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 확률' 랜덤박스 대신 배틀 패스가 뜨고 있는 이유

조회수 2020. 2. 28. 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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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패스'가 뜨고 있는 이유는?

모바일 게임은 2010년 초반부터 대한민국 게임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PC MMORPG로 검증된 부분유료화는 모바일 플랫폼을 만나 더욱더 극대화되었다.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시장이 급속도로 거대해진 약 10년간 당신이 만났던 게임들은 어떤 방식으로 당신을 자극하였는가? 아름답게 꾸며진 유저의 농장, 카페, 가게를 당신에게 보여주었는가? 남들보다 더 멀리, 많이 달리는 것을 목표로 삼도록 만들었는가? 누구보다 강한 용사를, 모두가 꿈꾸는 거대한 성의 군주를 우러러보게 만들었는가? 이 모든 방식 사이사이에는 꾸준히 ‘랜덤박스’라는 존재가 있었다. 게임을 조금이라도 해 봤다면 절대 좋게 들릴 수는 없는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매우 굳건하게 게임 내부에 존재해 왔던 이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랜덤박스를 위협하는 새로운 이름이 나타났다. 그 이름은 ‘배틀 패스’. 왜 배틀 패스는 주목받고 있을까? 왜 랜덤박스를 위협하는 수익을 내고 있을까?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자.

최초로 배틀패스를 적용한 DOTA2

왜 랜덤 박스를 사는 걸까?

당신은 복권을 사 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마음으로 복권을 샀는가? 많은 사람들은 복권 한두 장을 재미로 사며 대단치 않은 기대를 한다. 만약에 당첨이 되면 첫 번째로는 이걸 하고 두 번째는 저걸 하겠다는 너무 꿈같은 기대들. 또 하나, 당신이 5장의 복권을 샀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그럭저럭 괜찮은 운의 소유자라면, 당신의 당첨금은 딱 5장의 복권 값일 것이다. 거기에 이걸 수령하기 위해선 다시 구입처로 가는 수고가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복권은 재미 이상의 큰 메리트를 갖기 힘들다. 당신의 마음이 건강하다면 쉽게 복권에 현혹되지 않는다.

▲당신을 현혹하는 수많은 랜덤박스들

그런데 왜 게임의 랜덤박스는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랜덤박스를 사면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때문이다. 랜덤박스에서 나오는 아이템들은 복권의 등수별 금액 같다. 복권처럼 1등을 바라보며 랜덤박스를 산다. 당첨금 10억을 기대하는 것처럼 휘황찬란한 프레임이 번쩍이는 최고 등급 아이템을 기대한다. 하지만 어떤 기대를 하던 박스 안에서 나오는 건 대부분 그런 아이템이 아닌 아주 바닥보다 조금 나은 아이템들. 그런데 그 속에 아주 약간 좋은 아이템이 섞여 있다면? 그 아주 약간 좋은 아이템을 기대하고 또 랜덤박스를 사게 될 것이다.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 극악하다

랜덤박스가 정착된 게임에선 보통 처음 시작하는 유저에게 박스를 선물해 ‘랜덤 박스의 맛’을 알려준다. 10개를 주던 하나를 주던 박스 안에서 좋은 아이템이 나온다면 당신의 게임 플레이는 달라질 것이다. 변하는 게임 플레이를 맛본 유저는 조금씩 박스를 사겠지만, 당신의 게임 플레이는 얼마나 나아질 것인지 알 수 없다. 아이템이 나오는 확률이 랜덤이란 것은 당신의 성장폭도 랜덤이라는 뜻이니까. 랜덤박스는 경험 없는 개구리는 천천히 미지근한 물부터 온도를 올려 뜨거운 물에 적응시키고, 경험 많은 개구리는 시작부터 온몸에 갑옷을 둘둘 두르고 팔팔 끓는 물에 다이빙하게 만든다.


배틀 패스는 무엇인가?

DOTA2에서 처음 선보인 후 2018년 포트나이트에서 놀라울 정도로 큰 수확을 얻으며 게임시장을 크게 흔든 배틀 패스. 뉴스에서 심심찮게 게임업계의 문제로 대두되는 ‘랜덤 박스’와는 달리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배틀 패스’는 꽤나 낯선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배틀 패스는 아주 빠르게 게이머의 삶에 스며든 이름이다. 배틀 패스는 대체 무엇일까?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을 준다

배틀 패스는 쉽게 말해 ‘기간한정 업적리스트’이다. 수많은 게임 안에는 달성할 때마다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업적’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업적은 초보 유저들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거나, 수많은 유저들의 이뤄야 할 목표가 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적은 1회성이기 때문에 한 번 달성하면 끝이라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배틀 패스는 이런 기존 업적 시스템의 단점을 재치 있게 부쉈다. 배틀 패스에는 기간이 있다. 정해진 기간 안에 배틀 패스에 등록된 업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그 업적은 사라지게 되며 보상도 받을 수 없다. 바꿔 말하면 배틀 패스는 기간마다 당신에게 끊임없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던져준다.

▲유료로 구매하는 패스도, 무료로 진행할 수 있는 패스도 있다

배틀 패스는 무료로 제공되기도 하지만 유료로 제공될 때도 있다. 그러나 유료 배틀 패스를 산다고 하더라도 더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을 뿐, 보상을 얻기 위해선 당신 손으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더 좋은 보상이 걸린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 당신은 시간과 돈을 게임에 쏟아부을 것이다. 이렇게 모이고 모인 돈들은 온전히 배틀 패스를 통해 달성한 수익이 된다.

골드 패스를 통해 큰 수익을 얻은 클래시 오브 클랜

당신이 투자한 만큼의 절반도 돌려받지 못할 확률이 큰 랜덤박스와는 달리 배틀 패스는 정직하다. 게임을 오래, 많이 한 유저일수록 높은 등급의 보상을 쉽게 얻겠지만 막 게임을 시작한 유저가 게임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주기도 한다. 2019년 ‘골드 패스’란 이름으로 배틀 패스를 적용한 장수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의 경우 매출이 72%나 상승한 기록이 있다.


배틀 패스,절망 편과 희망 편

▲포인트를 채우면 보상을 준다. ‘배틀 패스’와 흡사한 형태의 이벤트

배틀 패스라는 이름은 등장한 지는 꽤 되었으나 실제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사실 비슷한 시스템은 꽤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옆 나라 일본만 봐도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나 ‘밀리언 라이브 시어터 데이즈’같은 큰 규모의 리듬게임들, 마켓 최상위의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매달 진행되는 ‘스토리 이벤트’도 따지고 보면 배틀 패스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게임들의 주된 돈벌이 수단은 ‘캐릭터’를 인질로 삼은 랜덤 뽑기이다. 랜덤 뽑기를 통해 높은 등급의 캐릭터를 갖고 있지 않으면 이벤트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 배틀 패스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게임들은 ‘배틀 그라운드’, ‘포트 나이트’, ‘클래시 오브 클랜’, ‘데스티니 가디언즈’ 등 랜덤박스의 영향이 크지 않은 게임들이다. 물론 배틀 패스에 잡음이 없는 건 아니다. 업적의 난이도에 대해선 꾸준히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 만큼 받는다는 이 시스템은 확률에 지친 게이머들에겐 좋은 구원처가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배틀 패스는 앞으로도 노력을 보상해주는 형태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지옥을 만들어낼까? 부디 좋은 방향을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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