 경우에 따라 저레어도의 캐릭터가 훨씬 더 좋은 선택이 될 때도 있다. 소녀전선의 경우 고레어도 캐릭터일수록 성능이 좋은 경우가 많지만 플레이어의 투자에 따라 어느 정도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명일방주의 경우 ‘코스트 시스템’을 채택했다. 게임을 시작하고 시간 경과에 따라 차오르는 코스트를 투자해 캐릭터를 필드로 불러온다. 고레어도의 캐릭터를 필드에 불러오려면 큰 코스트를 지불해야 한다. 몰려드는 적을 상대해야 하는 디펜스 게임의 특성상 고레어도 유닛을 소환하기 위해 기다릴 시간에 본진이 점령당할 수도 있는 셈. 좋든 싫든 효율 좋은 저레어도를 육성해야 한다.


이유 있는 상위권

소녀전선, 벽람 항로, 명일방주 같은 게임들의 차트순위가 갑자기 상승할 때가 있다. 바로 캐릭터의 ‘스킨’이 출시되었을 때. 일러스트를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기술인 ‘라이브2D’가 상용화 된 이후 일러스트에 애니메이션을 넣어 캐릭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인기있는 캐릭터의 스킨엔 이 라이브 2D를 적용해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중국발 미소녀 게임들은 이렇게 캐릭터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지만 게임성을 등한시하진 않았다. 되려 캐릭터의 성능과 분류 또한 캐릭터성의 일환으로 취급된다.

▲출시 후 안정적이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명일방주

최근 발매된 명일방주의 경우, 기존의 ‘코레게’가 가진 자원을 통한 제작의 특성이 사라지고 여타캐릭터 수집형 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연속 뽑기 제도를 다시 차용했지만, 등급이 절대적이진 않다. 현금을 집어넣기만 한다고 쉽게 강해지는 것이 아닌, 꾸준히 캐릭터와 부대를 키우고 유저들끼리 소통하며 전략을 계산한다. PvP컨텐츠가 아닌 싱글 플레이를 주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다른 유저에게 학살당하고 게임을 그만두는 일도 없다. 꾸준히 선정성이라는 논란거리가 있지만 단순히 캐릭터 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에 대한 고민도 잊지 않은 이 게임들은 차트 상위권에 있을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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